어떻게 인식하는 것일까? 『자기생성과 인지-살아 있음의 실현』, 움베르또 마뚜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1980         작년, 나의 1234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공부는 '인공지능이 가능한가?‘라고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인간이 인간은 어떻게 학습하는지, 학습하여 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AI는 불가능하다‘는 학생 때의 나의 생각을 소개하며,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앎의 나무』를 읽었다. 그들의 자기생성(Autopoiesis)라는 개념으로써, 딥러닝이 특정문제에서 스스로 학습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Data의 재생산이지 자기생산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인공지능은 아직 지능(앎)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소개했다. 그 뒤로 ’인지‘, 인식하여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가 더욱 궁금해졌고, 그들 생각의 원전인 두 논문을 엮은 『자기생성과 인지』라는 책으로 올해 1234를 시작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마투라나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두 가지 핵심 물음이 줄곧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한다. ‘살아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인지란 무엇인가’이었다(p.9) 첫 번째 물음은 살아있음을 실현하는 조직의 기제로서 ‘자기생성’ 개념을 제안한다. 또 두 번째 물음은 인지를 생물학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인지야말로 모든 살아있는 체계의 본성이라고 정의하여 ‘인지생물학’을 열게 된다. 두 가지 물음은 “살아있는 체계들은 인지적 체계들이고,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살아있음은 인지의 과정이다”라고 종합되는데, 이러한 제안은 철학의 영역이던 인식론을 생물학과 과학의 분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된다.   살아있는 조직이란 무엇인가?      마뚜라나는 의대생들로부터 ‘살아있는 조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이 명쾌한 답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17). 그것은 재생산, 유전, 성장, 진화, 적응 같은 살아있는 체계의...
어떻게 인식하는 것일까? 『자기생성과 인지-살아 있음의 실현』, 움베르또 마뚜라나·프란시스코 바렐라,1980         작년, 나의 1234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공부는 '인공지능이 가능한가?‘라고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인간이 인간은 어떻게 학습하는지, 학습하여 안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AI는 불가능하다‘는 학생 때의 나의 생각을 소개하며, 마뚜라나와 바렐라의 『앎의 나무』를 읽었다. 그들의 자기생성(Autopoiesis)라는 개념으로써, 딥러닝이 특정문제에서 스스로 학습한다고 말하지만, 이는 Data의 재생산이지 자기생산이라고 할 수 없다. 즉, 인공지능은 아직 지능(앎)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견해를 소개했다. 그 뒤로 ’인지‘, 인식하여 안다는 것은 무엇인지가 더욱 궁금해졌고, 그들 생각의 원전인 두 논문을 엮은 『자기생성과 인지』라는 책으로 올해 1234를 시작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마투라나는 대학에 들어간 이후 두 가지 핵심 물음이 줄곧 자신을 따라다녔다고 한다. ‘살아있는 것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인지란 무엇인가’이었다(p.9) 첫 번째 물음은 살아있음을 실현하는 조직의 기제로서 ‘자기생성’ 개념을 제안한다. 또 두 번째 물음은 인지를 생물학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인지야말로 모든 살아있는 체계의 본성이라고 정의하여 ‘인지생물학’을 열게 된다. 두 가지 물음은 “살아있는 체계들은 인지적 체계들이고, 하나의 과정으로서의 살아있음은 인지의 과정이다”라고 종합되는데, 이러한 제안은 철학의 영역이던 인식론을 생물학과 과학의 분야로 전환시키는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된다.   살아있는 조직이란 무엇인가?      마뚜라나는 의대생들로부터 ‘살아있는 조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자신이 명쾌한 답변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p.17). 그것은 재생산, 유전, 성장, 진화, 적응 같은 살아있는 체계의...
가마솥
2025.02.24 | 조회 289
  살펴보다(觀), 맛보다(味), 깨닫다(悟)를 통해서 살펴본 중국미학사 『중국미학사』(장파 지음, 백승도 번역, 푸른숲)     중국에 미학사가 부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미에 관한 학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자면, 중국에서는 ‘미에 대한 탐구는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 오늘날 중국의 학문이 전통에서 현대로 나아가는 과정과 목표는 바로 세계적인 학문 체계를 본보기로 하여 중국 문화를 재건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학문 체계 속에 미학이 있으면 중국에도 있어야 한다.(『중국미학사』, 「들어가는 말」, 5)   1990년대와 2000년도 초반 중국의 지식계는 개혁개방에 발맞춰 서구(세계)를 ‘향해(走向)’ ‘궤도를 같이 하려는(同軌)’ 움직임으로 분주했다.『중국미학사』는 인문학에서 서구의 학문 체계를 따라 잡으려고 했던 심리에서 나온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는 막무가내 비교작업을 행하지는 않는다. “미학 영역과 관련된 중국 특유의 이론적 접근 방식”을 나름으로 찾아낸다. 그 결과가 심미 방식으로 설명하는 觀, 味, 悟 세 글자다. 이 글자들은 몇 마디 단어로 品과 格을 나누어 등급을 매기는 중국적 심미 방식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는 이 세 글자를 통해 중국 심미 방식의 특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고개지, <女史箴圖(부분)>, 동진, 비단에 채색, 대영박물관 *당대의 모본   살펴보다   고대 미학의 ... 그 주요 뼈대는 건축과 복식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심미 세계이고, 올려보기와 내려보기를 심미 주체의 관조 방식으로 하며, 보고, 듣기, 맛보기가 결합한 정합적인 성격의 미적 체험이다.(27)   위의 언급은 하-상-주 삼대三代 시기의 미학을...
  살펴보다(觀), 맛보다(味), 깨닫다(悟)를 통해서 살펴본 중국미학사 『중국미학사』(장파 지음, 백승도 번역, 푸른숲)     중국에 미학사가 부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미에 관한 학문이 없었기 때문이다. ...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자면, 중국에서는 ‘미에 대한 탐구는 있었지만 학문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 오늘날 중국의 학문이 전통에서 현대로 나아가는 과정과 목표는 바로 세계적인 학문 체계를 본보기로 하여 중국 문화를 재건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학문 체계 속에 미학이 있으면 중국에도 있어야 한다.(『중국미학사』, 「들어가는 말」, 5)   1990년대와 2000년도 초반 중국의 지식계는 개혁개방에 발맞춰 서구(세계)를 ‘향해(走向)’ ‘궤도를 같이 하려는(同軌)’ 움직임으로 분주했다.『중국미학사』는 인문학에서 서구의 학문 체계를 따라 잡으려고 했던 심리에서 나온 성과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는 막무가내 비교작업을 행하지는 않는다. “미학 영역과 관련된 중국 특유의 이론적 접근 방식”을 나름으로 찾아낸다. 그 결과가 심미 방식으로 설명하는 觀, 味, 悟 세 글자다. 이 글자들은 몇 마디 단어로 品과 格을 나누어 등급을 매기는 중국적 심미 방식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는 이 세 글자를 통해 중국 심미 방식의 특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고개지, <女史箴圖(부분)>, 동진, 비단에 채색, 대영박물관 *당대의 모본   살펴보다   고대 미학의 ... 그 주요 뼈대는 건축과 복식을 핵심으로 하는 정치-심미 세계이고, 올려보기와 내려보기를 심미 주체의 관조 방식으로 하며, 보고, 듣기, 맛보기가 결합한 정합적인 성격의 미적 체험이다.(27)   위의 언급은 하-상-주 삼대三代 시기의 미학을...
자작나무
2025.02.19 | 조회 305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신유학은 어떻게 중국의 역사를 다시 썼나 『역사 속의 성리학』, Peter K. Bol, 예문서원   중국이 오늘날의 모습이 된 원인은,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막론하고, 대부분 송나라 사람들이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왕수조, 『송대문학통론』 인용, 166p)   청말 중화민국 초기 사상가이자 베이징대학 초기 교장인 엄복(옌푸)의 말이다. 이 말뜻은 그 만큼 송대 신유학이 오늘날 중국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역사 속의 성리학』의 저자 피터 볼은 당송변혁기에 등장한 신유학이 이후로 천 년 동안 중국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으로 “전근대” 혹은 “전통” 이라는 한 마디 말로 묘사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신유학자들의 철학적 정치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신유학은 “12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 세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선택에 심오한 영향을 준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신유학이 사(士)계급, 지방사회, 제국 국가와 어떻게 교섭했는지에 대한 해석적이고 논쟁적인 탐구이다.(25p) 내가 보기에 저자는 이렇게 탐구된 신유학자들의 운동(신유학사)이야말로 당시의 중국 역사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나는 여기서 신유학의 이론이나 신유학자의 인물됨이 아니라 신유학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유학과 도통론   신유학의 내부적 역사는 상실과 회복의 내러티브였다. 주희의 내러티브에 따르면, 도(道)는 맹자 이후에 상실되었다가 주돈이와 정호·정이 형제에 의해 11세기에 회복되었다. 왕수인의 내러티브에 따르면, 도에는 다시 두 번째의 상실과 회복이 있었다. 주희가 주지적 학에 초점을...
신유학은 어떻게 중국의 역사를 다시 썼나 『역사 속의 성리학』, Peter K. Bol, 예문서원   중국이 오늘날의 모습이 된 원인은,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막론하고, 대부분 송나라 사람들이 만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왕수조, 『송대문학통론』 인용, 166p)   청말 중화민국 초기 사상가이자 베이징대학 초기 교장인 엄복(옌푸)의 말이다. 이 말뜻은 그 만큼 송대 신유학이 오늘날 중국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역사 속의 성리학』의 저자 피터 볼은 당송변혁기에 등장한 신유학이 이후로 천 년 동안 중국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으로 “전근대” 혹은 “전통” 이라는 한 마디 말로 묘사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신유학자들의 철학적 정치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신유학은 “12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 세계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선택에 심오한 영향을 준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신유학이 사(士)계급, 지방사회, 제국 국가와 어떻게 교섭했는지에 대한 해석적이고 논쟁적인 탐구이다.(25p) 내가 보기에 저자는 이렇게 탐구된 신유학자들의 운동(신유학사)이야말로 당시의 중국 역사를 가장 잘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나는 여기서 신유학의 이론이나 신유학자의 인물됨이 아니라 신유학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신유학과 도통론   신유학의 내부적 역사는 상실과 회복의 내러티브였다. 주희의 내러티브에 따르면, 도(道)는 맹자 이후에 상실되었다가 주돈이와 정호·정이 형제에 의해 11세기에 회복되었다. 왕수인의 내러티브에 따르면, 도에는 다시 두 번째의 상실과 회복이 있었다. 주희가 주지적 학에 초점을...
두루미
2025.02.17 | 조회 550
  근대 철학 너머의 이야기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그린비(2005)     굴뚝 청소부가 두 명 있었습니다. 그 두 명이 각각 굴뚝 청소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굴뚝 하나는 깨끗했고 다른 하나는 더러웠기 때문인지, 한 명의 얼굴은 까맣고 다른 한 명의 얼굴은 하얗습니다. 자, 그러면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까요? 다 아시겠지만, 더럽고 검은 얼굴의 굴뚝 청소부가 아니라 깨끗하고 흰 얼굴의 굴뚝 청소부가 얼굴을 씻으러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러운 상대편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이진경 59p -   흰 얼굴의 굴뚝 청소부가 검은 얼굴의 굴뚝 청소부를 마주하고 자신의 얼굴도 검을 것이라는 생각에 얼굴을 씻으러 간다. 이처럼 인식하는 주체(흰 얼굴의 굴뚝 청소부)와 인식되는 대상(검은 얼굴의 굴뚝 청소부)이 서로 다르다면, 인식하는 주체가 인식한 것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는 이러한 굴뚝 청소부의 딜레마를 통해 근대 철학의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의 딜레마를 재조명한다. 재조명의 방법으로 철학자의 사상이나 철학적 흐름 등을 파악할 개념적 도구로 ‘문제 설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문제설정이라는 도구를 통해 철학의 역사 안에 그어진 경계선을 찾아내고 경계선 마다에 새겨진 의미를 읽어내고자 한 것이다.     중세철학의 기반이자 근대철학의 출발점, 코기토(cogito) 중세철학은 ‘신의 작용’과 ‘신의 말씀’과 같은 신학에 대해서 제기되는 질문을 이성을 통해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기능했다. 신앙을 위해 이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철학은 신학의 허용...
  근대 철학 너머의 이야기 『철학과 굴뚝청소부』, 이진경, 그린비(2005)     굴뚝 청소부가 두 명 있었습니다. 그 두 명이 각각 굴뚝 청소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굴뚝 하나는 깨끗했고 다른 하나는 더러웠기 때문인지, 한 명의 얼굴은 까맣고 다른 한 명의 얼굴은 하얗습니다. 자, 그러면 누가 얼굴을 씻으러 갈까요? 다 아시겠지만, 더럽고 검은 얼굴의 굴뚝 청소부가 아니라 깨끗하고 흰 얼굴의 굴뚝 청소부가 얼굴을 씻으러 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러운 상대편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이진경 59p -   흰 얼굴의 굴뚝 청소부가 검은 얼굴의 굴뚝 청소부를 마주하고 자신의 얼굴도 검을 것이라는 생각에 얼굴을 씻으러 간다. 이처럼 인식하는 주체(흰 얼굴의 굴뚝 청소부)와 인식되는 대상(검은 얼굴의 굴뚝 청소부)이 서로 다르다면, 인식하는 주체가 인식한 것이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철학과 굴뚝 청소부》는 이러한 굴뚝 청소부의 딜레마를 통해 근대 철학의 인식주체와 인식대상의 딜레마를 재조명한다. 재조명의 방법으로 철학자의 사상이나 철학적 흐름 등을 파악할 개념적 도구로 ‘문제 설정’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문제설정이라는 도구를 통해 철학의 역사 안에 그어진 경계선을 찾아내고 경계선 마다에 새겨진 의미를 읽어내고자 한 것이다.     중세철학의 기반이자 근대철학의 출발점, 코기토(cogito) 중세철학은 ‘신의 작용’과 ‘신의 말씀’과 같은 신학에 대해서 제기되는 질문을 이성을 통해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기능했다. 신앙을 위해 이성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철학은 신학의 허용...
효주
2025.02.14 | 조회 286
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육후이,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 ― 존재론의 갱신과 공생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문제설정 – 세 가지 논점들 육후이의 『디지털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는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 『재귀성과 우연성』 같은 일련의 테크놀로지에 관한 저작들보다 앞서 출간되었다. 요컨대 이 작품 안에서 펼쳐진 주요한 테마들은 이후에 이어지는 육후이의 작업들에서 정교화 된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테마들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첫째, 육후이의 주요 논점은 이른바 ‘자연’ 또는 ‘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체 바깥의 것, 그 중에서도 ‘기술적 환경’을 정신의 결과물로 보거나 반대로 정신을 기술의 결과로 보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적인 대상과 자연은 ‘기술’을 통해 재귀하면서 ‘자연-환경’ 자체를 갱신해 간다. 육후이는 이렇게 갱신되고 구축되어가는 환경을 ‘코스모테크닉스’라는 특유의 용어로 개념화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기술’은 자연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스스로 자연이 되어간다. 이로부터 두 번째 논점이 도출되는데, 그것은 전통적인 유물론과 관념론의 구분을 넘어선 관계론적 사유의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물질은 정신의 객체가 아니고, 정신은 대상에 대립하는 주체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보’란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물질 세계 자체를 생산하고, 생산된 물질 세계 속에 스며있는 핵심 물질이다. 이 ‘정보’야 말로 재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우발성을 갖는다. 정보의 이와 같은 물질성은 대상과 주체의 이분법을 허무는 핵심 개념이 된다. 육후이는 시몽동의 ‘연합 환경’ 개념과 하이데거의 ‘손 안의 것(용재자)’ 개념으로부터 이와 같은...
육후이,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 ― 존재론의 갱신과 공생의 가능성을 생각한다     문제설정 – 세 가지 논점들 육후이의 『디지털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는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 『재귀성과 우연성』 같은 일련의 테크놀로지에 관한 저작들보다 앞서 출간되었다. 요컨대 이 작품 안에서 펼쳐진 주요한 테마들은 이후에 이어지는 육후이의 작업들에서 정교화 된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주요 테마들은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첫째, 육후이의 주요 논점은 이른바 ‘자연’ 또는 ‘환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체 바깥의 것, 그 중에서도 ‘기술적 환경’을 정신의 결과물로 보거나 반대로 정신을 기술의 결과로 보는 전통적인 이분법을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서 기술적인 대상과 자연은 ‘기술’을 통해 재귀하면서 ‘자연-환경’ 자체를 갱신해 간다. 육후이는 이렇게 갱신되고 구축되어가는 환경을 ‘코스모테크닉스’라는 특유의 용어로 개념화한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기술’은 자연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스스로 자연이 되어간다. 이로부터 두 번째 논점이 도출되는데, 그것은 전통적인 유물론과 관념론의 구분을 넘어선 관계론적 사유의 가능성이다. 다시 말해 물질은 정신의 객체가 아니고, 정신은 대상에 대립하는 주체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보’란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어떤 것이 아니라 물질 세계 자체를 생산하고, 생산된 물질 세계 속에 스며있는 핵심 물질이다. 이 ‘정보’야 말로 재귀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우발성을 갖는다. 정보의 이와 같은 물질성은 대상과 주체의 이분법을 허무는 핵심 개념이 된다. 육후이는 시몽동의 ‘연합 환경’ 개념과 하이데거의 ‘손 안의 것(용재자)’ 개념으로부터 이와 같은...
정군
2025.02.11 | 조회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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