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에세이 아카이브
이런 '이상한' 사회학이라니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2005)』,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옮김, 새물결 ‘주류’ 고전 사회학자를 접해보는 중이다.하여 뒤르켐과 베버를 거쳐 짐멜로 왔다. 그러나 주류라는 단어에도 다양한 함의가 있을 수 있고, 또 짐멜을 과연 주류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그는 살아생전 독일 지성계의 ‘이방인’으로 살아갔다고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의구심의 장면들에서 짐멜이 더욱 궁금해지는 지점이 있다. 주변인으로서의 짐멜의 정체성은 그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당시의 지적 분위기가 체계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전개, 거시 구조적 담론이 중요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추적이고 단편적인 글과 에세이 형식의 글을 그가 주로 썼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변인 취급은 살아생전만이 아닌 사후에도 이어지는데, 1980년대까지도 짐멜은 사회학에 관한 한 막스 베버나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의 그늘에 언제나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사실 외에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짐멜의 지적 세계에서 철학과 미학, 심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크다는 사실이다. 그는 모더니티의 다양한 현상들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들을 다양한 화풍으로 그려낸다. ‘돈’, ‘유행’, ‘장신구’, ‘손잡이’, ‘얼굴’ 등과 같은 이 책의 주제들은 언뜻 보면 맥락 없는 단편들로 보일 수도 있다. 몇몇 주제들은 사회학이라기보다는 철학과 미학, 심리학에 더 가깝다. 무수한 모더니티 현상들을 스케치하는 짐멜의 사회학을 그가 보여주는 몇 가지 주제에 근거하여 범주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흔히...
이런 '이상한' 사회학이라니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2005)』, 게오르그 짐멜, 김덕영 옮김, 새물결 ‘주류’ 고전 사회학자를 접해보는 중이다.하여 뒤르켐과 베버를 거쳐 짐멜로 왔다. 그러나 주류라는 단어에도 다양한 함의가 있을 수 있고, 또 짐멜을 과연 주류로 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그는 살아생전 독일 지성계의 ‘이방인’으로 살아갔다고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의구심의 장면들에서 짐멜이 더욱 궁금해지는 지점이 있다. 주변인으로서의 짐멜의 정체성은 그가 유대인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당시의 지적 분위기가 체계적인 사고와 논리적인 전개, 거시 구조적 담론이 중요시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추적이고 단편적인 글과 에세이 형식의 글을 그가 주로 썼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변인 취급은 살아생전만이 아닌 사후에도 이어지는데, 1980년대까지도 짐멜은 사회학에 관한 한 막스 베버나 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의 그늘에 언제나 가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사실 외에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짐멜의 지적 세계에서 철학과 미학, 심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 크다는 사실이다. 그는 모더니티의 다양한 현상들에 관심을 가졌고, 그것들을 다양한 화풍으로 그려낸다. ‘돈’, ‘유행’, ‘장신구’, ‘손잡이’, ‘얼굴’ 등과 같은 이 책의 주제들은 언뜻 보면 맥락 없는 단편들로 보일 수도 있다. 몇몇 주제들은 사회학이라기보다는 철학과 미학, 심리학에 더 가깝다. 무수한 모더니티 현상들을 스케치하는 짐멜의 사회학을 그가 보여주는 몇 가지 주제에 근거하여 범주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흔히...
이 글은 2024년 4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화로 바라보는 한자 문화권 『갑골에 새겨진 신화와 역사』, 김성재 지음, 동녘선서, 2000 문자가 갖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역사성, 기록의 수단, 개념의 표현... 심지어는 예술성까지. 내가 한자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문자와는 다르게 ‘신화’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때 얘기하는 신화는 구체적인 이야기나 사물의 기원을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어떤 감각이다. 이를 다르게 얘기하면 그들이 가졌던 어떤 초자연적인 감각, 보이지 않는 것과 교류하려고 했던 노력들이다. 일종의 영성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 감각을 알아보고자 신화에 뛰어들었고, 문화에 따라 변신하는 신화, 은유를 통해 기호와 상징으로 표현되는 신화의 특성, 신화와 떨어질 수 없는 종교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신화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정말 한자에 신화적인 감각이 담겨 있을까? 막연한 나의 느낌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애기해볼 수 있을까? <갑골에 담긴 신화와 역사>를 통해서 그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문자를 만든 창힐과 갑골문의 등장배경 중국의 신화는 천지를 창조한 반고씨로 시작해 삼황(수인씨, 복희씨, 신농씨)시절을 보내고 오제(황제, 전욱, 제곡, 요, 순)의 시대로 끝이 난다. 이 중에서 문자를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창힐은 오제시대에 속한 신이다. 그는 황제의...
이 글은 2024년 4분기 '읽고쓰기1234'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이 코너를 유심히 보시면 문탁네트워크 회원들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 나아가 앞으로 문탁네트워크의 공부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도(?)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신화로 바라보는 한자 문화권 『갑골에 새겨진 신화와 역사』, 김성재 지음, 동녘선서, 2000 문자가 갖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있다. 역사성, 기록의 수단, 개념의 표현... 심지어는 예술성까지. 내가 한자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문자와는 다르게 ‘신화’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때 얘기하는 신화는 구체적인 이야기나 사물의 기원을 전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 어떤 감각이다. 이를 다르게 얘기하면 그들이 가졌던 어떤 초자연적인 감각, 보이지 않는 것과 교류하려고 했던 노력들이다. 일종의 영성이라고나 해야 할까. 그 감각을 알아보고자 신화에 뛰어들었고, 문화에 따라 변신하는 신화, 은유를 통해 기호와 상징으로 표현되는 신화의 특성, 신화와 떨어질 수 없는 종교까지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신화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며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정말 한자에 신화적인 감각이 담겨 있을까? 막연한 나의 느낌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애기해볼 수 있을까? <갑골에 담긴 신화와 역사>를 통해서 그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문자를 만든 창힐과 갑골문의 등장배경 중국의 신화는 천지를 창조한 반고씨로 시작해 삼황(수인씨, 복희씨, 신농씨)시절을 보내고 오제(황제, 전욱, 제곡, 요, 순)의 시대로 끝이 난다. 이 중에서 문자를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창힐은 오제시대에 속한 신이다. 그는 황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