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후기

JH
2010-01-20 15:17
1614

 

 

<논어> 1강 후기 

                                                                                                                                             자혜

 

 

 

 

1

 

엄마가 논어 강좌를 신청했다고 했을 때, 수업 시간에 펜을 들고 밑줄을 그으며 공자를 노자와 묶어서 설명하는 도덕 교과서를 보던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노자의 무위자연이니 뭐니 하면서 공자가 유가의 창시자고 또 맹자가 있고 순자가 있고 증자가 있고 유가, 도가 이외에도 불가가 있는데~~ 블라블라 말하시던 도덕 선생님 까지.

당연한 일이겠지만 강의는 고등학교 수업 때와는 달랐다. 일단 교과서에서는 한글로 풀이 된 것만 읽었는데 강의에서는 한문이 중심이고, 선생님의 일방적인 강요도 없고, 시험에 나오니까 반드시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다. 그리고 훨씬 선생님이 덜 권위적이고, 훨씬 웃음이 많으셨다. 좌식에 익숙하지 않아 자리가 불편한 것만 빼면 고등학교 수업에 비해 거의 모든 점에서 나았다.

그리 많은 경험이 만들어 준 생각은 아니지만, 철학자를 교과서에서 만난다는 건 정말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과 수박 겉핥는 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는 짓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2

 

선생님이 일번으로 꼽으신 구절의 일부다.

 

公子曰 吾十有五而志于學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열다섯이 되어 학문에 뜻을 두었다.

 

이 문장을 읽고 우응순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보며 너희는 열다섯보다 무려 일곱 살이 어린 여덟 살에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공부에 더 앞질러가는 사람이 있고 더 뒤처지는 사람이 있다는 표현을 쓴다는 게 참 우습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공자보다 7년 먼저 공부의 스타트를 끊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내가 지금까지 얻은 것이 공자가 3개월 하고 얻은 것보다 더 얻기는 했는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나는 아직 내가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경지도 아니다.

그리고 마흔이 넘어서도 아직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많은 분들의 푸념 섞인 농담을 들으면서 이대로 살다간 나도 곧 몇 년 만 더 지나면 저런 농담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자를 라이벌로 여긴 다음에 따라잡으려고 한다는 게 참 의미 없는 일일수도 있겠지만 삶의 전환점과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불혹은 멀었고 가까운 것은 이립(而立)이다. 내가 여덟 살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하면 올해가 꼭 10년째다. 내가 공자라고 생각하면 5년 뒤에는 이립(而立)을 해야 하는데, 아직 난 서른까지 12년이 남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댓글 3
  • 2010-01-20 15:47

    물론 다행이고 말고...ㅋㅋㅋ 내가 너만할 때 공자를 공부했으면 이러고 있지 않을지도 모르지...우리 열심히 해보자...

  • 2010-01-20 16:32

    공자님 지천명의 나이에 학문에 뜻을 둘까, 말까 하고 있는 사람도 여기 있단다..

    매일 너에게 싸움을 거는 엄마는.. 어쩌면 네 10대가 너무 샘이나서 어디선가 초를 치고 싶어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 2010-01-20 16:42

    ㅋㅋ..

    아...네 말을 듣고 보니, 지우학과 이립 사이가 너무 뜨네?

    우리 뭐 하나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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