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공은 어떻게 패자가 됐을까

봄날
2023-12-05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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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가 나라에 갔더니 환공이 그에게 딸을 주고 말도 주었다. 나름 안락한 생활에 젖어있었는데 그를 따르는 자들이 제나라를 떠나는 모의를 하는 것을 누에치는 여인이 몰래 듣고 중이의 부인 강씨에게 일러바쳤다. 강씨는 그 여자를 죽이고 안락함에 젖어있는 중이를 큰 일을 하라고 내몰았다. 재미있는 것은 중이가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하자 강씨가 자범과 모의를 해서 술을 먹여 멀리 내보냈나 보다. 중이가 술을 깨어보니 일이 그렇게 된 것을 알고 창을 들고 자범을 쫒아갔다는 것이다.^^

 

제나라를 떠나 도착한 곳은 나라. 중이의 갈비뼈가 통뼈라는 소문을 들은 조공공이 그것을 보려고 중이가 목욕을 하는 사이 커튼 사이로 훔쳐봤다고 한다.  조공공의 처는 중이를 따르는 사람들의 됨됨이를 보고 중이가 패자가 될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음식과 옥을 보냈는데 "중이는 음식은 받고 옥은 돌려줬다"고 한다.

 

나라에 갔을 때는 양공이 말 80필을 예물로 주었다.

 

이번에는 나라. 정문공은 그를 예우하지 않았다. 숙첨은 중이를, 하늘이 인도하는 사람으로 예상해서 그를 예로써 대우할 것을 간언하지만 문공은 듣지 않았다. 그래서 그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중이가 나라에 이르렀다. 초 성왕은 연회를 베풀면서 초나라의 위세를 은근 과시했다. "만약 공자가 내 덕으로 진으로 돌아가면 뭘로 보답할 거요?" "글쎄요, 왕께서 가지신 것이 워낙 많아서 물건으로야 드릴 것이 있겠습니까? 만약 군의 도움으로 제가 진으로 돌아가고 나서 두 나라가 싸울 일이 있을 때 제가 물러나지요. 그래도 싸움을 그치지 않게 되면 싸워야겠지만요." 이런 위험천만한 인물이 있나. 성득신이 그를 죽이자고 했지만 초성왕이 달리 왕이 된 것이 아니다.  지금 진나라 회공이 안팎으로 미움을 사고 있으니 아마도 중이가 군주가 될 것이다." 결국 초왕은 그를 호위하여 진나라로 보냈다. 

 

목공은 여인 다섯을 중이에게 주었다. 회공의 부인이었던 회영도 그중 하나였는데, 중이가 세수할 때 주전자에 물을 부어주었다. 그런데 중이가 세수하고 수건을 기다리지 않고 물기를 탁탁 털다 회영에게 좀 튀었나보다.  발끈한 회영이 "晉과 秦이 대등한 나라인데 어찌 이리 무례하십니까?"하고 성질을 냈다. 중이는 실수를 깨닫고 웃옷을 벗고 죄인처럼 사과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당대에 시경이 어떻게 외교적 언사로 쓰였는지를 알 수 있다. 진목공이 중이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자범은 자신이 조최보다 학식이 떨어지니 진목공에게 조최를 배석하게 했다. 중이가 연회에서 <하수河水>를 읊자 목공이 <유월六月>로 응수했다.  우리야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시경구절로 자신의 속내를 밝히거나 상대를 추켜세우는 일들이 가능했나 보다. 어쨌든 이렇게 중이는 오래도록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패자로서의 면모를 키워나간 것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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