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공 21회차 후기 : 정나라의 처신

진달래
2023-11-20 23:17
53

초나라가 송나라와의 전쟁에서 이기자, 정나라에서 초나라를 접대를 하게 되었다. 

정나라 문공의 부인인 미씨와 강씨가 직접 연회의 자리에 나왔고, 초나라 성왕은 이 두 사람에게 전쟁에서 사로잡은 포로들과 적을 죽이고 잘라온 귀를 보였다. 잔치가 끝나자 부인들이 문까지 전송을 했다. 

 

이를 들은 군자- 춘추좌전을 쓴 좌구명이라는 설이...- 가 말했다. "예가 아니다.  남녀가 구별이 있는데 게다가 전쟁 포로 등을 보여 주다니." 

 

초 성왕은 이렇게 대접 받은 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을 걸까?

아니면 정나라의 과한 대접일까? 여기에 더하여 선물까지 보낸다. 그것도 규정보다 많이 

주는 그렇게 더해진 선물 목록을 알려 준다. 뭐가 있을까? 

변(籩)에다는 마름나물, 연밥, 밤, 포를 두(豆)에다는 미나리 김치, 토끼 젓갈,  뽕나무 버섯, 육장, 죽순김치, 기러기 젓갈, 죽순무침, 생선 젓 등을 담아 보냈다. 뭐 대단한 선물인가 했는데... 하긴 지금도 맛있는 음식을 선물로 주고 받기도 하고, 젓갈이나 짱아찌 등이 선물포장 되어 있는 걸 생각하니 이상하게 보이진 않네. 

 

초 성왕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나라 공주 둘을 데리고 돌아갔다. 

그러자 정나라 대부인 숙첨이 한마디 한다. 

"초왕은 제대로 죽지 못하겠구나.  예에 남녀의 구별도 없이 마치다니"

 

초 성왕 때는 바야흐로 초나라의 팽창기였다. 

그러나 태자를 바꾸고 싶어하던  성왕은 결국 그 아들(태자)에게 잡히게 되었고

숙첨이 예언한 대로, 초 성왕은 자살했다. 

 

제 환공이 죽자,

초나라와 송나라 사이에 있던 정나라는 이틈을 보아  초나라와 잘 지내기로 마음을 먹은 듯하다. 

작은 나라가 초나라와 제나라 같이 큰 나라들 사에에 끼어 있다면? 

아마도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비위를 잘 맞추어 주는 것도 필요한 듯하다.  - 그래도 좀 과했었나보다. 

정나라의 이러한 처신은 춘추시대 내내 이렇게 줄타기 외교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권모술수에 능한 이처럼 정나라의 처신도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듯도 보이고. 

그러나 작은 나라의  지혜라는 게 이 가운데 있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댓글 1
  • 2023-11-25 15:55

    대국 사이에 낀 정나라가 사는 법은 제 환공이 죽자마자 바로 초나라에 붙는 것이었네요.
    패자를 노리는 송 양공을 초나라가 가볍게 제압을 했으니 정나라의 선택은 옳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큰 나라 사이에 끼어 새우등 터지는 작은 나라들을 계속 보다보니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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