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공부
진달래
2023-08-18 08:23
523
초등학교- 그땐 국민학교였던 것 같은데... - 2학년이면 '구구단'을 외웠다.
오전 오후 반이 있었던 때라 수업을 마치면 구구만을 다 못 외운 애들은 뒷뜰 화단 언저리에 쭉 앉아서 책받침을 들고 구구단을 외웠다. 오후 햇살을 받으며 소리를 내어 구구단을 한참 외우다 선생님이 부르면 앞에 나가 외우는 식이었다. 그리고 다 외운 친구는 가방을 싸들고 집에 갔다. 내 기억으로 나는 꽤 오랫동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작년부터 [철학학교]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하는데 매번 '아, 이걸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해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을 읽을 때는 1년치 학비를 다 내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꾸역꾸역 했다.
그런데 올 해는 데카르트 1시즌, 스피노자 2시즌, 라이프니찌 1시즌 이렇게 진행을 하니까 매 시즌 고민을 하게 된다.
데카르트는 훨~씬 쉬울거라는 정군샘의 말을 믿고 어찌어찌 읽었는데, 하나도 안 쉬웠다.
스피노자를 신청해야 하나 마나를 고민했는데 그래도 '스피노자는 읽어야지' 해서 또 신청을 했다.
뭐, 어렵다.^^
그래서 시작된 게 '나머지 공부'다.
아, 원래 이름은 '스피노자 예습반'이었다. ^^ - 예습반이라고 하면 왠지 선행학습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보다못한 정군샘이 세미나 전에 미리 같이 읽고 설명도 해 주는 식이었다.
스피노자를 처음 읽는 스르륵샘을 꼬셔서 같이 읽었다.
스피노자의 <윤리학> 읽기가 이번 주에 끝났다.
지금은 정군샘이 함께 하진 않는다. 대신 다 읽고 모르면 공부방에 있던 샘을 얼른 모셔와 물어본다.
둘이 열심히(?) 읽긴 읽지만 코끼리의 앞다리를 긁고 있는지 뒷다리를 긁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앗 , 책이 왤케 깨끗하냐고 혼나겠다. - 작년 들뢰즈를 할 때 공부방에 있는 정군샘이 가끔 내 책을 들여다보고 한 마디씩 했었다.
"책이 깨끗하시네요!"
<윤리학>은 끝났지만 아마도 나머지 공부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둘 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나머지 공부' 시간에는 아무렇게나 떠들 수 있어서 좋다.
"이게 맞나", "이렇게 말해도 되나?" 그래서 정작 절학학교 세미나 시간에 '헉!' 하는 것도 많다.
나머지 공부 시간이 없었으면 철학학교 세미나가 여전히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개념 정리도 안 된 학부 1학년 생이 대학원 수업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스르륵 샘, 같이 계속 '나머지 공부'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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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죠!
지도편달 아끼지 않으셨던 정군이샘과 힘든길 동반자 진달래샘께 '윤리학 어쨋든 끝까지 읽은 뇨자'의 영광을 돌립니다 흑
추가로, 핵심 메모가 가득한 본인의 윤리학책과 강의자료, 관련 논문까지 투척해주신 블랙샘과/ 걱정스런 눈빛으로 걱정?해주시던 샘들/그리고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스피노자를 해부(!)해주셨던 멋진 동학샘들께도 이 영광을................
짝짝짝짝짝!!!
미투!!
두 분. 멋지고 부럽습니다.
정군이 쌤께도 박수!
힘 내라, 힘! 응원합니다~~
연말에 더러운책 경진대회 개최를 건의합니다 ㅋㅋ
전 알파벳..ㅋㅋ 내가 이걸 왜 외워야하냐고 난리난리 치고, 남들 단어 외울 때 돼서야 알파벳 외우기 시작했답니다^^..
뒤늦은 나머지 공부 멋져요! 응원합니다!!
저두 언젠가 꼭 스피노자를 공부하고 싶어요.
근데 그리 어렵다니.....
열공하시고 나서
다음에 [진달래 학당. 스피노자 입문 클래스] 열어주세요~신청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