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고 읽고 기도하라
도라지
2023-07-24 12:09
413
아침에 혼자 조용한 시간이면 향을 피운다. 퍼져나가는 연기를 멍하니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빠 오늘은 너무 많이 아프지 마셔요.
신을 믿는 사람들은 이럴 때 신께 간절히 무언가를 비는 걸까?
신을 향한 마음은 아니지만 분리되지 않은 아빠와 나의 고통에 대한 기도이기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중얼거린다.
주치의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란 소리를 몇 차례 들은 후로도 아빠는 잘 버텨주고 계신다.
몇 주를 긴장 모드로 지내던 가족들도 서서히 일상의 루틴으로 복귀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단 책을 편다. 달력을 보니 공부방 1234가 코앞이다.
책을 폈지만 읽히진 않는다. 하지만 일단 폈으니 언젠간 읽을 것이다.
그런데 잘 읽힐 시간을 하염 없이 기다릴 수는 또 없지 않은가?
오랜만에 밀가루를 꺼냈다.
식빵을 굽기로 한다. 반죽이 발효되는 동안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었을까? (뭐 제법...)
한동안 책 읽을 시간이 지속되기를 소망한다. 힘들었다. 지난 몇 달..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내 전화벨은 울리지 않기를. 또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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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동안 도라지가 피운 간절한 향내가 전해지는 듯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그...그...제가 '향'으로 사치부리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그때 피우던 향이 좀 남아 있습니다(비싼거). 필요하시면 가져다 드리겠어요....
에고 빵이 도라지를 잠시나마 편안하게 해주었을까요? 그랬길…
한때는 저도 향 참 좋아했었는데요... 빵도 굽고 책도 읽고 도라지샘 마음도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