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철학입문] 시즌2 1회차 후기

토용
2023-07-03 00:41
200

중세를 거치며 발전되어 온 수공업과 농업에서의 기술 발전이 르네상스 시기 자연과학의 발흥을 초래하면서 철학의 분위기가 사뭇 바뀌었다. 수브-옉툼(근저에 놓여 있는 것 sub-jectum)으로서의 인간이 주체가 되고, 자연 및 사물들은 인식 대상이 되었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이탈리아는 많은 작은 나라들로 나뉘어 갈등을 겪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관심은 안정된 국가를 만드는데 있었다. 그가 쓴 『군주론』을 ‘취업 포트폴리오’라고 표현한 튜터님의 말을 들으니, 마키아벨리는 철학자가 아니라 현실 정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기 자본주의의 출현 속에 물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고, 그로인해 야기되는 혼란을 막기 위해 강력한 통치자를 필요로 한다. 도덕과 정치는 분리된다. 정치의 목적은 고대 그리스나 중세에서처럼 좋은 삶이 아니라 안정된 국가를 만드는 데 있다. 도덕과 종교 등은 그것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이렇게 내가 애정했던 고대와 중세는 지나가고 레알폴리틱의 시대가 왔다.

 

마키아벨리가 생각하는 좋은 국가는 서로 다른 이기적 이해관계들 간에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안정된 나라이다.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것은 법이고, 이 법은 통치자가 만든다. 정치는 그 자체의 도덕성, 즉 레종 데타(국가이성)을 갖는다. 군주가 가지는 도덕은 안정된 국가를 만들고자 하는 군주의 의지이다. 안정된 국가를 만드는 전략적 관점에서 도덕을 바라보기 때문에 도덕은 정치에 종속이 된다.

 

홉스가 사회를 시계에 비유해서 설명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으면 시계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한다. 그 과정에서 각 부품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며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실제 사회를 나눌 수는 없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을 나누고 합치면서 사회를 이해한다. 사회를 기능적, 기계주의적으로 분석하고 종합한다. 이런 사유 실험을 통해 홉스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삶이 어떠할지를 묻는다. 국가가 없이 사는 것은 자연 상태에서 사는 것과 같다. 희소한 재화를 둘러싼 생존 투쟁에서 안전은 얻을 수 없다. 이러한 공포 속에서 개인들은 자기 보존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계약을 맺는다.

 

그동안 이 사회계약은 개인이 절대 권력에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는 것으로 이해했었다. 그런데 이 계약은 왕과 인민 간의 계약이 아니라 개인들 간의 계약이고, 통치자는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통치자는 절대적 주권을 갖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개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조금씩 양보하는 계약이다. 왜? 자연 상태로 있기는 싫으니까. 절대군주는 계약관계에 있어서만 절대 권력을 가질 수 있고 계약이 해지되면, 즉 자연 상태가 되면 새로운 절대군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한 왕조의 세습이 가능할 수도 있고, 다른 왕조로 바뀌기도 쉬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속되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싶어 했던 절대왕조들이 홉스의 이론을 싫어했을 것도 같다. 실제 홉스는 절대왕정을 지지했지만, 세습왕조인지 아닌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키아벨리와 홉스를 대강 공부하고 보니 그 당시의 사회가, 철학이 마치 AI로 인해 엄청난 변화가 생기는 요즘과 같은 분위기를 가진 시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4
  • 2023-07-03 13:51

    저는 이번 세미나에서 새삼 인상적이었던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야 선/악과 상관없이 정치를 사고하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째서 과거에는 도덕-정치가 늘 결부될 수밖에 없었던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과거의 ‘현실종치’에서도 도덕과 상관없이 정치를 한 사람들이 있기는 있었을텐데...그때는 또 그런 태도가 왜 이론화 될 수 없었던걸까 같은 의문도 생깁니다.

    우여곡절...은 크게 겪지 않았죠 저희가 또 워낙에 잔잔한 세미나라 ㅎㅎㅎ....어쨌든 드디어 근대에 다다랐습니다!

  • 2023-07-07 16:07

    우리가 지금 읽는 서양은 말그대로 폭풍을 지나가고 있는데, 저자와 정군쌤의 안내로 우리는 쫌은 편한 항해를 하는 듯한 느낌ㅎㅎ 그래도 몰라서 옆에 치워둔 많은 것들... 언젠가는 ㅇㅅㅇㅅ

  • 2023-07-08 07:30

    고대를 지나 중세를 건너 근대에 다다르니, 헉! 너무 어렵습니다.ㅠ 제 얇팍한 생각으로 현재와 가까우니 이해가 그나마 자알 되려니 싶었나 봅니다ㅠ 이번주 낑낑대다보니 ......ㅎ

  • 2023-07-08 12:33

    마음샘 말씀처럼 저도 근대가 좀 더 쉽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참으로 무식한 기대였음을 스피노자를 정리하면서 느꼈네요.ㅜㅜ 저는 지난 세미나에서 '홉스'는 왜 자연 상태에 관한 생각을 역사적인 것이 아닌 '사유 실험'이라고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역사적'이라고 해야 자신의 사상에 더 힘을 실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 홉스가 철저한 합리주의자이자 분석가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생각이 맞는다면 '홉스'는 역시 근대인이 틀림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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