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의 짧은 글들

토용
2023-03-2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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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궤범』은 『고문진보』에 실리지 않은 글을 모아놓았는데, 27편의 글 중에 한유의 글이 16편이다. 진짜 대단한 문장가임에 틀림없다. 이번 강독시간에 읽은 짧은 글 6편도 모두 한유의 글이었다.

 

진사 시험에 낙방하고 연(燕)・조(趙) 지역으로 떠나는 동생(董生)을 전송하며 지은 글은 짧지만 따뜻함이 느껴졌다. 동생이 비록 이번에 뜻을 얻지는 못했지만, 동생과 의기투합할 만한 사람들이 연・조 지역에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격려를 해준다. 한유가 연나라 명장이었던 악의와 고점리 같은 협객을 거론한 것으로 보아 동생도 이들과 비슷하게 비분강개의 기질이 있었나보다.

 

 

자사에 임명되어 부임지로 가는 사람을 전송하면서 자사로서 경계해야 할 일을 말하는 글도 있었다. 지방관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아마도 세금문제일 것이다. 재해 등의 여러 변수 때문에 백성들은 해마다 일정한 수입을 얻을 수 없다. 흉년이 들어 재물이 고갈되면 세금을 거두는 쪽도 바치는 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사 입장에서는 관찰사에게 자신의 지역을 특별히 봐달라고 하고 싶을 것이고, 관찰사는 여러 자사들 중에 사사로운 감정이 드는 자사가 있을 수도 있을 터.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유는 말한다. 자사는 “우리 주의 백성은 천하의 백성이니, 은혜를 우리 주만 홀로 후하게 받을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관찰사는 “아무 주의 백성은 천하의 백성이니, 거둠을 그 주만 홀로 급하게 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

세금 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평과 공정성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제대로 된 지방관 노릇을 하기란 참 어려웠겠다. 그러니 이런 글이 남아있는 것일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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