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2분기 2회차 후기- '공자'라는 텍스트
도라지
2020-08-20 22:14
334
코로나 이후, 이제 우응순쌤은 막 샤워를 마치고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간신히) 스마트폰을 통해 쌤의 강의를 듣고 있는 (끔찍한) 수강생이 있을 수 있는 강의 환경을 맞고 계시다.
지금까지 지구 환경 오염의 역사는 내 머릿 속에선 이렇게 흘러왔다.
'괜찮아. 우리 세대엔 안 죽어.'
그런데 좀 심상치 않은 코로나 시국에 들어서면서부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죽지 않을지언정, 뭔가 끔직한 일들이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날 것만 같아!'
그랬다. 난 끔찍했다. 머리카락은 물미역 같이 늘어져 있었고, 늦게 꾸물 꾸물 일어난 아들 1,2는 연신 내 앞에서 빵봉지를 부시럭 쩝쩝 난리도 아니었다.
子曰始吾於人也聽其言而信其行今吾於人也聽其言而觀其行於予與改是
재여의 낮잠이 스승 공자에게 불신의 상징이 되었다면 그날의 내 꼬라지 또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음 시간에는 9시 30분에는 컴퓨터를 켜고 곱게 하고 다소곳이 기다려야지~
논어라는 낯선 텍스트에서 내 고민은 공자와 그의 제자들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였다.
논어를 읽노라면 중국영화 속 권력을 다투는 호걸들이 보이기도 하고, 스승의 사랑(인정?)을 갈망하는 비엘 속 브라더들도 언뜻언뜻 지나가고, 예와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는 선량한 귀족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공자의 시대와, 공자와 그 제자들의 캐릭터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무엇을 내 삶의 실천적 사고로 발전시켜야 하는걸까?
子貢曰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논어에서 '문장'은 '문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논어에서 '문장'이란 군자의 덕이 밖으로 들어난 것을 뜻하며 주자는 이것을 威儀(위의)라고 말한다. 威儀란 시중에 맞는 행동이다. 즉 시중에 따르는 공자의 일상의 모습은 제자들에게는 듣고 보고 익히는 살아있는 텍스트였다.
처음 공자를 대할 때 '仁'이라는 글자가 주는 애매모호함은 동시에 거창한 담론을 제시할 것만 같아서, 나는 인의 어디를 찔러 내것을 만드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2500년전 (우쌤은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와 거의 동시대라고 말씀하신다.ㅋ) 공자가 머물다 간 흔적들,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티내고 간것들을 지금의 언제, 어디엔가에 재해석하는 작업. 한동안 이것을 고민고민하면서 논어를 보고, 한자를 그리면서 공부를 해볼까 한다.
나는 이제 어디 가서 논어 공부한다고 말해도 될라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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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문장! 지난 시간에 내 귀에 쏙 들어온 한자요!!
도라지, 멋지네요.
에혀~~
안회앞에 앉아있는 자공의 심정이 이럴까요?
맞아맞아~ 도라지님의 고민과 한자 그리기... 저와 닮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