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가 코팅된 쑥국 어떻게 끓이냐구요?

요요
2019-04-03 12:40
491

어제 제가 점심당번이었는데 다들 쑥국 맛나게 드셨나요?

몇몇 분들이 콩가루 코팅된 쑥국 어떻게 끓였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쑥국을 끓이려 했지만.. 제가 하는 꼴이 영 불안했는지

어제 점심 파트너이자 한문강독세미나의 루키인 누룽지샘이 쑥국을 끓여냈답니다.

어제 누룽지샘과 같이 밥을 하면서 저는 제가 얼마나 '근본없이' 밥해먹고 사는지 확실하게 알았답니다.^^

물론 그동안 저와 같이 밥당번한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비밀이지만요.ㅋㅋ

각설하고.. 쑥국은 이렇게 끓입니다.

1. 육수를 내고 멸치, 다시마 등을 건져냅니다.

2. 된장을 풉니다. 된장을 팔팔 끓인 후 불을 낮추고

3. 파를 썰어서 넣고 뭉근히 끓입니다. 왜냐? 이렇게 하면 멸치육수의 비린내를 잡을 수 있답니다.

(모든 된장국은 이렇게 끓이는 거라고 합니다. 

누룽지님의 스승님이 해 주신 말이라는데

옛말에 서방님 나가실 때 된장국 올리고, 들어올 때 된장찌개 올린다는 말이 있대요.

된장국은 뭉근하게 오래 끓여야 제맛이라고..)

4. 다듬어서 물을 뺀 쑥을 비닐봉지에 넣고 생콩가루를 넣어 몇번 흔들어 완벽하게 코팅을 합니다.

(저는 비닐봉지에 넣는게 귀찮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콩가루 부었는데

누룽지님이 와서 보더니 물이 흥근하다고 타박을 하더군요.  

그러고선 누룽지님이 흥근한 물 따루고 맨손으로 콩가루 코팅 완벽하게 했답니다. ㅎㅎㅎ)

5. 된장국에 다시 불을 올리고 팔팔 끓이면서 콩가루 묻힌 쑥을 넣습니다.

6. 이 때 팔팔 끓이지 않으면 생콩냄새 난다고 하더군요.

(중요한 팁, 이렇게 코팅하지 않거나, 먹기 직전에 쑥을 넣지 않으면 콩가루와 쑥이 따로 놀 수가 있고

쑥향이 죽을 수도 있어요.)

7. 계속 끓이는 게 아니라 불끄고 잠시 뚜껑덮어 두었다가 식탁에 냅니다.

사진이라도 하나 첨부해볼까 하고 구글 이미지를 검색해봤지만

어제 내놓은 것처럼 콩가루 예쁘게 코팅된 쑥국은 없군요.

음...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귀한 쑥국을 먹은 게 확실한가 봅니다.

국물양도 적고, 냉장고에서 엉뚱한 된장을 꺼내서 간이 잘 안맞았는데 

제가 뜨거운 물 더 붓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자 했더니 누룽지님이 깜짝 놀라더군요.

하하.. 저도 누룽지님에게 뭔가 가르쳐준 게 있는 것 같았답니다.

그리고 씀바귀님이 가져온 늙은 호박으로 호박전을 부쳤는데 

호박전과 관련하여 저의 근본없는 행동으로 누룽지님을 상심하게 했답니다.

(물론 상심의 이유는 밥먹는 분들에게 최고의 맛을 선물하지 못할까 걱정되어서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아주 맛난 호박전을 먹을 수 있는지 저는 그 비법을 알았습니다만

이렇게 비법을 두가지 씩이나 방출하기에는 아까워서 그건 다음에 기회되면 알려드릴게요. 

5월 밥당번표에 누룽지님이 어느날로 쓸지 모르지만.. 한 수 배우고 싶은 분,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누룽지님이 저에게 또 같이 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 저는 계속 하던대로 모르는 채로 살고싶어요. 호홓홓

댓글 4
  • 2019-04-07 22:20

    인디언 솁에게 제대로 배우고도  하던데로 굽고 삶고 밖에 안하고 사는 1인이지만...

    콩가루 쑥국은 한번 제대로 끓여보고 싶은데요~~

    뭐 다른 이유는 없고 ...콩가루라는 말을 제가 좋아하거든요 ㅋㅋㅋ 

    • 2019-04-09 17:07

      콩가루라는 말 ㅋㅋㅋ

      맨날 이놈의 집구석 타령하는 물방울이 좋아할만 해 ㅎㅎ

  • 2019-04-08 10:56

    콩가루쑥국, 쵝오!!였어요

  • 2019-04-09 17:08

    저도 코팅 제대로 된 쑥국

    이 봄에 함 끓여봐야겠어요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761
선집에 들어왔습니다. (7)
동민 | 2024.03.17 | 조회 216
동민 2024.03.17 216
1760
쿠바에서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5)
동은 | 2024.03.11 | 조회 237
동은 2024.03.11 237
1759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 않아] 제작비 펀딩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단편영화를 보내드립니다. (4)
청량리 | 2024.02.28 | 조회 282
청량리 2024.02.28 282
1758
2024년 [읽고쓰기 1234]에 초대합니다(3/1,2) (5)
진달래 | 2024.02.24 | 조회 479
진달래 2024.02.24 479
1757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 않아] 펀딩 127% 달성!!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3)
우현 | 2024.02.21 | 조회 334
우현 2024.02.21 334
1756
[펀딩 70%달성!!!] ‘도대체 지용이 누구인가’싶으신 분들에게 (5)
동은 | 2024.02.08 | 조회 412
동은 2024.02.08 412
1755
청년영화인 권지용, 긴급수혈 펀딩프로젝트 (18)
청량리 | 2024.01.27 | 조회 694
청량리 2024.01.27 694
1754
12월은 에세이의 달, 에세이 데이에 초대합니다~
요요 | 2023.12.02 | 조회 950
요요 2023.12.02 950
1753
상추쌈 출판사에서 온 선물: <안녕, 모두의 바다>
요요 | 2023.11.06 | 조회 367
요요 2023.11.06 367
1752
문탁네트워크 읽고쓰기 1234에 초대합니다~ (8/25,26) (4)
고은 | 2023.08.17 | 조회 2196
고은 2023.08.17 2196
1751
크리에이티브주역 발표회에 초대합니다~
봄날 | 2023.07.13 | 조회 2169
봄날 2023.07.13 2169
1750
문탁에서 고은의 인터뷰집 <함께 살 수 있을까> 축하자리를 가져요!!
동은 | 2023.06.20 | 조회 2128
동은 2023.06.20 2128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