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물, 동맹>1~4장 후기/발제문

최현민
2018-04-15 00:02
563

테크노페미니즘에 관한 2주간의 세미나를 끝마치고, 인간. 사물, 동맹을 읽기 시작했습니다.(저는 인사동이라고 줄여서 읽습니다ㅋ) ANT,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개괄적으로,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책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읽었던 과학기술학의 세계에서 간략히 ANT를 접했던 터라 내용이 익숙했습니다. 그럼에도, 참 난해한 부분이 많더라고요.. ANT에 대한 입문서라기 보다는 학술 논문 같은 느낌의 책입니다.

 

ANT?

행위자 네트워크를 줄여서 ANT(actor-network theory)라 칭합니다. ANT의 등장 배경은 이렇습니다. (이번주에 읽은 5장에 잘 설명되어 있더라고요.) 80년대 이전, 과학의 객관성을 신뢰했던 과학자들은 기술에도 동일한 입장을 취합니다. 과학이 가치중립적, 객관적이고 사회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것처럼, 기술도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봉쇄해버립니다. 이 입장을 기술결정론이라 합니다

과학의 상대성을 알리는 패러다임 이론이 등장하고 베트남 전쟁과 DDT살충제를 통해 기술의 반윤리적 결과를 접하면서, 과학의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립니다. 이에 따라 과학의, 기술의 사회적 구성론이 등장합니다. 이는 사회구성주의 학파로 대표되었는데, 과학은 사회적 맥락 위에서 생산, 구성되는 결과물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회의 역할에 과하게 칭추를 기울였기에 사회구성주의는 사회결정론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게 ANT이론입니다. ANT는 사회와 과학을 동등한 개념으로 받아들입니다. 사회구성주의처럼 사회는 고정되어있고 과학은 사회에 의해 유동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상호작용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상호작용밖에 없다”(p.40) ANT의 핵심을 잘 설명해주는 구절입니다. 상호작용은 네트워크(연결망)를 형성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속에 존재합니다. ANT는 모든 대상과 현상을 그것을 둘러싼 연결망으로 파악합니다. 주변의 어떤 요소와도 관계 맺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비인간 혹은 인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후기를 쓰는 것도 타자기, 노트북, 세미나 책, 그리고 제가 맞물려서 일어나는 작용인 것처럼요.


따라서 ANT에겐 원인이란 없고 효과만 있을 뿐이다. 본질이란 없고 오직 연결망만 있을 뿐이다.”(p125.과학기술학의 세계)

모든 것은 이종적인 요소들의 상호작용, 곧 네트워크의 효과입니다.


사회적으로 형성되는 권력도 ANT는 연결망의 결과로 인식합니다. 권력을 쟁취하는 것은 비인간 요소를 잘 활용하여 자신을 주축으로 한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치적, 사회적 권력에 관한 담론도 ANT의 관점으로 새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대칭성

ANT의 또 다른 핵심은 대칭성입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다양한 객체를 행위자라고 부릅니다. 연결망에 속해 있어 네트워크를 변화시키고 네트워크에 의해 변하는 존재는 모두 행위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ANT는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 뿐 아니라 비인간도 행위자의 범주에 포함시킵니다. 비인간(기술)도 분명히 인간의 행위를 변화시키고, 그로 인해 네트워크 내에 새로운 양상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그를 둘러싼 네트워크에 의해 재해석되기도 하고요. ANT는 인간과 비인간의 역할을 동등하게 바라봅니다. 이를 일반화된 대칭성이라고 부릅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에 적용되었던 대칭성은 사회와 과학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구성주의는 사회는 고정적이지만 과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연은 불확실하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라는, 대중의 일반적인 관념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학계에서 대세가 되었던 겁니다. 과학과 사회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타개하고자,ANT는 과학과 사회 모두 상호작용하며 서로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번역

ANT번역의 사회학이라고도 불립니다. 대칭성의 원리와 네트워크에 입각해서 과학의 지식을 새로 정립하는 과정이 번역의 과정입니다. 번역이라는 용어의 개념을 학자들마다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용어 자체에 불명료한 측면이 있습니다. ANT가 통일성을 갖춘 대중적인 이론이 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는 미셸 칼롱의 개념을 따릅니다. 번역은 네 단계를 따릅니다. 문제제기, 관심끌기, 등록하기, 동원하기.

국립해양연구소의 세 연구원은 일본에서 경험한 가리비 양식 기술을, 가리비 군락수가 감소하고 있는 생브리외 만에서 실험하려 합니다. 가브리 양식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행위자들을 끌어와야 했습니다. 생브리외 만의 어부, 과학자 동료들, 가리비를 연결망으로 포섭합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세 연구원들은 스스로를, 연결망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점인 의무통과지점으로 설정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네 부류의 행위자가 동일하게 합의하고 있는 목표, 가리비 부착이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조건/‘의무통과지점이 됩니다. 이것이 문제제기 단계입니다.

관심끌기 단계에서는 네트워크를 보다 공고히 합니다. 네트워크에 속한 행위자를 포섭해갈 수 있는 다른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작업을 합니다. 가리비가 천적에 잡아먹히거나, 해류에 휩쓸려 가는 걸 방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등록하기 단계에서는 각 행위자에게 세 연구원이 역할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행위자들의 속성으로 만들려 노력합니다.

동원하기에서는 각 행위자를 언어적 표현으로 치환합니다. 가리비는 부착되는 가리비 수의 지표로, 어부들은 그들이 발의한 의견서로 대표됩니다. 각 행위자를 동원할 수 있는 자료로 치환하면서 세 연구원은 그들의 대표자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권력을 쥐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각 행위자의 대표성이 무너지면서 네트워크는 붕괴됩니다. 불현 듯 가리비가 수집기에 부착되지 않았고, 당장의 수익에 당초 약속을 잊은 어부들이 가리비를 대량 어획했습니다. 어부들의 대표자와 그간 포획되었던 가리비는 대표성을 잃은 대변인이였지, “매개하는 대표가 아니었습니다.

댓글 3
  • 2018-04-15 13:02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정리를 해주었네요 애쓰셨어요 ^^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의 (ANT)의 대표학자인 브뤼노 라뚜르는 네트워트라는 개념이 

    일상적 용법으로 쓰이는 단어와는 함의가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철도,지하철,전화 '네트워크' 같은 통상적인 기술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엔지니어 관점에서 기술네트워크는 최종적이고 안정화된 사례이지만 

    ANT에서 다루는 행위지네트워크는 국소적이고 필수적인 경로가 없다고 합니다. 

    또한 ANT는 사회적 네트워크에 관한 연구와도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에서 네트워크는 제도,정부,국가 같은 개념이 포괄적인 것에 반작용으로

    더 사실적이고 작은 연합이 모인 것이라는 의미로 고안된 것입니다.

    그러나 ANT는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사회이론을, 사회의 본질을 재구축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NT에서 네트워크라는  단어를 여전히 쓰는 이유가 있다고 라뚜르는 말합니다. 

    이 단어가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은 데카르트적인 물질과 영혼의 구분을 피하기 위해

    물체등을 기술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존재론적인 요소를 가진 단어이며 본질을 기술하기 위해 메타포를 바꾼 것이라고 말합니다 

    근대사회가 이해하는 계층, 체계,구조 같은  관념을 사용해서는 결코 현대 사회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여러 인공물들을 사회 구조 속에 다시 도입하지 않고서는 사회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죠 

    사회 구조 속으로인공물들을 다시 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네트워크와 같은 사회이론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 2018-04-15 15:32

    일고 싶었던 책인데 읽을 기회없이 고이 모셔두고만 있었는데...

    열공들하셔서 나중에 배움을 나눠주시길^^

  • 2018-04-21 18:04

    브뤼노 라튀르가 말하는 행위자 네트워크(ANT)는

    마뚜라나/바렐라가 주장해온 자기생성개체autopoiesis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상호작용밖에 없다”라든지,

    상호작용은 네트워크(연결망)를 형성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속에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이

    마/바가 주장했던 자기생성개체로서의 3차등급의 사회체계와 정확히 연결되는 것 같네요.

    후기를 이렇게 훌륭하게 적어주니, 후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좋은 공부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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