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9 오늘의 맹자 - 양혜왕을 위한 변명

토용
2017-09-10 08:35
306

0909  내 맘대로 읽는 오늘의 맹샘.jpg 맹샘^^



  

孟子曰 不仁哉 梁惠王也 仁者 以其所愛 及其所不愛 不仁者 以其所不愛 及其所愛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불인(不仁)하도다, 양혜왕이여! 인자(仁者)

자신이 사랑하는 것으로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것에 미치게 하고,

불인자(不仁者)는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미치게 한다.” (진심 하 1)

   

  

  

맹자가 어느 날 제자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예전에 만났던 양혜왕 생각이 났나보다.

양혜왕, 참 딱한 사람이야.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다 자식까지 죽게 만들고.....”

뭐 이러면서 얘기를 하지 않았을까?

 

양혜왕은 원래 중원에서 세력을 떨치던 위나라의 군주였다.

진나라, 제나라, 초나라 등과 전쟁을 벌이다 많은 영토를 빼앗기고  대량으로 도읍을 옮겼기 때문에 양혜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많은 전쟁 중에서 특히 BC 341년 마릉 전투는 양혜왕에게 잊을 수 없는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태자 신이 포로로 잡혀가 죽었기 때문이다.

태자를 선봉에 세울 정도로 국운을 건 전쟁이었으나 결국 대패하고 나라의 존망이 위태롭게 되었다.

맹자가 양혜왕을 찾아 갔을 때는 혜왕이 마지막으로 대대적으로 현자들을 초빙하여 어떻게든 옛 영화를 되찾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을 때였다. 양혜왕은 맹자에게 부국강병의 비법을 듣고 싶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仁義.


맹자는 그렇게 많은 전쟁에서 패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는 양혜왕이 답답했겠지만, 난 그저 양혜왕이 좀 짠할 뿐이다.

강대국에서 약소국으로 전락했는데, 과거의 위세를 되찾고 싶은 건 당연하다.

그리고 계속되는 전쟁으로 성난 민심을 잠재우고 또다시 전쟁을 일으키려면 태자를 맨 앞에 내세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영토를 되찾고 싶었을까 하는 마음에 짠하고,

또 태자는 아들이 아니라 정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사지로 아들을 보내는 부모의 안타까운 마음을 양혜왕도 조금은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짠하다.

 

요즘 북한의 핵 문제로 전쟁이라는 말이 쉽게 오르내리고 있다.

만약 전쟁이 나거나 그와 비슷한 위기 상황이 되었을 때, 과연 자식을 전쟁터에 내보낼 소위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있을까.

군대도 안보내는데....(청문회를 대비해서 보내나?) 아마 먼저 빼돌리기 바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말을 듣는 양혜왕이 그래도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 2
  • 2017-09-11 08:33

    ㅎㅎ 양혜왕에게 느끼는 짠함^^?

    저는 수업시간에 우샘께서 태자까지 내세운 것은 패전했던 전쟁을 또 다시 치르는데

    백성들의 민심을 얻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으면서

    맹자의 '인자무적'이라는 신념의 무게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었습니다.

    전쟁이라는 부득이한 상황 앞에서 무엇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을 것인가?

    그 전에 당시 양나라의 형편에 응전 말고는 다른 해결책은 없었을까?

    그런 면에서 전국시대의 제후의 세계관을 생각해 봅니다.

    당시 제후라면 누구나 그런 선택을 해야한다고 여겼다면

    맹자는 누구나 그렇게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인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북핵 사태를 보면서

    등나라 문공의 질문을 떠올리곤 합니다.

    소국으로서의 정체성..... 아이고... 소국끼리 서로 좀 더 허심탄회 해 질수는 없는지^^;

    이런 넋두리야말로 '세상물정' 모르는 헛소리라 핀잔 듣는 시절일지도....

    맹자의 '인의'를 수호하려는 신념의 무게를 실감하는 요즘이기도 합니다그려....

  • 2017-09-11 09:38

    저는 양혜왕을 짠해하는 토용이 짠하네~

    괜시리 딸을 보내는 마음이 이입된것 같아서...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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