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7 오늘의 맹자-질문을 못하는 까닭
게으르니
2017-09-08 01:16
237
0907 내 맘대로 읽는 오늘의 맹샘^^
공도자가 말했다. “등경이 선생님 문하에 있을 적에 예로써 대하셔야 했을 것 같은데 그의 물음에 답하지 않으신 것은 어째서입니까?” 맹자가 말했다. “귀한 신분을 내세우며 묻는 사람, 어짊을 내세우며 묻는 사람, 연장자임을 내세우며 묻는 사람, 공로를 내세우며 묻는 사람, 연고를 내세우며 묻는 사람에게는 모두 대답하지 않는 법이다. 등경은 이 가운데 두 가지를 내세웠다.”
公都子曰 騰更之在門也 若在所禮而不答 何也 孟子曰 挾貴而問 挾賢而問 挾長而問 挾有勳勞而問 挾故而問 皆所不答也 騰更有二焉 <진심 상 43> |
맹자의 제자인 공도자가 묻는 맥락은 이런 것이다.
“선생님, 등경이 누굽니까? 등 문공의 아우님이잖습니까?
그렇게 지체가 있는 분의 물음에 대답을 않으시다니 너무 무례하신 거 아닙니까?”
우리의 맹샘, 조목조목 따져서 대답을 않은 연유를 알려주셨다.
그런데 나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맹샘의 머리위로 말풍선이 그려지면서
“제 형이 제후지, 지 놈도 제후냐?” 이런 돌직구였다^^
맹자의 대답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등경이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겠다는 태도로 물었던 것 같지는 않다.
주자는 맹자가 두 가지라고 한 것이 귀한 신분과 어짊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맹자의 문하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겠다는 의도가 있었을 텐데,
자신의 뒷배를 내세우며 꽤나 거들먹거렸나보다.
알고 싶다는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으니 맹자 또한 대답해줄 필요를 못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문장에 눈길이 머문 것은 세미나를 하고 메모를 올리면서 정교한 질문을 구성하지 못할 뿐더러
에세이를 써도 질문이 뭔지 모르겠다는 합평을 받는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맹자가 예로 든 다섯 가지 중 하나도 내세울 것 없는데 나는 왜 질문을 못 만들까?
등경이 내세운 귀한 신분이 배움의 기회를 만들지 못한 것이라면 내게도 내세우는 무엇인가 있을 수 있겠다.
그게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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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는 누가 내 얘기를 하나 싶어서 언능 읽어봤네요.
나름 맹심 애독자 입니다. 맹심보며 많은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
문득 든 생각..그 반대편도 있겠다..
이를테면 내가 여차저차를 내세우며 묻지 않거나..
상대가 여차저차임을 내세워 묻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