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서당(7강)후기

자작나무
2017-04-04 00:06
245

공손추는 부동심不動心을 물었는데 맹자는 왜 말(言)과 기(氣)로 답했을까.

지난 시간에 <맹자>에서 중요한 <호연지기>장을 배웠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자 공손추의 질문에 답하는 맹자에게서 ‘인간’ 맹자가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그 성격을 살필 수 있었다. ‘진실로 제나라 사람’인 공손추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한 자리를 얻으셔서 능력을 다 발휘하신다면 분명히 스승님도 마음이 움직이겠지요?! 라고 맹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자 맹자의 답은, 나는 40세에 이미 부동심하였다!

 

여기서 조금 똑똑한 제자였다면, 맹자가 뭔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아챘을 것이다. 나이 ‘사십’과 ‘불혹不惑’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는 이미 맹자가 자신을 공자의 경지에 결코 뒤지지 않음을 자부한 것이다. 혹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깥의 사정에 휘둘려서 자기 판단이 흔들리는 그런 자는 아니라는 뜻이다("사십, 강사"). 그런데 공손추는 맹자의 ‘말에서 그 뜻을 얻지 못하고’ 맹분보다 훨씬 뛰어나시고 고자보다도 뛰어나다며 말을 이어간다. 맹자가 보기에 기가 찰 노릇이지만, 그는 공손추의 눈높이에 맞춰서 어떻게 하면 부동심할 수 있을 것인지 그 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렇게 스승은 제자의 질문에 맞춰서 북궁유와 맹시사의 ‘勇’, 나아가 증자와 그를 경유해서 공자가 말한 ‘大勇’에 대해서 썰을 풀었다. 이 설명 과정에서도 맹자는 자신의 부동심이 바로 증자가 지키고 행한 ‘守約’을 통해서 이룩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쯤 되면 공자-증자를 이은 자로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셈이다.

 

그런데 공손추는 여기서 비슷한 단어들을 쓰면서 헷갈리게 만들었던 고자를 들고 나와서 다시 맹자의 부동심을 구체적으로 듣고자 한다. 여기서 맹자는 고자의 “말에서 얻지 못한 것을 마음에서 얻으려 하지 말고, 마음에서 얻지 못한 것을 기에서 얻으려고 하지 말라.”는 글귀를 가져와서 설명한다. 나는 사실 성향 상 고자의 말을 믿고 싶다. 상대방 말의 늬앙스에 일희일비하고, 숨겨진 듯한 저의를 뒤지고, 눈치력을 발동시켜야 하고.... 그러면 정말 힘들다. 그래서 “차라리 말에 있어서 통달하지 못하는 바가 있으면 그냥 그 말을 버려둘 것이지 굳이 그 마음속에 돌이켜 그 이치를 찾을 것이 없으니,” 동심의 끈을 그냥 싹둑 잘라버리는 것. 그런데 이렇게는 살 수 없다! 가장 비근하게 보자면, 공손추가 맹자의 말에서 얻지 못했고, 그 얻지 못해 의심하지 않아 마음에서 구하지 않았다면, 그에게 공부가 가능할까. 내게 있어 이런 후기나 독서조차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자는 전자는 불가하다고 말한다. 그래, 인정! 그럼에도...

 

내가 여기서 궁금해하는 것은, 마음을 물었는데(마음이 움직이든 어떻든) 그 답을 말과 기로 한다는 점이다. 위의 언급에서도 마음은 언어와 기와 긴밀히 관계를 맺고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는 언어를 외재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기를 외재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내재적인 힘으로 파악한다. 드러내고 드러내게 하는 힘으로서 안팎의 경계선상에 있는 것이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어쩌면 드러나고 드러내는 것도 마음이겠지만.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이 다 마음이다. 뭐, 이런 식으로 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면, 언어가 志가 되고(“지는 기의 장수다”) 기로 충만하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둥의 결론으로 쉽게 가고 만다. 이건 아닌가보다.ㅠoㅠ 다른 세미나 시간에도 말했지만, ‘마음’만 나오면 내 마음은 쪼그라든다. 나는 ‘마음고자’?! *그래서 이번 후기 같은 것은 정말 며칠을 앓아도 너무너무 하기 싫은 주제다. 후기, 늦게 올려 죄송합니다.

 

나는 마음을 자기 내면의 어떤 실체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 행동의 원인을 내 생각 혹은 정신, 즉 마음의 작용인양 여기고, 그것이 행동을 좌지우지한다는 식으로. 그런데 내 행동이 그 자체로 내 마음이다. 마음이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정신줄 놓고 어떤 행동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럴 때 보자면 행동은 몽유병처럼 어떤 신체적인 힘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내 몸이 그런 것이다. 내가 한 일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이 말도 맞다. 신체적인 힘, 맹자의 말로 하자면 ‘기’는 내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에너지다.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가끔은 정신을 뒤에 두고 폭주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기를 난폭(망동)하게 하지 말라.” 맹자와 같은 유학자들은 이런 꼴을 못 본다. 인간이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성이 그렇지 않으니깐. 이에 대해서는 계속 공부하면서 오늘 안 풀렸던 내용과 더불어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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