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펄펄 살아서...

여울아
2016-12-2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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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연극을 마치고, 첫 모임. 추적추적 비가 꽤 내렸다.  

아이들이 코가 쑥 빠져서 안 나타나면 어쩌나 했는데, 왠 걸 

연극연습 하러 그렇게 30분만 일찍 오라고 애걸복걸해도 안 오던 녀석들이 

30분전부터 나타나기 시작, 수업시작 7시30분전 모두 세미나실로 모였다. 

상현이는 오늘 학교 축제로 못 온다고 전하는데, 곧이 곧대로 들리지 않지만... 

상현이에게 시간을 줘보기로 한다. 혹시 연극을 망쳤다는 자책감으로 힘들어 하지는 않는 지 염려스럽다. 

아이들도 그런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닐런지.

al1.JPG

하지만 자리를 잡고 간단히 연극에 대한 평가를 마치고 났더니, 애들은 포즈가 바로 이렇게 풀렸다. 

al2.JPG

그리고 내년엔 뭘 할까 얘기를 시작하자 아이들은 벌떡 일어섰다. 

연극 속 장기자랑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노래를 잘 하든 못 하든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세준이는 장기자랑 같은 콘서트 아이디어를 내놨다. 그런 거라면 좀 할 수 있겠단다. 

저푸른초원위에 라는 트로트를 불렀던 기만이는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연습했다고 수줍게 밝혔다.  

음치를 극복하고 처음 배운 노래를 실감나게 불렀던 기만이! 

그러면 우쿠렐레 같이 배우기 쉬운 악기도 배워보자고 제안했다. 리코더, 멜로디언, 타악기 등도 좋고. 

그럼, 여름엔 어떤 운동을 할까? 마침 뿔옹이 스케이트보드 아이디어를 내놨다. 

아이들은 열광했다. 배워두면 뽀대날 것 같으니, 만장 일치 찬성이다. 

그럼, 보드는 어디서 구하냐고 누군가 물었다. 

뿔옹이 우리가 1학기 때 준비한 공연으로 티켓 수익을 모아보자고 제안하자,

우리 공연이 뭐 볼 거 있냐, 노래 못 하는 데 어쩌나... 아이들 편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노래 싫으면 안 해도 되, 악기 연주해도 되고, 용석이 우석이는 목공수업하니까 그 때까지 뭘 만들어보자, 

상현이와 몇몇 아이들은 제과제빵을 배우고 있는 중이니 직접 제빵을 만들어 당일 팔아보자,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 아이들은 음료를 만들어 보겠다고 나서기도 하고, 

용석이는 콘서트 당일 파는 일을 담당해보겠다며 나서는 보기 드문 일이...

콘서트 준비하면서 아이들이 문탁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을 수 있겠다!!

이런 열띤 좋은 분위기 속에서 뿔옹은 우리의 각본대로 2학기는 책을 읽어보자고 운을 뗐다. 

올해 같이 연극대본 낭독회를 했던 경험을 되살리며, 재밌는 거 보자고 나도 거들었다.  

평소같으면 에이~ 화내고 도망갈 녀석들인데, 술술 읽어보고 싶은 책 이름이 나온다. 

쉬는 시간에 레미제라블 뮤지컬을 패러디한 박근혜하야송을 듣던 영빈이는 레미제라블을, 

올 여름 교보문고에서 태현이가 샀던 루팡을 돌려 읽었는지 세준이는 루팡을, 

요즘 비극에 빠진 뿔옹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셰파우스트, 단테의 신곡까지 나왔다. 어허... 얘들 악어떼 맞아? 

물론 안다. 이 책 중 어떤 책을 읽더라도 우린 또 싸움 한 판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몇 주는 고심할 것으로 생각했던 일년치 계획이 순식간에 세워졌으니, 

남은 시간 영화 '가디언즈 갤럭시'를 봤다. 다음 주도 맘 편히 영화를 보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다음 주 필름이다 러브전이 떠올랐다. 

찾아보니,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이다. 애들이 졸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면 스토리 같이 볼 만하다. 

하지만 너무 오래되서 수위가 어느 정도였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별거 아니라고들 하니 믿고. 

다음 주는 악어떼가 파지사유 필름이다를 습격하기로 했다!
습격을 반겨 주신 문탁쌤 감사합니다~

본의 아니게 악어떼와 영화 보게 생긴 수요일 관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댓글 3
  • 2016-12-24 09:15

    ㅋㅋ 여울아^^ 알려드리지요^^ 그 날 악어떼 1기도 형아들도 출몰합니다^^

    광호, 명기, 원영^^

    그들이 볼 조제와 츠네오가 궁금하네요^^ ㅋㅋ

    • 2016-12-24 15:07

      ㅋㅋ 애들이 워낙 눈치껏 하겠지만 영화 관람을 방해할 걱정은 없겠어요. 

      2기들이 1기 형들을 무서워 하더라구요. ㅎㅎ

  • 2016-12-24 14:22

    이게 뭔 일이야...

    아이들과의 한번의 회의로 내년계획이 모두 나왔다구? ㅋㅋ

    그럼 2017은 공연 - 보드 - 책읽기.......? 

    아싸.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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