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 왈 수행 - 릴레이 ②

담쟁이
2016-10-30 23:01
272

뜨겁게 달구던 8월 말복을 넘기며 시작된 나의 100일 수행 논어암송은 오늘로 67일을 넘고 있다.

처음 논어암송을 시작한다고 마음먹었을 때 생각은 단순했다.

항상 몸보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는 내가 100일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무언가를 꾸준히 해 보는 경험이 어떤 변화를

가져 다 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덤으로 올 봄 고전공부를 시작하면서 한자와 문장들이 도통 눈에 익지 않아

이번 기회에 공부를 몸에 익혀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처음에는 100일 동안 논어 반 권 분량을 외우리라는 야심찬 목표도 정하고 분량도 그에 맞게 나누어 계산하고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수행 하루하루가 눈뜨면서부터 부담이 시작되고  얼른 해치워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수행이란 무엇인지, 수행이 매일 새롭게 나에게 의미가 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몸을 바꾸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수행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그 날 외울 구절을 노트에 써 보기로 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의미도 더 와 닿았다.  암송을 시작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고로께와 마로니 쌤이 암송 수행에 같이 동참했고 얼마 전 사서카페에서 같이 공부하는 지행님과 꽁땅도 같이 합류했다.

 우리는 매일 카톡방에서 만나 서로가 외운 것들을 암송하고 매 주 화요일 만나서 그 동안 외운 부분들을 같이 암송한다.

시작도 다르고 외우는 범위도, 방식도 다르지만 암송한 문장들에서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 의미들을 이야기한다. 혼자서 외울 때는 몰랐던 것들이 새롭게 가슴에 와 닿기도 하고 그래서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이제 나에게 논어암송 수행은 부담이 아닌 날마다 새로움으로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혼자서 수행했다면 알지 못했을지도 모를 것들을 사람들과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다.

암송한 부분의 구절들의 의미를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자료까지 찾아서 알려주시는 마로니님. 암송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음에 부담감으로 이걸 왜 시작했을까 후회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외우며 암송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고로께님, 새롭게 합류한 지앵님과 콩땅님 덕에 암송은 더 즐거워졌다. 같이 암송하고 있을 때면 마치

 같이 합창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에 순간 좌절하지만 잊은 것을 다시 불러와

 외우고 또 외울 때마다 선명해지는 문장의 기억과 함께  내 마음도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다.

작년 축제 때 던져진 ‘반 성장, 좋은 삶’에 대한 질문은 지금 내 안에 수행이라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행이라면

일반적으로 혼자서 몸과 마음을 닦는 것이라는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탁에서의 수행은 앎과 삶의 간극을 좁히고 일상이 수행임을 서로 일깨워주는 공동체성을 확인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을 알아가고 매 순간 몸으로 새기는 과정이 지금 나에겐 수행인 것 같다. 

이제 100일 수행의 반을 넘어섰지만  나는 마음의 욕망을 덜어내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리듬을 맞추며 집중한다. 그래서

수행은 나에게 매일 떨리는 마음으로 만나는 일상의 기쁨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댓글 4
  • 2016-10-30 23:26

    어느날 담쟁님의 간택을 받아

    논어구절이 적힌 책갈피를 

    받았을 때 정말 기분 좋았어요~

    옆에서 지켜보면 힘들기도 하시겠지만

    수행을 즐기려고 하시는 모습도 보여요..

    전 뭔가를 시작하려면 좀 오래 걸리는데

    수행하려면 100일은 해야지 하면서 

    선뜻 수행을 시작하시는 모습이

    멋져보였어요~

    화이팅 임다!!!^^

  • 2016-10-31 00:13

    孟武伯問孝, 子曰, ,"父母唯其疾之憂"

    딸이 고3이지만 아프다는 소리만 하면 공부고 뭐고

    아무것도 중요한게 없더군요.

  • 2016-11-01 17:57

    중용팀도 그룹콜로 함께 암송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

    한 번은 씀샘 목소리가 헬륨 가스 마신 목소리로 들려

    암송 듣다 배꼽을 잡고 웃었다는~~~

  • 2016-11-02 08:55

    합창하고..리듬을 맞추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내 욕망의 물결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떤걸까요?

    다른분들 얘기도 듣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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