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강연] 어떤 독서 예찬
문탁
2016-10-25 21:40
427
11월5일 인문학축제 첫번째 공개강연(11월 5일, 토, 오후 2시)의 강사이신 이연학 신부님이
작년 10월 <성서와 함께>라는 잡지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독서가 뭔지, 독서는 어떻게 수행이 되는지에 대해 쓰셨네요.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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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독서예찬
이연학
글읽기의 즐거움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학 울음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 두는 소리, 섬돌에 비 떨어지는 소리, 창으로 눈이 흩날리는 소리, 차(茶)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중에서도 지극한 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송나라 문절공 예사 어른이 쓰셨다는 이 문장을 두런두런 소리내어 읽노라니, 문득 행간에서 솔바람과 시냇물의 서늘한 기운이 새나오는 듯하다. 산새와 풀벌레 소리, 학 울음과 거문고와 바둑돌 소리, 빗소리와 찻물 끓는 소리가 생생히 들리다 못해 보이는 듯하다. 마침내 누군가 낭랑하게 책읽는 소리까지 보이는 듯 하다. 아하, 이것이 바로, 낭송 때에 생긴다는, "죽은 글자들의 부활" 사건이로구나!
걷는 일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은 안다. 걷기가 그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만은 아니란 사실을. 그것은 그 자체로 충만한 의미요 목적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어떤 현자께서 말씀하셨다. '길'과 '도로'가 같은 말이 아니라고(신영복). 글읽기는 실용적 지식이나 정보 습득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취미'의 영역으로 한정되지도 않는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과 고마움 중 하나는, 지금도 끊임없이 읽을 만한 글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배움의 기쁨, 호학(好學)의 열락이 내 안에서 샘솟는다는 사실이 너무도 고맙다. 오래된 말씀(고전) 배우는 기쁨이 새삼스럽고, 새로운 관점을 밝혀주는 말씀 듣는 일이 더없이 반갑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그렇다, 호학 자체가 정녕 창조주의 큰 은사다.
글읽기의 괴로움
그러나 글읽기가 마냥 즐거움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워야 하는 수행이기도 하다. 흔히 '공부'로 번역하는 영어 study는 라틴어 studium에서 유래한다. studium은 옛 사람들에게 애정어린 관심을 뜻하기도 했고,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된 것에 대한 충직한 헌신, 그 노고(勞苦)의 과정을 뜻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것은 수도승들의 '수행(askesis)'과 거의 동의어이기도 했다. 중세의 큰 스승 생 빅토르의 후고(+1141)는 <읽기 수행에 관한 교육(Didascalicon de studio legendi)>이라는 보석같은 작품을 남겼는데, 제목에 '읽다(legere)'와 붙어서 나오는 '수행(studium)'이란 단어에는 애정이란 뉘앙스도 노고란 뜻도 다 들어있다.
글읽기가 노고인 이유는 무엇보다 그것이 애초에 '머리'만 쓰는 '정신노동'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묵독(默讀)을 아직 모르던 구송문화(口誦文化) 시절의 옛 사람들에게 그것은 온 몸을 쓰는 '육체노동'이었다. 이반 일리치 선생에 따르면 텍스트가 기록된 두루마리나 꼬덱스(codex, 오늘의 '책')를 통해 그들은 '추상화된 생각(abstraction)'이 아니라 '물질로 구체화된 생각(incarnation)'을 만났다. 그래서 두루마리나 책을 읽는 일은 하나의 몸, 혹은 인격(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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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을 넘어 영성으로 진입하는 글읽기의 수행..
제게도 책읽기가 그런 수행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