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쳐 먹어 ......

가마솥
2011-01-17 11:29
3444

우리집 여자들이 인도로 날아 간 뒤, 일주일이 되었다.

물론, 인디언님이 우리 남정네들이 일용할 양식을 이것 저것 냉장고에 채워 놓고 말이다.

 

아들 놈을 위해서는 삼겹살을 몇 팩,

나 한테는 뼈국물과 함께 식사하라고 큰 '들통'을 가득 채워 놓았다.

(참고로, 들통의 사이즈를 보면 인디언님의 여행 기간을 추정할 수 있다)

 

매번, 설걷이가 문제이다.

녀석하고는 공정(?)하게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는 데, 최근에는 나의 승률이 좋다.

해서, 짜식이 이 핑계 저 핑계로 설걷이를 빼기 일쑤이다.

감기 걸렸다는 둥(감기와 설걷이가 무슨 상관 ?)

고 3 이 되어서 바쁘다는 둥(공부나 열심히 하면서 하면.....끙 !)

 

어제 저녁도 설걷이를 하지 않고 내 뺄 기세이다.

저녁을 먹으면서 설걷이 문제로 신경전을 피면서 몇 '합'을 주고 받았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빠, 안 질려 ? "  (끼니 때마다 매번, 뼈 국물을 데워서 먹으니......)

"안 질려 .....너는 삼겹살 안 질리냐 ? (녀석은 점심(학교에서 줌)을 빼고 하루 종일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

"고기가 왜 질려 ? 안 질려......"

"나도 사골 국물은 아무리 먹어도 안질려 ....." (쨔샤 ! 시비 걸지마.)

 

"........ 음.     아빠, 그래도 소금은쳐 먹어라. "  (파썰기가 귀찮아서 소금만 넣어 먹다가, 요즘은 이 마져도 안 넣고 그냥 먹는다)

"뭐 ? 뭐라고 ?   쳐 먹으라고 ?   너, 아빠한테 '쳐 먹으라'고 할 수 있냐 !"

"아니, 그게 아니고.....'소금'을 쳐 먹으라고....."

"그게, 그 말 아냐 ! 쨔샤 !  결국,  '쳐 먹으라'는 얘기잖어  ......"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설걷이와 연계를 .....ㅋㅋ)

" 아니, 소금 쳐 먹으라는 것이 뭐 잘못 .....그럼, 뭐라고 해 ?"

" 얌마, 이렇게 국어를 못해서야......아버지, 소금 넣어 드세요....라고 하면 되잖아 !"

"그게, 그말 이지....뭐가 달라 ?"

 

"이 자슥이, 그래도....니들끼리 하는 함부로 할 수 있는 말이 있고, 상대방 기분 나쁘지 않게 해야 할 말들을 가려 쓸 줄 알아야지.

그리고 너,  니 식사도 좀 그래.  니가 삼겹살 구워 먹은 거 설걷이 하려면 기름기 때문에 아주 죽겠어."

 

" 니 삼겹살도 그렇고, 오늘 아빠한테 '쳐 먹어라'고 말한 벌칙으로 오늘은 '니가 설걷이 해라'  "

" ............."

"왜,  불만있냐 ?" 

 

"음.....불만없어......말 한번 잘못한 것 가지고.....할 수 없지 뭐."  (말없이 저녁을 마저 먹는다. ) 

 좋아... 오늘은 작전이 통할 것 같다.

 

녀석은 아무 말없이 저녁을 마치고 지 놈 그릇을 싱크대에 넣더니,

" 근데, '아버지, 소금 좀 넣어 드세요'.....  이제 됐지 ?  " 라고 말하고는 독서실 간다고 휭 ~ 내 뺀다.

 

결국 작전 실패.  쩝.

 

피에쑤 :

문탁님이 '공사중' 팻말을 들고 화난 표정이어서 ......우리집 개그를 소개했는데....좀 썰렁하네.

문탁님이 씩씩거리신다면 이는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청신호이긴 하나, 지속되면 곤란 할 듯.

'공사'를 직접 하지 마시고('공사중'), 하명 하십시요.

 

 

 

 

 

 

 

 

 

 

 

댓글 5
  • 2011-01-17 13:20

    인디언님의 여행이 길어지고,

    문탁샘의 공사가 길어지면,

    가마솥님은 개그맨오디션 보셔도 되겠어요^^

    기대할게요!

  • 2011-01-17 15:43

    눈물이 앞을 가리네...ㅠㅠㅠ...

    문탁으로 식사하러 오세요. 그럼 설거지로 아들과 싸울 일도 없잖아요? ㅋㅋㅋ

  • 2011-01-17 18:25

    그냥 경섭이 시키는대로 소금 쳐 먹으세요...

    • 2011-01-18 10:24

      우리 집도 간혹 클레오가 멀리 원정을 가는데

      이럴 때 자식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가용 노동력 4명 ..   물론 저는 감독 역할만 ^^.

      (아빠도  너희만할 때 실컷 다했어 임마들아 ..   할머니께 물어봐 ^^.)

       

      근데 문제는 이 연놈들이 설거지 때마다 젓가락이라도 하나 더 나오면

      서로 신경전을 펴는데...   아~~ 이것도 옆에서 매번 볼려니 열 받아

      성질 급한 제가 하고 맙니다.  우씨~  이게 아닌데 후회 하면서ㅠㅠ

      • 2011-01-18 12:30

        ㅎㅎㅎ 자식 부려먹으려면 성질 급해서는 힘들죠...

        그나저나 가용 노동력 4명은 참 부럽습니다.

        그 대신 부양가족 5명이라는 소문이... 댓글 달 시간에 빨리 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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