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떼, 이런 모습 처음이야~
여울아
2016-06-04 03:19
609
그래도 시작인데, 탁구 사진도 못 찍고...
요즘 악어떼 근황을 비주얼로 궁금해하시는 분들을 위한 뽀너스 사진 두 장 투척합니다.
여기는 어디일까요?
낯익은 장소인 분도 있을 겝니다. 바로 구미도서관입니다.
2주전 탁구를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습니다.
12월 주학인문학축제 <향연> 때 공연할 연극대본을 쓰기 전에 책 한 권 선정해서
다함께 읽고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감성을 불러일으킬 책을 찾으러~
처음 문헌정보실에 발을 디딘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더군요.
추천 리스트를 줬더니 아이들이 직접 책 제목도 검색하고, 서지정보 대로 책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무슨 책일까요?
지난 2주 동안 아이들이 읽은 책입니다.
제 도서대여증으로 그 날 다섯 권의 책을 대여해왔습니다.
은우는 아큐정전을,
상현이는 동물농장을,
영빈이는 구덩이를,
세준이는 기억전달자를,
진로체험 때문에 함께하지 못 한 우석이와 기만이에게는 어쨌든 밸런타인을 빌려줬습니다.
초등학생인 은우는 분량이 적다는 이유로 아큐정전 당첨.
고 1 상현이는 핸드폰만 쳐다보다가 동물농장 당첨.
중 3 영빈이는 그래도 영화로 본 소설이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구덩이 당첨.
고1 세준이는 읽고 싶은 책이라며 직접 찾아낸 기억전달자 당첨.
그리고 사진에 나오지 않은 고2 용석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찾고 읽기 힘들어 해서 패스~
그리고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책 어쨌든밸런타인은 영빈이에게 들려 보내며 결석한 녀석들에게 읽으라고 전해달라 신신당부.
그렇게 우리는 1주일 뒤 만났습니다. 그 날은 문탁2층에서 캡틴아메리카를 보던 날.
빌린 책을 다 읽은 아이가 없었습니다. 수준에 맞지 않게 낑겨 있는 은우정도?
상현이가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는 책이 쉽지 않겠냐며, 흘리듯 추천했습니다.
제가 검색해보니 괜찮은 책 같아서 도서관에 갔습니다.
평범한 고등학생 재석이가 방황을 끝내고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기로 결심했다는 결론이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줄지 고민스럽긴 하지만 책을 빌렸습니다.
악어떼 스스로 추천한 것이 기특하지 않습니까.
또 다시 1주일이 흘렀습니다. 이번엔 탁구 첫 날~
탁구장으로 출발하기 위해 모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서로 먼저 자기가 읽은 책 내용 얘기하느라 난리난리.
세준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서 어려웠다고 합니다.
기만이는 6명의 친구들 이야기가 우리가 각각 맡아 연기하기 좋겠다, 재밌었다고 합니다.
상현이는 동물농장을 끝까지 제대로 읽지 않은 것 같습니다. 1주일전 얘기하던 것에서 크게 진전된 게 없습니다.
영빈이도 책 수준을 우습게 보더니 다 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형들 틈에서 조용합니다.
탁구를 마치고 돌아온 운동장에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4권을 풀었습니다.
애들 사이에서는 꽤 입소문이 좋은 책인지 다들 흔쾌히 책 한 권씩 받아듭니다.
다음 주 아이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낼까요?
맞지 않는 옷은 아무리 이뻐도 손이 가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르듯 우리의 책을 고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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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고전학교에서 고전하고 있는 1인,
여울아샘께 한 수 배워야겠어요^^!
여울아의 글을 읽으며 왜 콧등이 시큰해질까요?
스마트폰이나 만지작거리던 아이들이 책읽는 모습, 상상이 안갔는데...
언젠가 문탁샘이 지원이랑 풍경을 가리켜 한 말이 기억나는데
그 애들은 분명 책을 몸으로 읽을 거예요....
여울아나 게으르니나 애들과 무엇을 함께 한다는 것의 수고로움이 어떤 건지,
그 기다려주고 헤아려주는 것의 어려움이 어떤 건지 잘 알 것 같네요.
고생하세요.ㅎㅎ
참...뭐라고 할까요...
애들도 대견하고 여울아샘도 대단하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수행의 길은 끝이 없다지만 어쨌건 지금 우리는 온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