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을 걷다

우연
2015-06-24 09:50
631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런 책 읽기에 덧붙여진 또 하나의 책 읽기였으니까.

요즘 나의 책 읽기가 그러했다. 별로 신기할 것도 새로운 것도 없는 흘러가는 일상 속에 습으로 존재하는 독서.

떠나고 싶었다. 언제나 내 머리 속을 떠 다니는, 길 위로 나서고 싶다는 역마살이 꿈틀대던 시기였다.

강좌지기의, 여유분의 자리가  3자리 남았다는 공지를 보고 뒤늦게 신청하였다.

매일 훑어보던 홈피에서 눈에 보이지 않던 글귀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길 위에서 길을 묻다.'

1강에서, 우리는 누구나 求道의 길 위에 있고 함께 가되 결국은 혼자가는 길이라는 사실에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나의 궁극점은 구도의 자세였나?

 모두 자기의 주장이 옳다고 떠들어 대는 강한 신념에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나 자신 말고 과연 무엇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신체의 야생성이 가장 강하게 활동하는 청소년기의 허크를 통해 잠재워져 있는 나의 야생성을 다시 살펴본다.,

이제 사회의 뭇 여론에도, 규격화 된 삶의 의무에도 조금은 자유로워졌다고 느끼는 이 나이에 나의 내면에서 다시 일으켜 세울 나의 야생성은 무엇일까. 신체의 노쇠함은 활동의 야생화를 저지하지만 사고의 경험은 인식의 야생화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닌가? 나이가 들면 자신의 사고에 더욱 매몰되게 되는 건가?^^)

이 책은 19c  미국의 시민화된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인간의 추잡한 본능을 얼마나 교묘히 포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사회화되지 않은 열혈 청년-청년이라고 하기보다는 소년에 가깝지만-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세련(?)되고 교양있는 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추악한 뒷모습을 감추고 있는가를. 자신의 야생성을 버리고 힘들게 따라가야 하는 길이 구도의 길이기는 커녕 인간의 모순을 그럴싸하게 감추고 있는 헛된 망상의 모습이기에 허크는 이 길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신의 욕망에 따라 길을 나섰다. 이런 용기가 진정 부럽다.

강의 도중 문자가 왔다.

A  : 뭐 해?

나 : 강의 들어. 길 위에서 길을 묻다.

A : 길 위에서 뭔 길을 물어? 그냥 가면 되지. 인간들 참 피곤하게 살아.

나 : 허걱, 너 道 통했구나.

A : 근데 나도 끊임없이 묻고 있어. 누구보다도 많이. 한 발자욱 떼기가 겁나.

나의 길은 어떠한가,  나의 아생성에 얼마나 충실히 따르고 있는가.

지친 다리를 끌고 묵묵히 걷는 과정에서 나는 손오공을 만나고 동키호테를 만나고 허크를 만났다.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나는 모른다. 다른 이들이 걷는 길이 더 편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허나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고 중단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걸어간다는 것일게다.

묻고 따지고 셈하고 계산하지 않고 그저 걸어갈 뿐이다.

저팔계가 옆에 있고 산초가 옆에 있고 짐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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