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차명식의 책읽습니다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⑫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말한다 (1) 장성익,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도시가 탄생한 뒤 그리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도시의 침묵을 알아차렸다. 도시에서의 삶은 이전보다 외롭고, 각박하고, 파편적이다. 한동안 그것들은 그저 견뎌내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곧 그러한 침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의 형식을 발명하고자 했다. 그들은 그 형식의 이름을 다시 ‘마을’이라 했다.     언제부터인가 도시 곳곳에서 말해지는 ‘마을’의 이름은 도시 한 가운데서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슈퍼 아저씨’, ‘옆집 아줌마’, ‘아래층 할머니’ 등 한동안 익숙함의 루트에서 빗겨난 채 낯설음의 영역에 방치되어 있던 관계들을, 과거 시골 마을들이 그러했듯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다시 이어내자는 의미다.   그리고 장성익의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는 그러한 일련의 시도들을 아주 잘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⑫   그러므로 사람들은 다시 마을을 말한다 (1) 장성익,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도시가 탄생한 뒤 그리 오래지 않아 사람들은 도시의 침묵을 알아차렸다. 도시에서의 삶은 이전보다 외롭고, 각박하고, 파편적이다. 한동안 그것들은 그저 견뎌내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곧 그러한 침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도시에서의 새로운 삶의 형식을 발명하고자 했다. 그들은 그 형식의 이름을 다시 ‘마을’이라 했다.     언제부터인가 도시 곳곳에서 말해지는 ‘마을’의 이름은 도시 한 가운데서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의미한다. ‘슈퍼 아저씨’, ‘옆집 아줌마’, ‘아래층 할머니’ 등 한동안 익숙함의 루트에서 빗겨난 채 낯설음의 영역에 방치되어 있던 관계들을, 과거 시골 마을들이 그러했듯 ‘동네 사람’들과의 관계망을 다시 이어내자는 의미다.   그리고 장성익의 『내 이름은 공동체입니다』는 그러한 일련의 시도들을 아주 잘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
차명식
2018.12.29 | 조회 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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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⑪    도시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연작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도시는 난산 끝에 태어났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의 감시와 탐욕스런 투기꾼들의 눈치싸움, 변두리로 추방당한 사람들이 있은 끝에 남겨진 땅 – 그 땅 위로 탐식하듯 허겁지겁 올라간 빌딩과 아파트들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도시의 모습이다. 그런 까닭에 도시에는 항상 ‘메마른’, ‘삭막한’, ‘차가운’, ‘외로운’ 따위의 형용사들이 달라붙는다. 우리는 제각기 흩어져 홀로 부유하는 도시의 사람들을 상상하며 또한 그 상상을 실제로 살아간다. 그것이야말로 ‘도시다움’이다.     그리고 ‘도시다움’에 익숙한 나와 아이들에게 『원미동 사람들』 이 그리는 도시의 모습, 80년대 부천시 원미동의 풍경은 낯설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양귀자는 『원미동 사람들』 작가 후기에서 그녀가 영위했던 원미동에서의 삶을 다음과 같이 풀어낸다.     「한동네에서 6, 7년을 산다는 일은 이웃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⑪    도시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 양귀자, 『원미동 사람들』 연작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도시는 난산 끝에 태어났다. 서슬 퍼런 독재정권의 감시와 탐욕스런 투기꾼들의 눈치싸움, 변두리로 추방당한 사람들이 있은 끝에 남겨진 땅 – 그 땅 위로 탐식하듯 허겁지겁 올라간 빌딩과 아파트들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도시의 모습이다. 그런 까닭에 도시에는 항상 ‘메마른’, ‘삭막한’, ‘차가운’, ‘외로운’ 따위의 형용사들이 달라붙는다. 우리는 제각기 흩어져 홀로 부유하는 도시의 사람들을 상상하며 또한 그 상상을 실제로 살아간다. 그것이야말로 ‘도시다움’이다.     그리고 ‘도시다움’에 익숙한 나와 아이들에게 『원미동 사람들』 이 그리는 도시의 모습, 80년대 부천시 원미동의 풍경은 낯설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양귀자는 『원미동 사람들』 작가 후기에서 그녀가 영위했던 원미동에서의 삶을 다음과 같이 풀어낸다.     「한동네에서 6, 7년을 산다는 일은 이웃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차명식
2018.12.02 | 조회 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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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⑩  그리고 도시가 태어났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 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나와 아이들이 함께 수업한 문탁 네트워크는 용인 수지지구 동천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즈음에는 우리 집도 그 부근에 있었는데, 대충 13년 정도를 거기서 살았던 것 같다.     13년 전 내가 처음 동천동에 왔을 때에는 지금 들어선 건물들의 채 절반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자리에는 높은 철제 벽이 둘러쳐져 있었고, 얼핏 보이는 틈 사이로는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에 무너져가는 단독주택이 보였다. 해가 질 무렵이면 들개들이 그 폐가에 모여들어 울어댔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그 옆을 지나야 했다.     그런가 하면 학교 가는 길에는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앙상한 널빤지를 밟고 개천을 건너면 나무판이며 각목을 얼기설기 엮어 세운 지붕 낮은...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⑩  그리고 도시가 태어났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 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나와 아이들이 함께 수업한 문탁 네트워크는 용인 수지지구 동천동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즈음에는 우리 집도 그 부근에 있었는데, 대충 13년 정도를 거기서 살았던 것 같다.     13년 전 내가 처음 동천동에 왔을 때에는 지금 들어선 건물들의 채 절반도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자리에는 높은 철제 벽이 둘러쳐져 있었고, 얼핏 보이는 틈 사이로는 잡초가 무성한 황무지에 무너져가는 단독주택이 보였다. 해가 질 무렵이면 들개들이 그 폐가에 모여들어 울어댔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그 옆을 지나야 했다.     그런가 하면 학교 가는 길에는 근현대사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앙상한 널빤지를 밟고 개천을 건너면 나무판이며 각목을 얼기설기 엮어 세운 지붕 낮은...
차명식
2018.11.27 | 조회 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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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⑨    가족이라는 ‘홈 패인 공간’ 조나던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성공으로 향하는 9단계’를 강의하는 아버지는 보잘 것 없는 출판 계약 하나만 바라봐야 하는 실패자다. 어머니는 몇 주에 걸쳐 저녁 식사를 패스트푸드와 종이 식기로 때우는 중이다. 할아버지는 마약 중독자에다 아이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섹드립을 일삼고, 문학교수이자 게이인 외삼촌은 동성 애인에게 차여 자살을 시도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런가 하면 아들은 항공학교에 들어가 파일럿이 되겠다며 아홉 달째 침묵시위 중이며 일곱 살짜리 막내딸은 오매불망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을 꿈꾼다.     대충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 이 콩가루 집안이 바로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가족이 정상이 아니란 건 비단 우리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등장인물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가족이 제대로 된 가족은 못됨을 알고 있다. 단지 그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버리고, 입을...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⑨    가족이라는 ‘홈 패인 공간’ 조나던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미스 리틀 선샤인』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1.     ‘성공으로 향하는 9단계’를 강의하는 아버지는 보잘 것 없는 출판 계약 하나만 바라봐야 하는 실패자다. 어머니는 몇 주에 걸쳐 저녁 식사를 패스트푸드와 종이 식기로 때우는 중이다. 할아버지는 마약 중독자에다 아이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섹드립을 일삼고, 문학교수이자 게이인 외삼촌은 동성 애인에게 차여 자살을 시도했다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런가 하면 아들은 항공학교에 들어가 파일럿이 되겠다며 아홉 달째 침묵시위 중이며 일곱 살짜리 막내딸은 오매불망 미인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만을 꿈꾼다.     대충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 이 콩가루 집안이 바로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의 주인공들이다. 이들 가족이 정상이 아니란 건 비단 우리들만의 생각은 아니다. 등장인물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가족이 제대로 된 가족은 못됨을 알고 있다. 단지 그 사실로부터 눈을 돌려버리고, 입을...
차명식
2018.10.26 | 조회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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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⑧ 어머니라는 ‘익숙함’ 김고연주, 『우리 엄마는 왜?』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문탁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혼 여성이 상당히 많고 그분들 중 대부분은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이다. 게다가 그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문탁네트워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가끔은 나와 함께 공부를 하거나 여타 활동을 함께하는 분들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로 인해 나는 때때로 매우 미묘한 상황에 처한다.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입으로 자신들의 ‘엄마’에 대해 듣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머니들과 공부를 하면서 어머니 입장에서 보는 ‘아이들’에 대해 듣게 된다. 그럴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떠한 낯설음이다. 그들이 묘사하는 상대방의 모습에서도, 상대방을 묘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도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들이 읽힌다. 그것은 내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정체성이다. 어머니로서의 정체성, 아이로서의 정체성, 가족으로서의 그들.  ...
   일요일 2시 중학생들과  책 읽습니다 ⑧ 어머니라는 ‘익숙함’ 김고연주, 『우리 엄마는 왜?』            글 : 차명식 (청년길드)      대학교를 졸업한 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중학교 아이들과 인문학을 공부했다. 2년간 함께했던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 시간들을 이대로 흘려보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에 그 간의 수업들을 가지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나만의 글이 아니다. 나의 목소리와 더불어 아이들의 목소리 역시 읽는 이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글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0.     문탁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에는 기혼 여성이 상당히 많고 그분들 중 대부분은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이다. 게다가 그 아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문탁네트워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가끔은 나와 함께 공부를 하거나 여타 활동을 함께하는 분들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로 인해 나는 때때로 매우 미묘한 상황에 처한다. 한편으로는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입으로 자신들의 ‘엄마’에 대해 듣게 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 어머니들과 공부를 하면서 어머니 입장에서 보는 ‘아이들’에 대해 듣게 된다. 그럴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떠한 낯설음이다. 그들이 묘사하는 상대방의 모습에서도, 상대방을 묘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도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모습들이 읽힌다. 그것은 내가 알지 못했던 그들의 정체성이다. 어머니로서의 정체성, 아이로서의 정체성, 가족으로서의 그들.  ...
차명식
2018.10.09 | 조회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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