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읽기 남어진의 밀양통신
동화전 사랑방             글 : 남어진 (밀양대책위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화전 사랑방을 뜯게 되었다. 한때는 ‘철탑 막는 데모’를 함께 했던 땅주인이 땅을 비워주길 요구했다. 수없이 근거지를 세우고 뜯어왔지만 때마다 이 씁쓸한 느낌은 희석되지 않는다. 7평짜리 조립식 농막 하나 뜯는다고 생각하면 편할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방은 하늘에 있는 팽창섭 아저씨의 땀이 배어 있고, 농활 온 사람들과 손수현 아저씨의 막걸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담겨 있고, ‘포기는 없다’라는 뜻이 새겨 있는 공간이다. 귀영엄니의 높은 목소리와 은숙엄니의 빠른 말이 어우러지던 순간이 그립다. 글을 읽는 당신들의 기억에도 동화전 사랑방은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만들어줬던 공간이 사라진다.                2014년 행정대집행 이후, 우리는 송전탑 경과지 7개 마을에 사랑방을 세웠다. 대부분의 이장들이 ‘송전탑 찬성’으로 넘어가, 더 이상 마을회관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전탑을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들과 연대자들에게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각 마을 사랑방들은 ‘반대 주민의 마을회관’으로 잘 쓰여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했다. 철탑이 완공된 지 4년, 포기하는 주민은 더 늘었다....
동화전 사랑방             글 : 남어진 (밀양대책위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화전 사랑방을 뜯게 되었다. 한때는 ‘철탑 막는 데모’를 함께 했던 땅주인이 땅을 비워주길 요구했다. 수없이 근거지를 세우고 뜯어왔지만 때마다 이 씁쓸한 느낌은 희석되지 않는다. 7평짜리 조립식 농막 하나 뜯는다고 생각하면 편할 일인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방은 하늘에 있는 팽창섭 아저씨의 땀이 배어 있고, 농활 온 사람들과 손수현 아저씨의 막걸리잔 부딪치는 소리가 담겨 있고, ‘포기는 없다’라는 뜻이 새겨 있는 공간이다. 귀영엄니의 높은 목소리와 은숙엄니의 빠른 말이 어우러지던 순간이 그립다. 글을 읽는 당신들의 기억에도 동화전 사랑방은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 많은 일을 함께 할 수 있게 만들어줬던 공간이 사라진다.                2014년 행정대집행 이후, 우리는 송전탑 경과지 7개 마을에 사랑방을 세웠다. 대부분의 이장들이 ‘송전탑 찬성’으로 넘어가, 더 이상 마을회관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전탑을 여전히 반대하는 주민들과 연대자들에게 보금자리가 필요했다. 각 마을 사랑방들은 ‘반대 주민의 마을회관’으로 잘 쓰여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변했다. 철탑이 완공된 지 4년, 포기하는 주민은 더 늘었다....
밀양통신
2018.03.26 | 조회 1140
지난 연재 읽기 남어진의 밀양통신
가뭄과 한파        글 : 남어진 (밀양대책위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서울과 충청, 전라도는 폭설이 왔다고 하는데, 남부지방은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온 비를 두고 한 할머니가 “내가 울어도 이것보다는 많이 오겠다”고 말했더니, 다른 할머니가 “운문댐에 물이 한 바가지 남았다더라.” 라고 대꾸했다. 청도 운문댐과 밀양댐은 댐이 생긴 이후 가장 낮은 저수율을 기록 중이다. 밀양댐은 올해 1월 27%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고 운문댐은 8.4%만 남아있다. 정말 한 바가지만 더 쓰면 물이 바닥날 지경이다.   가뭄에 가장 먼저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은 농부들이다. 동화전에서 농사짓는 빛나누나는 대파를 심었는데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물을 퍼다 조리개로 줬다고 한다. 안 그랬으면 대파가 말라죽을 뻔했다. 작년 여름, 어르신들께 땅이 딱딱해져서 양파가 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 집 수도꼭지에는 물이 잘 나왔기 때문에 “가물어서 큰일이에요”라고 말은 했지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실 물도, 씻을 물도, 밥을 지을 물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 되었다. 물이 마르면 곡식이 마른다. 가뭄이 지속된다면 밀양 시내에 있는 나, 더 큰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번질 것이다. ‘눈물을 타고 흐르는...
가뭄과 한파        글 : 남어진 (밀양대책위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 서울과 충청, 전라도는 폭설이 왔다고 하는데, 남부지방은 오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온 비를 두고 한 할머니가 “내가 울어도 이것보다는 많이 오겠다”고 말했더니, 다른 할머니가 “운문댐에 물이 한 바가지 남았다더라.” 라고 대꾸했다. 청도 운문댐과 밀양댐은 댐이 생긴 이후 가장 낮은 저수율을 기록 중이다. 밀양댐은 올해 1월 27%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고 운문댐은 8.4%만 남아있다. 정말 한 바가지만 더 쓰면 물이 바닥날 지경이다.   가뭄에 가장 먼저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은 농부들이다. 동화전에서 농사짓는 빛나누나는 대파를 심었는데 지하수가 나오지 않아 물을 퍼다 조리개로 줬다고 한다. 안 그랬으면 대파가 말라죽을 뻔했다. 작년 여름, 어르신들께 땅이 딱딱해져서 양파가 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우리 집 수도꼭지에는 물이 잘 나왔기 때문에 “가물어서 큰일이에요”라고 말은 했지만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실 물도, 씻을 물도, 밥을 지을 물도 나오지 않을 상황이 되었다. 물이 마르면 곡식이 마른다. 가뭄이 지속된다면 밀양 시내에 있는 나, 더 큰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피해가 번질 것이다. ‘눈물을 타고 흐르는...
밀양통신
2018.02.25 | 조회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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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이후 밀양             글 : 남어진 (밀양대책위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월 20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백지화를 염원하며 마지막 108배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절을 하는 동안 나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생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공론화위 위원장이 권고안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19% 차이가 난다고 했을 때 이미 사람들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 이후 가장 많은 기자들이 온 기자회견이였다. 카메라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싶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으로 모두 함께 가자고 선언하고 싶었다.      결국 우리는 땅을 치고 우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동래할머니는 “이거는 아니다.. 이거는 아니다.”라고만 말하셨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차에서 “전국 곳곳을 쌔 빠지게 돌아다니고, 대통령한테 편지 쓰고, 사람을 만나도 다 소용이 없다. 이제 우리한테는 희망이 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12년 간 모든 것을 다 해보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졌다는 말로 들렸다. 침묵과 분노가 번갈아 차안을 덮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러게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백미러에 비치는 할매들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이후 밀양             글 : 남어진 (밀양대책위 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남어진이라고 합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공사가 들어왔을 때 밀양에 왔다가 눌러 앉았습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을 간절히 바라면서 밀양 할매 할배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10월 20일,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백지화를 염원하며 마지막 108배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들이 절을 하는 동안 나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생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공론화위 위원장이 권고안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19% 차이가 난다고 했을 때 이미 사람들은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 이후 가장 많은 기자들이 온 기자회견이였다. 카메라 앞에서 만세를 외치고 싶었다. 탈핵 탈송전탑 세상으로 모두 함께 가자고 선언하고 싶었다.      결국 우리는 땅을 치고 우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동래할머니는 “이거는 아니다.. 이거는 아니다.”라고만 말하셨다. 서울에서 내려오는 차에서 “전국 곳곳을 쌔 빠지게 돌아다니고, 대통령한테 편지 쓰고, 사람을 만나도 다 소용이 없다. 이제 우리한테는 희망이 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12년 간 모든 것을 다 해보았는데,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졌다는 말로 들렸다. 침묵과 분노가 번갈아 차안을 덮었다. 나는 계속해서 “그러게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백미러에 비치는 할매들의...
밀양통신
2018.01.27 | 조회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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