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약방 에세이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아시나요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일상적인 습관, 스타일 같은 것에 민감한 편이다. 무의식적으로 주변사람들을 관찰하는 습성은 주로 내가 속한 모임에서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빨리 발견하는데서 자각되곤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민했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끙끙거렸다. 특히 나와 일면식이 없더라도 주변에 바로 식별이 가능한 지체장애인이 나타나면 오지라퍼적인 감각이 더 살아나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집중되고 긴장이 되곤 한다. 그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거나 접촉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물론 그것은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성향 때문이었을까.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 돌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올해 여름 재취업한 회사를 그만두면서 기회가 왔다.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신청했고 5일간의 교육을 통해 그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장애, 돌봄, 비장애중심주의, 상호의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정된 교육 기관에서 5일간 8시간씩 4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실습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현장 실습 10시간까지 완료하면 정식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장애의 유형은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를 합쳐 15가지이고 신체장애와 관련된 보조기기만 해도 수백 가지인데 50시간의 교육만으로 실무에 투입된다는 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나에겐 이론 교육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역할은 신변처리, 가사지원, 이동지원, 커뮤니케이션 보조 등 네 가지이고 구체적으로는 장애에 대한 이해, 장애인의 인권, 활동지원사의...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아시나요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 일상적인 습관, 스타일 같은 것에 민감한 편이다. 무의식적으로 주변사람들을 관찰하는 습성은 주로 내가 속한 모임에서 불편해 보이는 사람을 빨리 발견하는데서 자각되곤 한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민했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끙끙거렸다. 특히 나와 일면식이 없더라도 주변에 바로 식별이 가능한 지체장애인이 나타나면 오지라퍼적인 감각이 더 살아나 온통 신경이 그쪽으로 집중되고 긴장이 되곤 한다. 그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거나 접촉할 수 있을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물론 그것은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성향 때문이었을까. 나는 회사를 그만두면 돌봄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올해 여름 재취업한 회사를 그만두면서 기회가 왔다.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신청했고 5일간의 교육을 통해 그 현장의 소리를 들으며 장애, 돌봄, 비장애중심주의, 상호의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정된 교육 기관에서 5일간 8시간씩 4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실습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현장 실습 10시간까지 완료하면 정식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장애의 유형은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를 합쳐 15가지이고 신체장애와 관련된 보조기기만 해도 수백 가지인데 50시간의 교육만으로 실무에 투입된다는 게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나에겐 이론 교육을 받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장애인활동지원사의 역할은 신변처리, 가사지원, 이동지원, 커뮤니케이션 보조 등 네 가지이고 구체적으로는 장애에 대한 이해, 장애인의 인권, 활동지원사의...
인문약방 에세이
그는 지금껏 내가 만난 가장 낯선 작가였다. 책을 읽기 전, 단톡방에 올라온 저자 일라이 클레어의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자라고 들었는데, 두 귀가 다 드러난 반삭에 가까운 짧은 머리, 두툼한 안경을 낀 얼굴에 넓은 어깨, 지퍼 달린 낡은 녹색 점퍼... ‘남자같은 여자’ 내가 갖고 있는 단어의 수준에서 나는 이렇게밖에 정의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글을 보니, 그는 ‘젠더 퀴어’란다. 무슨 뜻이지? 동성애자인가? 소수자 용어에 낯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퀴어는 동성애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퀴어란, 태어날 때 사회(의사)가 지정해준 생물학적 성과 자기 정체성으로서의 성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을 통칭한다. 거기에는 여자지만 남자보다 여성에게 성적으로 더 끌리는 사람, 남녀 모두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 사회에서 훈육되는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여자, 자신을 굳이 남녀이분법에 놓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 그러다 보니 나도 퀴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미디어와 문학의 일방적인 이성애적 세례가 없었다면, 혹은 대학 시절 다이크 공동체를 만났다면, 나도 지금과는 다른 젠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에 대한 소개를 좀 더 해보자. 그는 1963년생, 미국 오리건주 시골 벌목 노동자 마을에서 백인 중산층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지정성별로는 여성이지만 자신이 소녀라는 걸 확신할 수 없는 젠더 퀴어였고,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으로 어려서부터 지진아, 불구, 원숭이 같은 조롱과 비난을 들으며 자랐다. 그는 아주...
그는 지금껏 내가 만난 가장 낯선 작가였다. 책을 읽기 전, 단톡방에 올라온 저자 일라이 클레어의 사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자라고 들었는데, 두 귀가 다 드러난 반삭에 가까운 짧은 머리, 두툼한 안경을 낀 얼굴에 넓은 어깨, 지퍼 달린 낡은 녹색 점퍼... ‘남자같은 여자’ 내가 갖고 있는 단어의 수준에서 나는 이렇게밖에 정의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글을 보니, 그는 ‘젠더 퀴어’란다. 무슨 뜻이지? 동성애자인가? 소수자 용어에 낯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퀴어는 동성애자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퀴어란, 태어날 때 사회(의사)가 지정해준 생물학적 성과 자기 정체성으로서의 성이 일치하지 않은 사람을 통칭한다. 거기에는 여자지만 남자보다 여성에게 성적으로 더 끌리는 사람, 남녀 모두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 사회에서 훈육되는 여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여자, 자신을 굳이 남녀이분법에 놓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 그러다 보니 나도 퀴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부장제 사회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미디어와 문학의 일방적인 이성애적 세례가 없었다면, 혹은 대학 시절 다이크 공동체를 만났다면, 나도 지금과는 다른 젠더가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에 대한 소개를 좀 더 해보자. 그는 1963년생, 미국 오리건주 시골 벌목 노동자 마을에서 백인 중산층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지정성별로는 여성이지만 자신이 소녀라는 걸 확신할 수 없는 젠더 퀴어였고, 선천적 뇌병변 장애인으로 어려서부터 지진아, 불구, 원숭이 같은 조롱과 비난을 들으며 자랐다. 그는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