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3신>밀양의 친구들..

요요
2014-06-11 22:23
782

어젯밤 늦게 카톡에 불이 났습니다.

내일 행정대집행한다고 경찰이 2000명이 출동했대요.

우린 뭘 해야 할까요?

밀양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던 분당선에서.. 그때야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 컴을 켜고 밀양소식을 찾아 보았습니다.

jtbc뉴스에서 밀양소식을 듣고.. 민중의 소리, 프레시안, 녹색당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농성장에서 밤새 한 잠도 못주무실 분들의 얼굴이 한 분 한 분 떠오르고

달려가 농성장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기도하는 수녀님들 속에 저도 끼어 앉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새벽에 다시 컴 앞에 앉으니

6시경부터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항할 힘이 없으니.. 몸뚱아리 하나로 버티기 위해

쇠사슬을 목에 걸고, 웃통을 벗은 할머니들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수십년전 용역깡패에게 맞서기 위해 알몸으로 항거하던 동일방직 노조 조합원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잃을 건 목숨밖에 없는 없는 자들의 저항이란.. 수백년전이나 수십년전이나.. 오늘이나 다를 바가 없나봅니다.

그러나.. 저항을 통해 얻는 것은 자유와 연대와 웃음이니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까요?

그 힘을 믿는 밀양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저는 <밀양을 살다>에서 읽었기에

그 분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죽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살기위해 싸우는 것이라는 걸..

깨지고 짓밟히더라도..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더 큰 웃음으로 살아 가는 것.. 그것이 지금까지 핍박받는 자들이 살아 온 방식이었습니다.

아침 11시에 긴급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 급한 문탁 식구들은 광화문으로 달려가기로 했습니다.

터전에 와서 창고를 뒤져 급한대로 피켓으로 쓸 우드락을 챙기고

필기도구도 챙겨서 광화문으로 달려갑니다.

이 마음이 닿기를.. 그래서 밀양이 다시 살고.. 또 다른 밀양이 생기지 않기를..

아침에 두어시간 만에 조직된 긴급 기자회견에 오신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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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가 만든 멋진 플랭카드입니다.

그녀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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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이 준비한 글자판 퍼포먼스입니다.

녹색당은 어제는 광화문에서 1인시위를 이어나갔고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마도 밤새 준비했을 카드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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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잔치 603.jpg복잔치 606.jpg

우리도 가만 있을 순 없지요..

현장에서 바로 써서 만든 피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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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버스들을 향해 치켜든 마음입니다. 같이 합시다! 밀양이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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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1차 기자회견이 끝나고 즉석 제안이 이루어졌습니다.

밀양에서 싸움이 계속되는데 여기서 그냥 헤어질 수는 없다.

을지로 한전본부 앞으로 가서 2차 기자회견을 하자.

마음을 더 모으고, 우리의 뜻을 알리자.

우리도 그냥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광화문에서 만난 여섯이서 점심을 같이 먹고, 을지로로 갔습니다.

한전 앞입니다.

그래요.. 웃음이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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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자회견이 열리고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집니다.

밀양의 소식이 급박하게 전해지지만..

자누리가 밀양에 달려 내려가서 보내는 문자가 계속 오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고, 지금 여기에 온 마음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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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돌아가신 유한숙 어르신의 큰 아드님이십니다.

일부러 올라오셔서 목놓아 외칩니다.

"전기가 부족해서 송전탑을 건설하는 것이 아닙니다.

핵마피아가 그 뒤에 있습니다.

서울시민 여러분! 

만일 정말로 전기가 모자란다면 전기를 아껴쓰면 됩니다.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아버님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신 것입니다.

아직도.. 한전은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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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자들..

그들은 지난 10년간 귀를 막고 오직 돈벌이만이 정의라 주장해 왔습니다.

돈보다 생명, 법보다 정의, 그들이 듣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향해 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렇게 살아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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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을 길에 씁니다.

잊지 않기 위해, 그렇게 살기 위해 

내 마음에 쓰듯이 보도 블럭 위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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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음을 다해 꾹꾹 눌러가며 글을 씁니다.

언젠가 길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칠 때까지

우리가 쓴 것들이 우리의 삶이 될 때까지.

세월호 이후 잊지 않겠다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했던 그 다짐들을

다시 생각합니다.

이제.. 세월호 이후의 시간들이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우리에게 이후... 가 존재하긴 하는 것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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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2014-06-12 01:10


    오늘 밀양 행정대집행 동영상입니다.

    할머님들과 수녀님들이 끌려가며 오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우린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요?

  • 2014-06-12 01:13

    Bp2CIjHCAAAOWSC.jpg

  • 2014-06-12 09:19

    시사통 김종배입니다~ 밀양어디로가나.

    이슈인터뷰는 12분부터 시작됩니다.

    #t=116">#t=116

  • 2014-06-12 09:26
  • 2014-06-12 14:33

    오늘 한겨레에서 밀양 뉴스를 너무 표면적으로 다루었더군요...정말 신문 끊을 때가 왔는가....

    • 2014-06-12 15:15

      그래도...

      1면에 사진 크게 실었는데...

      좀더 기회를 주심이 어떠실지...

  • 2014-06-12 16:37

    당일 밀양이랑 금수원 같이 경찰투입하며 물타기했다는 인식하에

    한겨레는 종일 금수원보도 안하겠다고 밝히고

    밀양소식 인터넷뉴스로 실시간 보도했어요. 

    101번 중턱에 가로막혀 있다가 한겨레 취재차량이 시위대에 막혀

    못나갔어요. 

    그 앞차가 경찰간부 차라 막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냥 차안에서 기사쓰고 스마트폰으로 보내라 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ㅎㅎ

    마을입구에서 그 취재차량 또 만났는데 

    어르신들이 막고 있던 사슬 풀어주며 요즘 언론은 와도 별로...라며 

    탐탁해하지 않아하던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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