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6신> 다시 싸움은 시작인기라!!

2014-06-17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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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오후 2시 삼성역 한국전력본사앞은 시끌벅적합니다.

"한전이 공기업이면 똥파리가 봉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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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KW OUT 티셔츠를 입은 밀양대책위분들과 밀양어르신들은

오전 11시 서대문경찰청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어느새 한전 앞에 모였습니다.

다행히(?) 서울에서 이루어진 밀양관련 시위중 가장 많은 언론들이 보입니다.

KBS와 SBS도 보이고 팩트TV도 있습니다.

사십여명의 기자들, 이번 만큼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을지, 그나마 열심히 취재하던 젊은 KBS기자를  보니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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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전 출입문 앞에 한낮 뜨거운 시멘바닥에 앉은

밀양어르신 8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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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목이 쉬었습니다.

이계삼선생님도 자유발언대표로 나오신

마을자치회장님들도 목이 갈라져 있습니다.

얼마나 외쳤을까요?

6월 11일의 생생한 기억들로

슬픔과 분노가 치밉니다. 아직도 몇 분은 병원에 계시지요.

"저거들을 우리는 사람으로 인정안한다.

즈그 엄마가 발가벗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어디 젊은 것들이 달려들어 사람을

패대기칠 수 있노? 거기 사람이가? 진짜 한심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그 날 사람이 아니라 개돼지인기라.

근데 누가 진짜 사람이고?

가만히 두면 잘 사는 사람들 왜 이리 못 살게 구는지..

우리는 마 후세에게 깨끗한 땅 남겨 주고 싶은 맘, 그뿐이다.

불감증이다. 지금은 완전 불감증이다.

세월호가 그렇고, 원전이 그렇고 밀양이 그렇다.

왜  모리노? "

그날 끝까지 함께 했던 김제남의원, 청도 상평리에서  송전탑문제로

싸우고 계신 주민분들, 녹색당 하승수 대표와 용산참사 유가족분까지

밀양 송전탑 어르신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공권력과 한전을 성토합니다.

이계삼 선생님은 다시 힘주어 말합니다.

"다시 싸움은 시작이다. 경찰이 철거한 건 움막뿐이다."

그리고  두가지 퍼포먼스를 펼쳤습니다.

대기업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자고자 눈물겹게 고생하는 불우한 한전사장을 위해

십원짜리 동전을 투척합니다. 생명보다 돈을 좋아하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할매들의 분노입니다.

또 하나,  24시간걸려 제작했다던 송전탑 모형을  밀양 할매와 할배들이 호미로 파고 발로 밟았습니다.

시원스레 부셔지는데는 몇초도 안 걸립니다.

모두의 소망대로 송전탑문제 또한 이와 같기만 바랍니다.

10년간의 전쟁을 끝내고 그저 땅을 가꾸며 이웃들과 유쾌하게 다시 살아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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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아침도 거의 못드시고 출발하셨을 텐데

다행히 여러 단체에서 점심식사와 음료수를 제공했습니다.

그래도 한낮 땡볕 아래 힘들게 앉아계신 어르신들을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6월11일, 그날 밀양이 너무 멀어 우리는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습니다.

6월16일, 밀양이 우리 가까이, 가장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부둥켜 안고 힘내시라고 말 할 수 있었던 시간을 우리는 일상의 일들로 그냥 보내버린 것은 아닌지...

자책도 했습니다. 어르신들이 모두 다 올라오신다는 것만 알았어도 문탁의 많은 이들이

달려왔을텐데요....

저항은 항상 일상을 흔듭니다. 흔들리는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저항일 수 있지만

이 날 만큼 우리는  삼성역에서 세미나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밀양어르신들께 홍삼이라도 만들어 드리고 싶은데 돈이 문제라고 고민하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뭐라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돈을 그대로 대책위에 드렸습니다.

늦은 저녁, 휴게소일지 식당일지모르지만 한끼정도 든든하게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함께 온 무담님께도 강제(?)성금을 받았지요.

문탁이라고 하니

흐뭇하게 미소만 짓은 채 웃으시던 이계삼쌤 얼굴이 떠나지 않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을 아시겠지요?

비참하고 처절한 시간을 지나고도 할매들은 여전히 웃었습니다.

몸  성한 곳 없을텐데도 기꺼이 먼 길을 올라오셨고 눈빛만큼은 힘이 있었습니다.

기자회견이라기보다 유쾌한 밀양시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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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야 왜 책 제목이 '밀양을 살다'인지

깨달았습니다. 밀양에 살다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 '밀양'을 살고 있습니다..

댓글 2
  • 2014-06-17 20:14

    그래도 여르신들이 올라오신 날 

    콩과 무담님이 달려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고마웠습니다.

    밀양의 싸움은 지난 10년간 이어져온 것처럼

    또 다시 계속되겠지요.

    우리 역시 어떻게 밀양을 살 것인지 고민하는 날들을 살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 2014-06-18 17:17

    여러가지 사정으로..... 집회에 머릿수 하나 보태는 일도 못하고 있어서...영 인간구실 못하는 거 같아.... 마음이 송구스러운 나날입니다.

    콩하고 무담이 있어서 넘 다행이고, 넘 고맙고...그렇습니다.

     

    무담님...금욜, 북 콘서트 오실거죠?

    그날 제가 은밀히!!! 술 한잔 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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