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문서당 <시경> 읽기를 마치며^^

이문반장
2019-12-21 08:30
260

올해는 전반기에는 주역-계사전을 후반기에는 시경을 읽는 프로그램이었다.

주역-계사전이 전반기를 다 채우지 못해 시경- 아,송 의 유명한 작품부터 읽기 시작하여

후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시경- 풍을 읽었다.

2019년의 마지막 시간이 되었지만 시경 -풍을 다 읽지 못하게 되었고

2020년 다시 <논어> 읽기로 계획하면서 언젠가 다시 <시경> 읽기를 기약하면서 2019년의 수업을 마무리했다.

올해에 읽은 <시경>의 마지막편은 당풍-'갈생' 이었다.

 

칡이 자라 가시나무가 덮이며/ 덩쿨이 들에 뻗었도다

내 아름다운 분은 여기에 없으니/ 누구와 더불어 혼자 지낼까(누구와 같이 사나, 혼자 지내네)

칡이 자라 가시나무에 덮이며/ 덩쿨이 묘성에 뻗었도다

내 아름다운 분은 여기에 없으니/ 누구와 더불어 날을 샐꼬

여름의 긴 해와/ 겨울의 긴 밤이여

백세의 뒤에나/ 그 무덤으로 돌아가리라

겨울의 긴 밤과/ 여름의 긴 해여

백세의 뒤에나 그 무덤 속으로 돌아가리라 

 

우샘께서는 이 시는 <시경>의 시 베스트 10 중의 한 편으로 꼽고 싶다고 했다.

칡이 자라 무성해지도록 전쟁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님때문에 독수공방하는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 시라고 하는데

이러한 정서가 후대에 이르면 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정처가 아닌 혹은 유곽에서, 혹은 변심한 상대 등)을 향한 애수를 듬뿍 담은 시로 변주되었다고 한다. 그런 해석으로 읽으니 올해 한문강독 세미나에서 읽었던 <당시 삼백수>의 여러 시들이 스쳐갔고, 문득 그 시들을 쓴 작자들은 주로 남성이었는데 시적 화자는 여성의 목소리 였던 것이 떠올랐다. 이별에 가슴아픈 정서는 보편의 감수성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올해 <시경>의 시들을 읽으면서 어느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고, 어느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 익숙하고 낯섬 사이의 간극을 유영하면서 시들을 읽고 나니 "고전이 담고 있는 생각은 현대의 맥락과는 사뭇 다른 토양에서 자라난 것이기에 서먹하고, 그 서먹함이야말로 우리를 타성의 늪으로부터 일으켜 세우고 새로운 상상의 지평을 열어준다.(김영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앞만 보며 달려왔어요/ 뒤를 볼 겨를이 없었어요/ 누가 쫓아오고 있는 것처럼/ 그림자를 볼 여유가 없었어요

...........

뒤를 돌아다보니 거울이 있었어요/ 내가 있었어요/ 잊고 있었던 얼굴에는 물굽이가 가득했어요

어디로 흘러도 이상할게 없는 표정이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중 '58년 개띠' 에서>

 

2019년도 저무는 요즘 올해 대산 문학상에서 시부분을 수상한 시인의 시집을 읽고 있는데요^^

청동기시대까지 거슬러가며 읽었던 시와 지금 현재를 사는 우리를 노래한 시를 횡단하며

잠깐 숨을 고르려 합니다^^ 또 흘러가야 하니까요~

2019년 한 해 동안 주역을 읽고 시를 읽으며~ 잘 살았습니다그려^^

 

번외> 2019년을 마감하는 이문서당의 세레모니 풍경

 

2019년의 개근상은 세 분, 바당님 지앵님 진달래님

 

 

2019년 시의 풍류를 즐기려던 찰나 '숲치유사'로 취직되는 바람에 못 오셨다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하러 오신 하늬바람님

 

2019년 이문서당의 반장과 2020년 이문서당 반장의 바통 넘기기

중국 요리에 구수한 된장국을 푸짐하게 차려 점심을 먹으며 <시경>의 나날들을 추억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의 단체 사진은 문탁 10년 -무모한 사진전의 포토존에서 한 방!

2020년에는 <논어>로 만날 그 때까지 모두~ 부엔~비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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