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요가로

고은
2023-09-04 21:14
417

 

다시 돌고 돌아 요가로 돌아왔습니다.

 

한동안 수영에 빠져있었지요. 그런데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수영하고 더 아픈 거 아니냐, 그렇게 힘을 한번에 팍 쓰는 운동을 해도 되냐, 기관지도 원래 안 좋으면서 소독물 마셔도 되냐.... 이쯤되니 '진짜 수영이 나한테 안 좋은가?' 싶어졌습니다. 물론 수영하고 계속 감기에 걸려있어서 수영을 자주 못 간 탓도 있고, 가장 높은 반 올라가면서 미묘한 기싸움에 흥미가 뚝 떨어져버린 탓도 있습니다. 여전히 물이라면 너무 너무 좋지만, 일상 운동으로 수영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수영을 그만두고는 런닝과 헬스를 해봤습니다. 헬스는 전에도 살짝 맛을 봤었는데요. 헬스의 가장 좋은 점은 아무 때나 가서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무리 바빠도 30분만 내고 오면 됩니다. 다시 헬스를 시작하면서는 하체 운동 위주로 운동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하체가 좀 부실한 편이라, 걷는 것도 뛰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헬스로 하체 근육을 키워두면 좀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푸하하.. 약간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하면 눈에 실핏줄이 터지지 않습니까? 비슷한 원리로 헬스 하체 운동을 하면 복압으로 급성 치질이 올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혈전성 급성 치질, 그러니까 피멍 같은 게 좀 크게 들어서 피부가 붓는 거죠. 이게 역기 선수, 헬스트레이너, 바디빌더에게는 직업병이라고 하던데요. 저도 갑자기 그 반열에 올라버렸습니다. 뭐 일단 복압을 잘 쓸 줄 안다는 소리니까 기뻐하기로 했습니다^^

 

그 상태로 다음날 인터뷰 다녀오고, 다다음날과 그 다음날에 1234하고...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욜에 병원에 가니 아무리 기다려도 진료가 안된다, 수욜에 예약하고 와라... 해서 결국 일주일만에 진단을 받았습니다. (급성 간염 때도 2주만에 진단 받았는데, 급성 질병은 진단이 쉽지 않네요.) 뭐 별 다른 방법은 없구요. 수술 아니면 피멍이 낫는 것처럼 핏기가 흡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14일에 비행기를 타야해서 수술은 못 합니다. 사이프러스에 다녀올 날이 벌써 성큼 다가와버렸어요. 물론 수술 하기도 싫고요ㅜㅜ(후기를 찾아보면 그런 마음이 듭니다ㅜㅜ) 찾아보니 급성 혈전성은 수술 권유를 거의 안 하더라고요. 굳이 할 필요 없다구요. 그래서 지금은 별다른 도리 없이 열심히(?) 누워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헬스도 나가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원활한 회복을 위해서 찾아보니까 수영과 요가가 좋다네요. 수영은 안 하기로 했으니까 요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살금살금, 그냥 스트레칭 수준으로만 하고 있습니다. ('치질에 좋은 요가' 같은 걸 검색하면서요.) 수영하기 전엔 맨몸운동과 요가를 오래 했습니다. 고딩 때부터 했으니까요. 부상 없이 해 온 기간이 길고, 몸에 익어 있어서 패턴을 만들기도 쉽습니다. 마침 제 생일이 다가와서 친구들이 요가 매트를 선물로 사줬습니다. 엄청 엄청 비싼 건 아니지만 전에 몇 년 동안 쓰던 요가 매트에 비해서는 훨씬 훨씬 좋습니다. 이번 건 매트 위에서 제 발이 미끄러지거나 바닥에서 요가매트가 밀리지도 않아!. 오래 잘 쓰고 싶어서 당근에서 요가 매트 위에 까는 천도 샀습니다.

 

 

^ 친구들이 생일 선물로 사준 만두카 비기너 요가 매트

 

^ 당근에서 산 요가 매트 위에 까는 천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가지가지 한다'였습니다. 주변 친구들에 소식을 알렸을 때도 똑같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이제 하다하다...' 크흠 적당히... 적당히가 중요한 거겠죠...? 체력 기른다고 괜히 용쓰지 말고, 그다지 좋지 않은 체력으로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만큼만 운동 해보려고요. 저는 열심히 운동해서, 체력을 열심히 길러서, 공부도 일도 열심히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체력왕 되기'는 포기해야겠습니다. 잘가라 체력왕의 꿈이여 또르륵

 

 

댓글 5
  • 2023-09-04 21:31

    (참, 제게도 이 일은 웃픈 일이라서요. 맘 편히 웃으셔도 됩니다)

  • 2023-09-05 14:46

    아이고 그러니까 그게 .. 힘을 막 ... 응? 그러니까 막 나와가지고... 아이고... 응, 거.. 허허 참...허허 (숙연)
    그 유명한 만두카 매트를 여기서 보는군요 ㅎㅎㅎ

  • 2023-09-05 17:24

    힘 빼고 산다더니..ㅎ 가벼운 인간이 되기 쉽지 않네~~

  • 2023-09-05 19:48

    리라의 줄을 너무 죄어도 너무 느슨해도 제대로 소리가 안나니..
    중도를 지키면서..ㅋㅋ 그런 걸 유가에서는 중용이라고 했나요?^^(근데, 그게 참,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 2023-09-07 23:20

    그 웃픈 일을 '환하게' 웃으면서 얘기하던 게 인상적이었^^b
    .....그냥 궁금해서.... 복압을 어떻게 쓰는 건지, 다음에 갈카주라. 그거 코어힘과 관련 있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