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의 진심, 소공은 응답하라!

토용
2021-03-08 23:25
274

<군석君奭>편이 끝났다.

군석이라는 편명이 붙은 것은 글 첫머리에 주공이 군석아, 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군은 존칭이고 석은 주공의 동생 소공의 이름이다. 그러니까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데 깍듯하게 불렀다고나 할까. 왜? 소공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는데 주공이 만류하기 위해서다. 이름 한 번 부른 후 주공은 아주 긴긴 말을 간곡히 쏟아낸다.

 

무왕이 죽고 나이 어린 성왕을 보필하며 주공은 숨차게 달려왔다. 동생 관숙과 채숙이 은의 왕족 무경과 함께 일으킨 반란을 진압하였고, 낙양을 건설하고, 여러 제도들을 정비하는 등 주나라를 반석에 세우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이 모든 일들에 소공의 협력이 있었다. 그런데 소공이 이제 그만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아마 ‘성왕에게 정권을 돌려주고 형님도 이제 그만 물러나시지요’ 라는 속뜻도 있지 않았을까.

 

주공은 먼저 소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주나라가 천명을 받았지만 과연 이 천명이 끊어지지 않고 길이 이어질까? 예전에 소공 네가 천명을 보전하고 못하고는 우리한테 달려 있다고 말했었다. 만약 우리 후손이 하늘과 백성을 공경하지 못하여 선조들의 빛나는 업적을 실추시킨다면 너는 집에서 편안히 있을 수 있겠느냐?’

 

이어서 주공은 은의 역대 군주와 그들을 보필했던 신하들을 거론한다. 은나라의 탕임금이 천명을 받았을 때는 이윤 같은 신하가 있었고, 태갑 때에는 보형이 있었고 등등. 이랬기에 은나라가 오랫동안 천명을 보전할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왕에게도 괵숙, 굉요, 산의생, 태전, 남궁괄 같은 신하가 있어서 이들이 문왕을 훌륭히 보좌하여 문왕의 덕이 펼쳐질 수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말한 이유는 주공 자신과 소공이 아직 물러날 때가 아니라는 의미겠다. 주나라의 상황이 안심하기에는 이르니 성왕의 옆에서 더 보필해야(섭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된다는 것일 터.

 

주공은 말한다. 큰 냇물을 헤엄쳐 건너감에 너 소공과 함께 건너겠노라고. 나는 하늘과 백성을 걱정한다고. 성왕을 도울 사람은 우리 둘 뿐이라고.

 

소공을 설득하는 긴 말을 하는 동안 주공은 오호라! 라는 탄식을 4번이나 한다.

여기까지 주서를 읽는 동안 주공에 그다지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었는데, 희한하게도 군석편은 주공의 진심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새로 건국한 나라가 어떻게 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 마음이 전해졌다.

소공도 형의 마음을 받아들였나보다. 성왕에 이어 강왕까지 두 대에 걸쳐 정사를 했다고 채침은 주석에서 말하고 있다.

 

 

 

 

댓글 1
  • 2021-03-09 21:15

    저는 이제야 소공, 관숙, 채숙 같은 이름과 문왕 무왕의 가족관계가 제대로 귀에 들어옵니다.
    알고보면 주문왕의 아들들인 무왕, 주공 단, 소공 석, 관숙, 채숙 형제관계도 참 비극적이었던 게지요.
    역사서인 <서경>은 (주공의 입을 빌어) 문왕의 빛나는 덕과 그 덕을 이은 무왕의 공열을 칭송하지만
    무왕 사후에 정치권력을 둘러싸고 형제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씁쓸하기도 합니다.
    이제 아름다운 선양의 시대는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주나라의 예악문물제도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인물, 주공!
    공자에 의해 요-순-우-탕-문-무-주공, 이렇게 성인의 반열에 든 사람이지만 알고보면 그의 삶도 참 고단한 한생이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오랜 방랑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공자가 그토록 주공을 그리워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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