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이백의 시 한 수 맛보세요

토용
2021-01-18 23:07
767

홈피가 새 단장을 해서 깔끔해졌다. 카테고리마다 줄줄이 길게 달려있던 세미나들도 정리가 되어 한결 보기가 편해졌다. 한문강독 세미나는 문탁에서 가장 오래된 세미나답게 아주 오랫동안 계속 그 자리에 있다. 그런데 그 게시판에 새 글이 올라오는 경우는 정말 어쩌다가 한 번이다. 덕후 세미나도 아닌데..... 어쨌든 홈피 새 단장 기념으로다, 『상서 깊이 읽기』 후기가 올라온 김에 내쳐 후기를 계속해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문강독 세미나는 경서와 한시를 같이 본다. 지금은 『서경』과 『고문진보』 전집을 읽고 있다.

『고문진보』는 전집과 후집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전집은 시집이고 후집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그 중 전집인 시를 공부하고 있다.

 

『고문진보』의 시들은 주옥같은 시들만 엄선해서 수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거야 읽는 사람에 따라 감상이 다른 것 아닐까싶다. 나처럼 아직도 한시의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은 모든 시가 전부 주옥같지는 않다. ㅎㅎ

그렇지만 이백의 시는 정말 좋다. 마침 지난 강독 시간에 이백의 시를 읽었다.

 

 

金陵酒肆留別 (금릉주사유별)           금릉의 술집에서 시를 지어 작별하다

 

風吹柳花滿店香 (풍취유화만점향)      바람이 버들꽃에 불어와 온 주막 향기로우니

吳姬壓酒喚客嘗 (오희압주환객상)      오지방의 미녀 술 걸러 손님 불러 맛보라 하네

金陵子弟來相送 (금릉자제래상송)      금릉의 자제들 와서 서로 전송하니

欲行不行各盡觴 (욕행불행각진상)      가려 하다 가지 않고 각기 술잔 다 마시누나

請君試問東流水 (청군시문동류수)      그대는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게 한번 물어보라

別意與之誰短長 (별의여지수단장)      이별의 회포 저 흐르는 물과 누가 더 길고 짧은가

 

 

이 시는 이백이 금릉(지금의 남경)을 떠나 양주로 가면서 벗들에게 남긴 유별시(留別詩)이다.

음.... 이런 노래가 생각난다. ‘♬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이백은 이별의 말 대신 시를 남긴다. 떠나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주는 시를 유별시라고 한다. 그 반대는 증별시(贈別詩). 남아 있는 사람이 떠나는 사람에게 주는 시이다. 보통 증별시가 많은데 이백은 대시인답게 시 한수 멋지게 읊고 떠난다.

 

우리는 가끔 세미나 시간에 별거 아닌 것에 꽂혀서 시끄럽게 떠들때가 있다. 이번엔 버드나무 꽃이 화제였다. 술집에 꽃향기가 가득할 정도로 정말 버드나무 꽃에 향기가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봄에 하얗게 뭉쳐다니는 버드나무 꽃가루를 보면 향기가 있을리 없다, 중국 버드나무는 우리랑 다를 수도 있다, 등등. 

 

해석은 성백효 선생님 버전이다. 비교적 직역에 가깝게 해석을 해놓아서 의역된 시에 비해 부드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의역을 해놓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다. 어차피 한시는 원문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니까. 의역은 각자 느낌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댓글 1
  • 2021-01-20 16:02

    멋지게 시 한 수 읊고 떠나는 이백, 멋지군요.
    떠날 때는 말없이.... 도 있지만
    몇 년씩 얼굴보며 살다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는 사람도 있고...
    버드나무 꽃 향기는 모르겠고
    계수나무 꽃 향기는 정말 대--단 하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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