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파지사유 인문학 <매스를 든 인문학> 1강 후기

청량리
2019-11-1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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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파지사유 인문학 1강 후기_청량리

 

이번 11월의 파지사유인문학은 <양생팀>이라 불리는 세 사람의 합작품이다. 약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방과 사주명리를 둥글둥글 넘나들고 있는 둥글레. 이른 아침 고전암송을 하루도 거르지 않는 더 이상 게으르니 아니니 논의가 필요 없는 기린. 왠지 몸에서 떨어진 깃털 같은 삶을 살 듯한 글쓰기 코칭의 달인 새털. 그들이 말하는 몸과 건강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몸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몸에 둔감한 편이다. 병치레가 그다지 잦은 건 아니고, 먹는 것에 별로 예민하지 않고, 덥고 추운 외부환경에 민감하지도 않다. 게다가 새벽에 잠을 깨 화장실에 간 적이 당연히 별로 없다. 그러니 그 이유에 대해서도 궁금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튼튼하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매스를 든 인문학>의 저자 윌리엄스는 달랐다. 새벽에 자주 깨는 이유에 대해 병원에 가니 늙어서 그렇단다. 누군가는 숙면에 대한 처방을 받고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을 것이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늙는다는 것에 질문을 던졌고 몸의 변화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대단한 사람이다. 소변보러 가는 이유로 책까지 쓰다니!!

 

몸에 대한 이야기는 해부의 역사로 시작했다. 고대 해부의 목적은 치료가 아니라 순수하게 몸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우리의 인체에 대해 ‘대우주의 질서를 갖춘 작은 세계인 소우주’라고 인식했다. 굉장히 시적인 사고방식이 맘에 든다. 요즘에는 그런 우주의 질서를 담고 있는 육체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세상이 되었다.

한편 소우주인 우리의 몸에 대한 생각은 이상하게도 인체의 이상적인 원형을 찾는 방식으로 왜곡되어 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이르러 이상적인 모습에서 실상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역시 어떤 정확한 기하학과 비율의 표현이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상적인 원형이든 실재적인 비율이든 우리의 몸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이상적인 목적론은 ‘평균’의 발명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평균이라는 개념 역시 실재 보다는 가상의 무엇일 뿐이다. 16세기에 이르면 과학의 발달로 우리의 몸은 물질로 해부되었다.

 

동양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다.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지만 대신 한의원에선 맥을 짚는 차이다. 둥글레는 <매스를 든 인문학>의 저자와 입장이 비슷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철학적 관점을 견지하는 동양의학의 눈으로 보면 서양의 해부학은 분리와 배제의 입장에 서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양의학에 길들여진 우리는 스스로가 몸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몸에 대한 오늘의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뼈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뼈는 사용하질 않으면 약해진다. 그렇다고 무리해서 사용하면 뼈는 부러지고 만다. <매스를 둔 인문학>의 저자는 운동선수들의 예를 들면서 110%의 노력을 권하고 있다. 그로 인해 뼈에 작은 금이 생긴다. 그리고 외기가 그 뼈의 금 안쪽, 바깥쪽을 넘나들면서 어느새 금은 메워진다. 그때쯤이면 뼈가 그만큼 더 단단해진다. 이러한 변화가 없는 몸은 죽은 것과 다르지 않다.

 

몸은 정신과 따로 놀지 않는다.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선 몸의 변화에 대해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손쉬운 치료약은 몸을 살피기도 전에 변화를 사라지게 한다. 좀 더 우리의 몸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몸에 대해 둔감한 걸 건강하다고 착각하지 말고, 어제와 다른 오늘의 몸을 잘 살피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후기를 마무리하기 전, 이날의 강의를 들은 동학이 그린 그림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강의안에 수록된 사진인데, ‘인간적 미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만든 청동 나체상이다. 그 청동 나체상을 원더우먼으로 각색한 것이다. 빨간 팬티에 파란색 장부츠가 매력이다.

 

 

댓글 2
  • 2019-11-16 08:50

    110%로 그린 그림이네요^^

  • 2019-11-16 13:22

    배는 왜 아파요? 하고 질문한 우리의 동학, 그림까지 그려 즐거움을 줬어요. 다음 시간에도 꼭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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