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탈핵릴레이 24주차] 광인일기

히말라야
2017-01-21 20:01
1159

추운 겨울이 온 어느날 탈핵릴레이를 하던, 제가 말했습니다.

거리에서 한 시간이나 가만히 서 있으니깐 춥네, 절이라도 할까?

그런데 진짜로... 추운 겨울이지만 그래도 따스한 볕이 내리쬐던 어느 날

4명의 친구들이 거리에서 절을 하며 1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주 108배와 활총생으로 단련된 뚜버기샘은 아주 가뿐하게 108번의 절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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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아침 몸살림 운동과 초등 아이들과 함께 몇년 째 요가로 단련된

게으르니샘도..거뜬하게 108배를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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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매일매일 108배에서 300배를 하는 건달바샘...날아갈듯 108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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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까봐....세분께 천천히 해 달라고 주문을 했건만, 

셋이 절을 하고도 아직 1시간이 안되었기에 저까지 순서가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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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강정마을에서 3일...그리고 지금...

시위용으로만 절을 하는....저의 절은 정말 어설픕니다.

바닥은 경사져 몸도 기우뚱하고 입은 옷도 절하는 제 몸을 조입니다.

다른 샘들과 달리 천천히 절을 하는 저의 몸에는 더 많은 중력이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108번의 절을 세면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마음 속으로 "00번째 절을 올립니다"라고 열심히 헤아렸습니다.

서른번째 절부터 다리가 뻐근해져 오더군요...

70번째 절을 올릴 때 옆에 계시던 뚜버기 샘께서...

"3시다!" 그러셔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

"이 땅에서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폐쇄되기를 기원하는 108배 중입니다."

"정의로운 삶을 외면하고 편리함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삶을 돌아보겠습니다." 

이런 간판을 내걸고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절을 합니다.

빵빵 거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서 절을 합니다.

절하며 납작 엎드리면 땅과 가까워지니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더 크게 들리고

지나다니는 차들의 진동소리도 더 크게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제마음은 다른 때보다 더 차분해지고 고요합니다.

다른 날에는 그렇게 의도하지 않는데도... 제가 거기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고 안내하기 위해 서 있는 것 같았는데

이 날은 뭐랄까...진정 구도하고 성찰하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며칠전 신문기사에서 보니,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사람들에게 뇌출혈이 4배 증가하고

갑상샘앞 특히 소아 갑상샘암이 크게 늘어

다른 지역에 비교하면 20~50배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미 터진 원자력발전소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가동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핵 폐기물을 없애버릴 수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모든 원전이 문을 닫는다 해도

앞으로 10만년 이상 동안 이 땅에서는 폐기물과 함께 살아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거리에서 108배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모든 원자력 발전소가 당장 문을 닫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그렇다해도 우리는 계속 이런 행위를 통해서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어 내고, 원자력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란

대체 어떤 삶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지....그런 현실에 대하여

계속 질문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마치 광인처럼 거리에서 절을 하며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우리들을 향해

"수고가 많으세요~ 이것 밖에 해드릴게 없네요."

라면서 따뜻한 베지밀과 두유를 주시고 간 어떤 분들이 계십니다.

절하느라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절을 마치고 모두 함께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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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광인이 되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바라보더군요!

거리의 사람들을 향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문구도 좋지만, 

그냥 광인의 몸짓~ 이런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

(그나저나...평소에도 108배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쿨럭~)

댓글 4
  • 2017-01-21 22:57

    ㅋ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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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1-22 10:43

    생각이 현실이 되는 것.. 그런 걸 보통 실천이라고 말하지 않나요?

    새로운 것을 떠올린 히말도, 그 생각에 거침없이 호응하는 벗들도 다 멋집니다.

    지난 주 새털의 탈핵릴레이는 '고도를 기다리며'

    이번 주 히말라야의 릴레이는 '광인일기'

    문학은 삶이다? 혹은 삶은 문학이다?

    릴레이도 각자의 색이 묻어나고, 후기도 그러네요.

    담주 제목이 은근 기대됩니다.^^

  • 2017-01-23 04:56

    108배 어찌 했을까 궁금했는데

    저리 했군^^

    음...멋집니다!!!!!

  • 2017-01-23 22:05

    소란스러운 바깥에서, 차들이 뿜는 매연을 마시면서 바삐 움직이는 이들 앞에서 하는 절이 왜 이리 집중이 잘 되던지요...

    잡념도 별로 없고 마음도 겸손해지고 누가 누굴 설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오직 탈핵만을 간절히 염원하게 되더라고요. 

    참, 할아버지 한 분께서 '육체노동'만 하지말고 왜 원전이 안되는지 근거를 알려줘야 하지 않냐고 한 말씀 하셨더랬어요^^

    절이 주는 강렬함이 있었기에, 비록 본인께서 탈핵에 찬성하진 않더라도, 얘들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 마음이 드셨던건 아닐런지....

    암튼 , "네, 담번엔 설명도 가지고 나올께요"하고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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