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탈핵릴레이29주차] - 우와! 이렇게나 많이

느티나무
2017-02-24 09:39
1172

고전대중지성의 세미나팀중 누군가와 함께 갈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건만

그건 우리의 바쁜 일상을 망각한 허무한 기대였다.

세미나가 늦게 마치는 바람에 허둥지둥 점심을 먹고

거절 못하는 스스륵에게 로얄프라자까지 태워다 달라고 떼쓰다시피 하여

차를 얻어 타고 겨우 2시에 맞춰서

길 위에 섰다.

아~~

봄이다.

도로 위에는 햇살이 반짝거렸다.

그러나 봄은 자신이 왔음을 알리느라 매운 바람도 같이 데리고 왔다.

머리가 날리고 피켓이 휘정거린다.

 

"진정한 1인 시위란 이런 것이야."라며

a.jpg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날리다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신호등은 2분에 한 번씩 바뀐다.

1시간이면 30번이 바뀌는데 양쪽에서 교대로 바뀌니 60번이 되는 셈이다.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은 넉넉 잡아서 1회 평균 35명

그럼 60×35=2100

한 시간 동안 약 2000명은 이 앞을 지나가고 그 10%만 피켓을 보고 읽고 간다면 200명이다.

그것이 29주째면 벌써 5800명이다.

크와와와~~~ 이렇게나 많이... ...

 

이런 계산이 끝나갈  즈음에

어디선가 친절한 한가위씨가 나타나셨다.

b.jpg

다음 주면 학교가 개강을 해서 자주 못 나오니 시간이 될 때 부지런히 나오신단다.

찬 바람임에도 모자를 쓰지 않는다.  왠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일까봐서라고 한다.

그런데 올리브영 올라가는 계단 한쪽 끝에 할머니 한분이 쪼그리고 앉아 집에서 손수 손질한 것들을 봉지봉지 놓고 앉아 계셨다.

아까부터 마음이 쓰였지만 이래저래 망설이고 있는데

친절한 한가위씨가 능청스레 이런저런 말을 걸더니 가져나오신 물건들을 모두 사면서

우린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는 곳이니 다 사도 괜찮다며

추운데 얼른 들어가시란다.

할머니는 미안한듯 마지못해 물건을 넘기며 병원을 들렀다 가겠노라

아들이 캐나다에 사는데 손자도 있고 손녀도 있노라 하신다.

말린 고추 튀각, 은행, 무우말랭이, 그리고 냉이까지 주술밥상에 선물하셨다.d.jpg

 

피켓을 들고, 후쿠시마를 마주하고, 길 위에 선 우리의 마음과 한가위의 마음은  모두 같다.

건널목 저 편에 교복을 사들고 중학생이 된 티를 팍팍내고 있는  딸 지원이와 엄마 히말라야가 손을 흔들고 있다.

봄도 같이 손을 흔든다.

내 마음에도 오늘 봄이 왔다.

아프지만 마주서야하는 후쿠시마와 함께

 

 

 

 

댓글 7
  • 2017-02-24 09:49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구나...

    봄에도 탈핵!!

  • 2017-02-24 22:56

    오늘 한가위님이 가져다주신 냉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_()_

  • 2017-02-25 13:16

    아프지만 마주해야하는 후쿠시마에서

    느티나무 한가위 따듯한 마음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봄 같은 마음

  • 2017-02-25 19:47

    오늘 문탁 창고에 그득한 녹색다방의 시위용품 제대로 정리했어요.

    재활용 불가능한 피켓은 과감하게 뽀개 버리고

    재활용 가능한 피켓재료만 남겨놓았으니.. 

    맘껏 창의적으로 새로운 손팻말 만들어 봅시다!!^^

  • 2017-02-28 20:21

    혼자 내려드리고는 영맘이 그랬는데 볼일보고 지나가는 길에 쳐다보니 한가위가 같이 계셔서 아~다행이다 했네요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 저런(?)거 ᆢ할수 있을까ᆢ상상만 해보다가 흠ᆢᆢᆢ

  • 2017-03-01 07:47

    한가위님 멋지시다!

  • 2017-03-10 06:44

    느티나무가 시인이네...^^  그럼, 한가위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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