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이

스르륵
2023-09-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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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학교 시즌3 에세이도 끝나고 고대하던 틈새 방학이다. 또 때마침 갖가지 사연들로 인해 감정사회학 세미나도 임시 방학 중이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서늘한 바람도 불어온다.

 

하여  막연하게 올 초부터 그러나 제법 야심차게 기획했던 이름하여 '난생 처음 효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엄마와 제주도 한달살이'를 드디어 실행에 옮긴다. 친구들은 '제주도'라는 말만 듣고 어우 좋겠다를 연발하지만 뒤에 붙은 '엄마와 함께'라는 말은 흘려듣는다. 님들아 엄마와 함께 라니깐요;;

 

소소하게는,

요녀석들 밥도 걱정이고

 

 

이녀석들 밥도 걱정이고 

 

 

늦게 심어 이제 막 얼굴을 내미는 이 녀석들도 내가 돌아오면 아마 땅 속 누군가의 맛난 식사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뭐 이건 내가 집에 있어도 말릴 수 없는 일이긴 하니 걱정은 부질없다. 

 

(없는 걱정도 만드는거보면 이쯤되면 안가고 싶은거??)

 

그러나 실은 남겨 놓고 가야하는 녀석들보다 모시고 가는 분들이 더 걱정이다. 몇 년전 부터 수면장애로 심하게 고생중인 남편과 한 시간이 멀다하고 화장실을 가야 하고 몇 걸음 걷고는 쉬어줘야 하는 팔순의 엄마와 가는 여행은 실은 삼일이면 다시 집을 오지게 그리워하게 만들지 모르는 일이기에 말이다. 뭐 노는 일이라도 언제는 마냥 쉬웠나..

 

그러나,

(딸이 직접 제작중인 나름 스페샬 제주 지도)

 

무심하게 음악을 들으며 난생 처음 해변도 좀 달려보고, 엄마와 이름 모를 길가 벤치에 앉아 석양을 보며 망고스무디도 먹고, 잘 자라고 남편 얼굴에 팩도 함 올려줘 가며~~ (할 수 있겠죠? 아자!!) 잘 견뎌.. 아니 잘 살고 오겠습니다!

댓글 9
  • 2023-09-25 18:12

    아니. 언제 가는거에요? 설마 벌써 간 건 아니겠지요?^^(제가 요즘 문탁회원들 근황을 가장 늦게 아는 사람이라..ㅠㅠ)
    사실 오늘 낮에 문탁에서 책 한 권 거의 후다닥 읽었는데.. 그게 제주도 <삼달다방> 쥔장이 엮은 책이었어요.
    오랜만에 가슴 찡한 감동을 느끼면서 책을 읽었는데.. 마음 속으로 언제 훌쩍 제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답니다.
    부럽다기 보다는 스르륵의 효심이 가상하네요.

    • 2023-09-25 22:44

      내일 밥당번도 하고, 추석도 지내고 ᆢ 그리고 바로 출발입니다~
      <삼달다방> 궁금하네요^^

  • 2023-09-25 20:05

    지도를 잘 보니... 맛집 지도구만요!ㅎㅎㅎ
    쌤이 부럽고! 기특해요! ^^
    어머님도 쌤도 편안하게 잘 다녀오시길~ _()_

  • 2023-09-25 21:46

    엄마랑 한달살기 아마도 스르륵 인생에 큰 힘이 될듯요
    좋겄다! ㅎㅎㅎ
    건강하게 잘 다녀와요~~

  • 2023-09-26 08:15

    행복과 추억이 가득한 제주살이를 응원합니다!!

  • 2023-09-27 08:12

    저도 스르륵샘의 제주 살이를 응원합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 만드시기를...

  • 2023-09-27 11:56

    제주 한달살이 응원해요~ 효녀 스르륵 화이팅!

  • 2023-09-30 08:07

    최근 효녀코스프레로 료칸여행을 다녀온 일인.
    홍보회사 다닐 때 그 업계 대표적인 자조 섞인 명언:
    "기자 10명을 데려가느니 빈대 300마리를 데리고 가겠다"
    .
    .
    .
    무려 세명의 딸과 팔순 엄마의 온천여행도 파란만장했는데,
    제주 한달살이라니......
    하지만 추억은 새록새록합디다.ㅎㅎ
    잘 다녀오세요!

  • 2023-10-02 21:14

    어머.. 스르륵쌤에게도 꼭 좋은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