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배운다더니.....ㅎㅎ

2023-09-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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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파킨슨 병이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로인한 치매도 깊어지고요.

혼자서 걷는 것을 힘들어 하시더니 이제는 손이 떨려서 숟가락도 못 드십니다.

 

그래도 빙긋이 웃으실 때가 하루 세 번은 꼭 있습니다.

말을 못하는 증손자 하빈이 녀석이 90도 폴더 인사로 “왕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할 때와 유아원 가면서 “다녀오겠습니다”할 때, 그리고 오후 4시에 돌아 와서는 “다녀왔습니다”하며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절을 하는 때입니다.

나에게 해주는 아침인사는 (지놈 아침 기분이 좋을 때만!) 고개를 까딱해주는 녀석이 왕할머니에게는 항상 아주 깍듯합니다.

 

어느 날 아침에는 녀석이 왕할머니를 모시고 오겠다고 “잉~잉~”거립니다.(아직 “엄마, 아빠”도 못합니다)

어머니는 보행보조기도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걸음이 힘들어져서, 항상 우리가 팔짱을 껴야 식당까지 간신히 발걸음을 떼시는데, 녀석이 왕할머니를 모시고 오시겠다는 것입니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했고 어머니도 혼자 걸음이 힘드시니 당연히 걱정됩니다.

 

그런데요.

어머니가 소파에서 혼자 일어나십니다. 더욱이 자기 걸음도 시원찮은 하빈이 손을 잡고 혼자 걸으십니다. 하빈이가 당신을 잡고 걷는 것인지, 당신이 하빈이를 잡고 걷는 것인지 선뜻 분간할 수 없습니다.

 

 

 

녀석이 식탁에 앉아서 음식을 집어 먹습니다. 할머니가 포크로 집어 줄 때도 있지만, 걍 자기 손으로 집어 먹습니다. 그러다가 왕할머니 식사를 자기가 넣어 드리겠다고 숟가락을 달라고 “잉~잉~”거립니다. 당연히 흘리고 말죠. “할머니가 할게~~~” 소리에 이내 포기합니다. ㅎㅎ

 

 

 

 

아무 것도 모르는 녀석의 행동에 온 집안에 웃음 꽃잎이 날립니다. 덕분에 어머니도 힘을 내시는 듯 합니다.

16개월이니, 나중에 커서는 이 날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진을 찍어 남깁니다.

댓글 12
  • 2023-09-10 10:08

    와, 조타...
    아니, 슬프다...
    아니, 기쁘다...

  • 2023-09-10 21:31

    하빈이 예쁘네요..
    어머니도 더 힘내셨으면 좋으련만...

  • 2023-09-10 22:14

    하빈이를 보니 평소에 가마솥샘과 인디언샘이 어떻게 하시는지 알것 같습니다.
    하빈이 재롱보며 할머니께서도 기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2023-09-10 23:26

    하빈이 왕할머님의 건강을 소망하며…_()_

  • 2023-09-11 13:37

    아름답습니다ㅎ
    앞으로도 집 안에 건강과 사랑이 넘쳐나길~

  • 2023-09-11 14:02

    봐도 봐도 신기하고 기적스러운 4대 가족입니다~~^^

  • 2023-09-11 14:12

    아 저는 이제껏 하빈이가 가선생님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하빈이의 현행적 본질과 가장 유사한 분은 왕할머님이셨네요! 서로 잡고 걸을 때 누가 누굴 돕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요! 또 한번 배웠습니다!

  • 2023-09-11 15:05

    이 울컥.... 뭘까요? 제가 최근 <어느 멋진 아침>이란 영화를 봤는데요... 여 주인공이 앞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이 둘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생략)와의 관계, 그리고 또 살아지는 삶의 어떤 국면에서 드문드문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 글을 보며 문득 그 눈물에 대한 한가지 '이해'가 된다고 할까.... 뭐 그런 울컥입니다 흑.

  • 2023-09-12 08:10

    하빈이가 이쁜 짓 하네요! 다 아나봐요. 🥹

  • 2023-09-12 20:15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네요! 그렇게 자라난 아이가 너무 부럽습니다ㅜ

  • 2023-09-15 18:20

    가마솥샘 글은 한번 읽고 땡! 이지만 사진은 자꾸 보게 되네요^^

  • 2023-09-15 23:32

    예쁘다
    좋다~
    부럽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