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주의자(?)' 자작나무의 사생활(3)

자작나무
2023-09-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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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다니고 있던 필라테스점이 폐업했다. 사장이 돈을 들고 튀었던 것. 졸지에 주위의 다른 필라테스점을 찾아야 했다. 저렴하기도 해야 하고, 시설도 좋아야 하고, 사장이 돈을 들고 튈 걱정도 없어야 했다. 무엇보다 내가 왔다 갔다 하는데 편리한 곳이어야 했다. 이렇게 따지고 고르고 하다가 문탁 근처에 있는 헬스장 부속(?) 필라테스를 끊게 되었다. 사장이 돈을 들고 튈지 어쩔지는 알 순 없어도, 길게 한 1년 정도 하면 가격이 확 다운되는 곳이었다. 헬스 트레이너도 많고 오고가는 사람도 꽤 있는 듯 하여, 망하진 않을 것 같다. 어쨌든 1주일에 3번, 6개월만 해도 본전은 뽑겠다는 생각으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운동 시간에 맞춰서(?)라고 해야 할까, 공부방에서 책을 읽다가 운동하러 가고 귀가하는 루틴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오른쪽은 헬스장 왼쪽은 필라테스장이다. 왼쪽으로 돌아 가는 복도에 이렇게 신발장이 쭉 도열을 해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용한다는 걸까, 폐업은 안 하겠지?! ...답답해도 참기로 했다. 

 

이곳의 장점은 필라테스를 등록한 사람은 무료로 헬스 기구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그러든 말든 시큰둥 했는데, 요즘은 필라테스(50분) 하고, 40분 정도 런닝 머신을 '걷다가' 온다. 나는 절대 뛰지는 않는다. 전에 다녔던 곳에는 전신안마의자와 건식반신욕기가 있었다. 어느 때는 내가 필라테스보다 안마를 더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나는 안마와 반신욕에 진심이었다. 지금은 그게 없어서 심심하지만, 이곳의 런닝 머신 앞에는 tv가 있다!  tv를 보면서 아직 느려터진 속도지만 걷고 또 걷다가 집에 온다.

 

*위 기구는 캐포머(?!). 어떤 게 캐딜락이고 리포머인지 알 순 없는데, 로잉처럼 줄을 당기면서 근육운동하는 게 어쩌면 캐딜락이고,

매트 위에서 런지 등의 자세로 다리 운동을 하는 게 리포머인 것 같은데....어쨌든 침대처럼 되어 있는 기구. 

 

가끔은 팔 운동'도' 하는데, 운동한다고 말하기도 미안할 정도로 '쪼금' 한다. 무게를 달지 않고 온전히 기구의 무게만을 든다. 기구 이름도 모르는데, 오십견 예방 운동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두 팔을 11자로 들 수 있다. 이전에는 아마도 v자로 두 팔을 들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다른 사람은 10kg 들고 어쩌고 해도 나는 고작 0kg을 드는 셈이다. 그런데도 어깨와 팔뚝이 아프다. ... 후~ 그만큼 근력이 없다!!

 

*오늘도 빡세게 하고 온 바렐+체어 운동. 체어는 저 동그란 바렐 아래에 있어 보이진 않지만, 어쨌든 남들은 10번 셀 때까지 하는 것들을 나는 7번 정도에서 스탑!한다. 저 동그란 데 앉는 것도 개인적으로 좀 무서워하고, 팔 힘이 없는 나는 옆의 스프링을 두 팔로 v자로 올리는 자세를 할 때 혼자서 거꾸로 된 v자 형태다. 뭐 그래도 .....괜찮다. 운동은 (어제의) 나와의 싸움이니까ㅠㅠ

 

근 3년 동안 필라테스를 하면서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근육을 키우겠다 뭐 이건 아니다. 단지 쳐진 팔뚝살을 조금 슬림하게 만들고, 굽은 등이 조금 펴지고, 오리 궁뎅이(쉽게 말해 골반춤 추듯 엉덩이를 뒤로 앞으로 움직이는 것 혹은 빵빵한 엉덩이ㅠㅠ)를 할 수 있을 정도라면 족하다. 앗, 뱃살을 좀 빼고.....욕심인가^ㅡ^;;   

 

근데 3년 동안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쪼금'의 위안 뭐 이런 거?! 필라테스를 하지 않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그런데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진짜 쪼금이나마 힘이 붙었다! 병 뚜껑을 이전보다 쉽게 딴다든지 하는 아주 사소한 일들....어쩌면 이 '쪼금'이 쌓여서, 여전히 남들 보기에는 '쪼금'일지는 몰라도, 이전보다 쪼금 팔 힘이 더 세지고 다리 힘이 세지는 거겠지.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 이 '쪼금'의 힘을 실감하는 게 요즘 나에게는 커다란 위안이고 재미다. 

 

 

 

 

 

댓글 13
  • 2023-09-09 06:40

    쪼금 등이 펴졌나? 꾸부정한 사람으로 궁궁하네^^

  • 2023-09-09 08:40

    헬스장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지라 이런 운동 기구들을 보니 신기하네요!!
    자작님, 필라테스의 효과로 병뚜껑 잘 따게 되었다니 부럽군요.
    난 요즘 점점 병뚜껑 따기가 힘들거든요.^^ㅋㅋ

  • 2023-09-09 14:48

    요요님.
    자작님하고 같이 다녀요....... ㅎㅎㅎ

  • 2023-09-09 15:46

    비밀주의자인 자작샘의 일상을 '쪼금'이라도 엿볼 수 있으니 좋네요^^

  • 2023-09-09 16:50

    암만 봐도 무슨 고문기구 같군요.
    저는 아직 병뚜껑은 잘 따서 다행입니다.^^

    자작쌤의 무쇠팔 무쇠다리. 기원합니다~
    _()_

  • 2023-09-09 17:58

    위의 것은 캐딜락, 밑의 것은 바렐

  • 2023-09-10 22:15

    일요일 세미나 끝난 후 운동하러 가는 뒷모습이 곱소!!

  • 2023-09-11 13:59

    멋져요~~~! 그리고 부러워요 ㅜ
    저 올여름에 방아쇠수지 증후군이 와서
    병뚜껑 못 열고 있답니다ᆢ ㅜㅜ

    • 2023-09-13 15:11

      방아쇠수지 증후군은 또 뭐여?

  • 2023-09-11 14:06

    아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선생님, 그리고 여러분 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을 하셔야 합니다 ㅠ 다들 너무 식물지향적...

  • 2023-09-11 21:09

    ㅋㅋ 식물지향적이라니... 아 나도 병뚜껑 잘 따고 싶네요 ㅎㅎ

  • 2023-09-12 08:06

    글에서 자작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네요. 병뚜껑을 못 열 정도였구나! 홧팅! 나도 근력운동해야하는데…

  • 2023-09-12 20:18

    저도.. 필라테스 1년 끊고 마지막 몇 개월은 자체적으로 날려버린 전적이 있지요... 힘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