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에세이 쓰다가 시 한토막....
너스레시인
2018-10-31 09:24
438
가끔은, 완벽하고 정확한 햇살이 드는 날,
사물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실재를 지니는 날이면,
천천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왜 굳이 사물에게
아름다움을 부여하는가.
한 송이 꽃이 아름다움을 지니나?
과일 하나가 아름다움을 지니나?
아니, 그저 색깔과 형태 그리고
존재를 지닐 뿐.
아름다움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의 이름
내게 주는 만족감의 보답으로 내가 사물에게 주는 것.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나는 사물을 두고 말하는가, 아름답다고?
그래, 나에게도, 그저 사느라 사는 사에게도,
보지 못하는 새, 사물들에 대한
그저 존재할 뿐인 사물들에 대한
인간의 거짓말이 찾아온 거다.
스스로가 되는 것, 그리고 보이는 것만 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드 페소아가 알베르투 카에이루라는 이름으로 쓴 <양 떼를 지키는 사람>의 한 토막,
내가 이름붙인 아름다움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내가 이름 붙이는 추함이나 화남 역시 아무것도 아니겠죠...
그래도...깊은 가을의 하늘과 잎사귀들은 아름답구먼요...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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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소아의 시집이 번역됐다는 소식을 최근 들었는데
누가 부지런히 올리셨네요
눈부시지 않아 아름다운 가을 아침입니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만큼 날카롭기도 한 시네요.
막힌 변기랑 싸름하다가 마침내 시원스레 뚫린 변기, 그리고
뜻밖에 읽게 된 시 하나~ ㅎㅎ
이 아침, 모든 게 조화롭고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