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이 없었더라면?

콩땅
2021-04-06 11:14
325

주서 다방(多方)편을 마쳤다.

 

상나라를 멸망시킨뒤 주나라는 초기에 회이와 엄의 반란으로 정국이 불안정했다. 반란으로 나라의 존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란은 진압했지만, 서쪽 변방 주족이었던 주나라로서는 갑작스럽게 통치 범위가 넓어진 관계로 주위 제후국들과 정치적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서는 결코 만만치 않았던 상나라의 세력을 달래고 회유해야만 했을 것이다. 다방은 주공이 성왕을 대신하여 제후들을 소집하여 바로 그 여러 제후국들에게 고하는 내용이다.

 

다방을 읽다보면 주공의 카리스마 뿐만 아니라 그의 깊은 걱정이 느껴진다. 주나라의 안정을 위해 여러 제후들의 협력이 얼마나 절실한지 주공은 알았기 때문에 먼저 제후들에게 상나라 말의 정세를 묘사함으로써 상나라가 스스로 멸망을 자초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후들에게 주 왕조를 따르면 당근을 줄 것이고, 반항하면 채찍이 내려짐을 알렸다. 그의 말은 구구절절 많이 이어지면서 제후들에게 주나라가 새롭게 천명을 받았으니, 그 천명에 순히 따라서 자신의 일에 권면할 것을 강조했다.

 

말이 많다는 것을 본인도 알았는지, 다방 30장에 我不惟多誥 我惟祗告爾命(내가 많이 고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너희에게 명령을 공경히 고할 뿐이다)라고 말하였다. 주공은 대단한 지략가이다. ㅎㅎㅎ

 

주공이 없었다면, 주나라가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을까?

아마도 춘추전국시대가 일찍 오지 않았을까......싶네요.

 

 

댓글 2
  • 2021-04-07 00:02

    처음엔 말 많은 주공의 말이 잔소리처럼 느껴졌었지만, 

    하도 듣다보니 세뇌가 되었나봐요. 이젠 진심이 느껴지네요 ㅎㅎ

  • 2021-04-07 10:17

    아, <다방>을 끝내셨군요!

    다음편에는 좀 다른 이야기가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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