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역에서 용기가 기다립니다. !!!

용기
2015-07-31 10:10
1002

한 달 전쯤 용인촛불이란 밴드에서 몇몇 엄마들이 모여 죽전역 피켓팅을 시작하였습니다.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하고 있는 피켓팅에 용인도 동참하자는 의미였어요.

집에서 비빔국수에 호박전을 부쳐먹으며 시작했지만 신속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서울에서
활동하시는 리멤버 회원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조언과 함께 샘플이 될만한 피켓도 보내주시고 

첫날에는 멀리
용인까지 오셔서 용기를 듬뿍 주고 가셨습니다.

 

KakaoTalk_20150731_095704925.jpg


그렇게 시작된 피켓팅,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죽전역과 죽전역 사거리에서
지금까지 많은 사연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 후기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오타와 띄어쓰기만 수정하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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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일 죽전역 피켓팅
및 노란리본나눔 후기

 

하늘을 쳐다보니 오늘도 한더위 할것 같은 날씨! 용기님은 고가도로 밑으로, 쪼꼬님과 저는 죽전역으로 갔습니다. 후에 김영범님과 이도건님이 오셔서 고가도로 밑 피켓팅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
아쉽게도 집에 애들이 방학이라 함께 점심도 먹지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_-;;) 죽전을
지나시던 양춘모님께서 웬 할아버지가 용기님과 오랫동안 토킹 어바웃 하는거보고 차 세우시고 도우러 오셨다가 ㅠㅠ 내친김에 피켓팅도 하셨다고 합니다.

KakaoTalk_20150731_095705223.jpg

죽전역 앞은 바람이 불어 덥지 않았습니다. 멀리서부터 반갑게 웃으며
자신의 휴대폰과 가방에 달려있는 리본을 보여준 여자분, 리본을 받아가며 고맙다고 하는 학생들, 바쁜 걸음으로 스쳐 지나가나 했는데 다시 되돌아와 리본을 받아가는 아저씨, 몇개
더 가지고 가서 친구와 나누겠다는 아가씨, 힘내라고 음료수 사다주신 분... 이런 분들이 계셔서 죽전역 앞이 더 시원했나봅니다~

KakaoTalk_20150731_095704918.jpg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두분이 계십니다.

한분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분, 우릴 보더니 대뜸 고맙다고 하십니다. 용인 엄마들이냐고... 자신은 안산에서 왔다고... 그 말을 듣는 우린 또 왜 울컥 했을까요그분이 유가족인지는 모릅니다만 안산에 사신다면 어떻게든 희생자 혹은 그 가족들과 친구, 지인, 선후배 등의 인연이 있겠지요. 낯선 도시에서 만난 세월호와 희생자를 잊지 않는 우리가 그분께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또 한분은 어떤 할아버지가 대뜸 우리에게 시비를 걸때 옆에서 "
엄마들 하는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 이런 분들이 있어서
그래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는거에요" 하고 소리 높여 응원해주신 어머님입니다.

'미친년' 혹은 '나라 말아먹는 것들'이란 소리를
1
년도 넘게 들었습니다. 이젠 그런 소리엔 화도 나지 않습니다. 미친년은 따로 있고... 나라를 말아먹은 것들도 따로 있으니까요. (저는 밥도 국에 안말아 먹습니다.)

요즘에 거리에서 많이 듣는 말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3일장 치르고 잊는다. 1년도 넘게 이제 뭔 짓이냐" 는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1년 넘게 이 무슨 미친 짓이란 말입니까? 배도 인양 안하고, 책임져야 할 공무원은 청와대로, 처벌받아야 할 운항관리자는 준공무원으로
재취업을, 해경123정 정장은 감형을,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는 진상조사 시작도 못했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시작한 이 일이 1년 지난 지금, 세월호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안산시민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별이 된 희생자를 기억하는것

오늘 마주친 사람들에게 아직 세월호에 9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과 세월호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통령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행정관료도 아니고 진상조사위원도 언론인도 아닌...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사는... 우리 엄마 아빠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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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용기를 붙잡고 길게 얘기하셨던 그 할아버지가 궁금하실거에요.

댓글로 올렸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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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억에 남았던 그 토킹을 길게하셨던 할아버지 얘기를 해볼께요~

불만이 뭐야? 뭐가 불만 같으세요?
신문에 보니까 다 해주겠다고 하는데 뭐가 불만이야? 할아버지는 뭐가 불만이세요? ? 나는 그냥 알고 싶어서 그래...
해주겠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지... 그제야 할아버지가 진실을 알고 싶어 제 앞에서 서성였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대로 얘기해드렸어요. (몹시
빈약합니다.) 정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언론 플레이일
뿐이다. 할아버지 고개를 끄덕끄덕~ 맞다 언론이 문제다 하시며
유가족이냐 물으시대요. 아니지만 가만이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 했어요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전 울컥ㅠㅠ . 그런데 갑자기 you are my friend ! ^^  영어를 막 하시면서 ㅋㅋ(당황…) 저도 소심하게 땡...땡큐. (왠지 맞춰드려야 할 것 같은…) 너무 감사해서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맹세컨데 아무한테나 허락하는 손이 아님요.) 그래서 피켓팅 같이하자고
말씀드렸어요. “아냐~ 난 아직 용기가 없어서... 고맙네 my friend~”

그 와중에 1미터
떨어진 곳에서 웬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수학여행 갔다가 x진걸
가지고 뭔 보상이야! 어쩌구 저쩌구~~' 할아버지가 살짝
얼으시길래 저런 사람 많아요 (대범한 척, 가슴은 쿵덕쿵덕
다리 후들) 했더니 할아버지 저 더러 용기 있다고… (
부분에서 안아드리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오죽하면 닉네임을 용기라고 지었을까요. 어릴때부터 전 엄청 겁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랬을까 용기가 없어 피켓은 아직 어렵다라는 할아버지의 그 고백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나이든 분이 앞에 어슬렁 거리면 방어막부터 치게 되었는데 그거 조금 걷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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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쉴때마다 코로 물이 들어오는 것 같은 습한 날씨에 두 시간을 꼬박 서 있어야 합니다.

시원한 아이스 커피? 제공되지 않습니다. ? 각자 준비하셔야 하고요, 매연을
잠시 막아줄 마스크 마찬가지 입니다

너 같은 것들 때문에…” 라는
욕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할일이 없냐..” 라는  말을 감내해야 합니다.

그래도 피켓팅 할 때 만큼은 용기는 행복합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 자체가 빛나는 미래에서 쏟아져 나오는 듯하고
주변 사람들 모두가 형제 자매가 되고, 우리가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나면 미래의 가능성을 향해 훤히 열려 있던 혁명적 순간은 어느 특정한 미래로 바뀐다.”

(이 폐허를 응시하라, p261)


강력한 연대의 힘으로, 순수한 이타의 마음으로 흥건히 적시고 가실 분, 죽전역 사거리에서 용기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댓글 12
  • 2015-07-31 18:06

    <이 폐허를 응시하라>를 같이 읽었으니 죽전으로 한번 나가겠습니다

    • 2015-07-31 23:04

      1등으로 댓글을 달아주시고 참여 약속까지 해 주신 새털님~

      감사합니다. 

  • 2015-07-31 20:52

    밴드를 통해 매일 쓰여진 후기들을 봅니다.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도 함께 하는 이들과 으샤으샤 즐겁게 시위하는 모습, 정말 멋져요.

    뭐라도 안하면 못견딜것  같아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던 예은이 이모님 말이 생생합니다. 

    광화문도 아닌 죽전역인데도... 함께 하지 못했네요;; 

    • 2015-07-31 23:07

      죽전역 피켓팅을 알릴수 있도록 부추겨주신 콩세알님^^

      고맙습니다.~ ~

  • 2015-08-01 19:17

    애쓰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피케팅은 오전에 하시는건가요?

    • 2015-08-01 21:23

      넹~ 요요님^^ 죽전역 피켓팅은 지금까지는 오전 11시부터 1시까지 하고 있어용!~~♥

  • 2015-08-02 21:13

    그렇군요, 1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게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행동하지 않는다면 희망도 없겠죠....  감사합니다

    저도 친구들이랑 시간내서 참가해야겠네요^^

    • 2015-08-04 22:04

      뚜버기님 오시면 용기가 엄~~청 기운날거 같아요. ^^ 고맙습니다. 

  • 2015-08-04 10:09

    금요일에 세미나 방학 이용해서 다녀올까요?

     콩, 새털, 요요, 뚜버기 다 방학인데,,,

    용기가 있어 또 이렇게 연결되는군요. 고맙습니다~~

    • 2015-08-04 18:27

      안 그래도 이번주 금욜이 딱인 것 같아 

      내일 용기에게 물어보려구요

      어찌 가면 되나^^

    • 2015-08-04 22:07

      방학이시군요, 달팽이님, 새털님... 으리으리한 친구분들과 함께 오신다니 아~~ 천군만마와 함께하는 기분이에요. 되려 용기가 한 없이 기쁩니다. 

    • 2015-08-05 20:02

      함께 가요!

      어떤 분들을 만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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