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문 

중국의 철학사변에서 양의 개념은 거의 미미한 역할에 그친 반면 수는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중국인이 분류의 용도로 수를 사용하는 것은 수를 통해 구체적인 위치설정과 형상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는 표상이다....수는 분류자로서 질서에 대한 생각을 가능하게 하고 아울러 공간적 장치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니 만일 우리가 여러 양상들을 위계화된 범주별로 배치하여 한정된 우주를 암시할 목적으로 고안된 근본적으로 정체적이라 할 수 있는 점진적 증대를 염두에 둔다면 굳이 수를 통한 수열의 무한정한 연속성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오히려 각각의 수를 하나의 전체를 이루는 일련의 한정된 범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한정된 범주는 곧 하나의 단순한 단위로서 전체를 완전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