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10]플라톤을 이토록 경쾌하게?

바람~
2020-04-14 17:53
202

파지에 우연히 들렀다가 새털의 책을 사왔다. 생각보다 얇은데다 표지 디자인도 예뻐서!

음...그런데...부제가 플라톤의 '국가'에 대해서라니... 재미없겠는걸... 이라는...편견을 이겨내며 서문만 우선 읽어봐야지...했는데...어라, 재밌다! 그것도 아주~! 내친김에 반쯤 읽고 다음날 바로 읽어버렸다. 게다가 오자까지 하나 찾아냈다. 그냥 넘길수도 있었지만, 재판을 찍을 날을 위해 새털에게 알려주었다. 우정의 징표로~♡ 

그런데...다음날 요요샘이 문자를 주셨다. 릴레이서평을 부탁한다고^^ 내 이럴줄 왜 몰랐던가...OTL 하지만 즐겁게 읽은 감사의 뜻으로 기꺼이 쓰기로 했다. 서평까지는 아니래도 독후소감정도...^^

 

새털과의 인연을 더듬어본다. 4년이상 문탁에서 멀리 산데다 그전에도 딱히 공부를 같이했던 기억이 없다. 문탁생활에서 마주한 새털은 늘 약간 수줍은듯...보이지만, 막상 말을 해보면 거침없이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우연히 술을 같이 먹은 기억이 있는데, 역시나 자기 주장이 강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내가 보기엔 말도 잘한다! 강의도 하고 있었고 책을 쓴대도 충분히 쓸만한 사람! 그런데 좀 재미없을거같은 내용을 쓰겠지...라고 나는 생각했던것 같다. ㅎㅎ

그런데, 솔직히 새털의 책을 읽고 많이 놀랐다! 이렇게 재밌게 글을 쓰는 사람이었구나! (미안해요, 새털. 내가 당신을 정말 몰랐어 ㅎㅎ) 무엇보다 플라톤의 《국가》를 그렇게 경쾌하게 비평하며 오늘 우리의 삶을 이야기해주는게 참 재미있었고 공감이 됐다. 2,500년 전 서양 철학가의 책을 읽을 엄두도 안나지만, 지금 여기에서 그것이 가진 의미를 콕콕 집어주는 글을 읽으며 무려 플라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까지도 들었다. ㅎㅎ

 

새털의 책에 소개된 플라톤은 그렇게 어렵지않고 어딘지모르게 친근하고 호감이 간다. 내가 플라톤을 읽지도 않았지만서도,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재미없고 어려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으니까. 특히, 디온과 디오니쉬오스에게서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해보고자 시라쿠사로 달려갔던 그가 다시 절망을 느끼고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는 공자가 떠올랐다. 비슷한 시기, 동양에서 정치적 이상을 품고 군주들을 만나 설득해보다가 현실과 부딪혀 절망하고 제자육성의 길을 택한 공자. 소크라테스도 비슷해보인다. 그들이 대륙을 가로질러 서로 만나 정치를 논할수 있었다면 어땠을까...그래도 철학자와 치자는 생각이 달랐을것 같다! 

플라톤을 얘기하며 요즘의 영화와 드라마, 음악, 시, 문화를 비유해 이야기해준게 특히 재미있었다. 다양한 현시대의 문화를 고루 향유하며 적절하게 버무려 비유해주었다. 사실 나는 새털의 책을 보며, 유명한 유투버나 음악가나 영화 이야기를 공부하듯이 읽었다. 모르는게 너무 많아서 네이버를 끼고서 찾아보며... ㅎㅎ 도대체 새털은 언제 그것들을 다 본거지? 공부만 한줄 알았더니 ㅋㅋ 

게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곳곳에 들려주어 좋았다. 어떤 이론보다 자기가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니까! 더구나 오래 만났지만 잘 모르는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재미진 것이다. 플래카드 걸던 새털옆에서 노끈을 잡아주고 싶었고, 라디오 듣는 차안에서 함께 한강을 바라보고 싶었고, 참이슬 빨간뚜껑 따서 한잔 그득히 따라주고 싶었으니깐... 나는 술은 잘 못해도 술자리는 끝내주게 좋아하는 친구들 중 하나다. 술을 못해도 솔직하게 자신을 열 줄 알고, 술꾼들 이야기를 부담없이 들어줄줄 아는! 

플라톤 시대의 문화가 사제간에 그리고 친구들과 같이 문답, 공부하며 밥도 나누는 공동체였다는 것도 신기했다. 공자나 맹자때도 그랬던것 같고, 지금 문탁의 모습도 그런것 같다. 내가 4년여간 함께하지 못한 공백으로 아직은 덜 자연스럽지만. 새털이 이 시대의 자본주의 논리에 휘둘지지않고 자신의 길을 의연하게 갈수있는 힘은 바로 이런 친구들과의 우정어린 공동체덕일 것이다!

 

좋았던 부분을 옮겨본다.

 

"올바른 인식의 기쁨을 느낀 자가 있다면, 그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 자신의 동료들과 그 기쁨을 나눠야 한다는 것이 플라톤의 윤리의식이다." -31쪽

 

"'선한 삶과 악한 삶을 구별하여 가능한 모든 삶 중에서 언제 어디서나 더 선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지식을 줄 수 있는' 영혼의 돌봄에 힘써야 한다." -166쪽

 

내가 읽지못한 플라톤의 《국가》를 이렇게나 경쾌하고 재밌게 정리해준 새털에게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긴 코로나여파로 장편 《임꺽정》을 한참 읽던중에(5권을 막 끝내고 6권을 시작하려던 찰나) 이 책을 먼저 읽어버리게 만들다니...^^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새털의 책을 접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600년된 은행나무의 기를 함께 보낸다~ 

댓글 6
  • 2020-04-14 22:37

    와! 멋진 인증샷 감사해요~
    아직까지는 바람~님과 함께 공부할 기회가 없었지만
    곧 우리는 <논어>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만나게 되겠지요.
    이문서당 개강을 눈이 빠지게 기다려봅니다!!

    • 2020-04-15 11:13

      논어를 같이하는군요...저도 기대기대~♡

  • 2020-04-15 07:40

    바람~의 귀환!
    문탁네트워크의 홍복이어라~^^

    • 2020-04-15 11:14

      아이구 문탁샘~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 2020-04-15 10:40

    역쉬!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바람~ 바람~ 바람~
    <임꺽정>>을 다 읽고 나서 언젠가 사진 속에 배경으로 등장한 <국가>>를 읽는 바람~을 보게 될 것만 같네요.^^
    또 <논어>>를 통해 새털과 바람~이 어떻게 만날지도 궁금해집니당!

    • 2020-04-15 11:16

      <국가>를 보게될지...흠흠...
      새털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살며시 만나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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