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7] 술과 윤리와 틈새에 관하여
여울아
2020-04-03 00:01
218
친한 엄마가 동네 카페를 열었다.
하필 이 엄중한 코로나 시기에.
그래도 다니는 교회 바로 앞인데다
아이 셋을 키우며 나름 동네 터줏대감인지라 손님이 꽤 많았다.
그런데, 커피 값이 오픈 행사가 1,000원에서 정상가 2,800원으로 오르자마자
손님이 뚝 끊겼단다. 이 소식을 들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이자고 연락이 왔다.
처음엔 커피로 시작해서 술 한 잔으로 이어졌다.
평소에 거의 입에 술을 대지 않는 한 엄마가 얼음 넣은 맥주를 연거푸 몇 모금 마시더니
그동안 속상한 일이 있었는데, 말을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비록 고성이 오가고 네 발로 기어 다닐 정도로 취하지 않더라도
작은 용기를 내는데 확실히 술 한 잔의 힘을 비는 것도 생활의 기술이다.
그럴 줄 알았다.
문탁의 주당을 자부하는 그녀가 술 예찬이 빠질 수 없다.
그녀에겐 술이 메시아다. 구원이다. 숨 쉴 틈이다.
플라톤의 <국가>를 가지고 일상의 에세이를 쓰겠다는 무엄한 시도는
어쩌면 술 자리를 해방공간으로 해석하는 그녀의 재기발랄함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을까?
오래전 소주병과 오뎅국물을 앞에 두고 친구들과 오래오래 얘기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것은 우정인가? 알코올의 힘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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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책 제목을 잘못 정한 듯
<영혼과 정치와 "술"과 좋은 삶> 이렇게 정하는 게 더 좋았을 듯^^
ㅋㅋㅋㅋ제가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되네요....
좋음의 이데아 철인정치....뭐 이런 얘기도 있는데
술술 읽히는 술얘기를 다들 좋아하시네요^^
넘 대놓고 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