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차 후기 ) 논어라는 뗏목을 타고~

여울아
2020-07-17 14:44
335

 

관중에 대한 공자의 평가를 이해해보자^^

 

지난 주 팔일편에 들어서면서부터 우쌤은 계속 걱정을 하십니다.

팔일편이 어려워서 향당(10)편 다음으로 순서를 바꿔 읽을까도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팔일편은 왜 어렵다고 하셨을까요?

1장은 노나라 세력가 계씨가 “팔일무”라는 당시 천자의 춤을,

자기 집 앞마당에서 버젓이 춤판을 벌이는 장면입니다.

이후로 삼환(세력가 집안들)의 제사 의례, 국가제례, 활쏘기의 예, 임금과 신하의 예 등에서

당시 예(禮)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때 사용되는 제례 용어들, 강신주, 토지신, 곡삭 등은 당시 제례의식과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에겐 외계어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우쌤의 친절한 논어강의가 있으니깐 요, 문제없겠죠!!

 

저는 오늘 후기를 쓰려고 팔일편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관자에 대한 공자의 평가 3-22장에 꽂혔습니다.

그래서 공자가 “관자는 그릇이 작다”고 한탄한 이유가

왜 “예의 문제”로 귀결되는지를 좀 더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논어>에서 관자는 공자로부터 부정과 긍정의 말을 동시에 듣는 인물입니다.

그릇이 작다니, 팔일편에서는 비난에 가까운 평가이지요.

옆집 아줌마에게 이런 평가를 하더라도 욕이나 진배없다고 생각할만한 표현입니다.

이런 평가를 옆집 아줌마가 듣는다면 어떨까요? 자신이 손이 작아 씀씀이가 작았나?

아니면 그토록 인색했는가를 되짚어볼 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관자를 두고 그릇이 작다니...

 

저는 얼마 전 <관자>세미나를 참여하여,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자가 

당시 제나라 환공을 패자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의

정신적 지주? 모태?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가령 공자의 인, 맹자의 왕업 등은 <관자>에도 주구장창 나오는 용어들입니다.

다만 공자와 맹자는 자신의 개념(과업)으로 만들어낸 사상가들인 셈입니다. 

 

관자는 공자보다 100년을 앞서 살았고, 성공한 정치가로서의 그의 삶은

후손들에게 칭송되고 특히 정치 참여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롤모델이었겠지요.

그런 관자를 두고 그릇이 작다니!!!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공자가 관자를 두고 그릇이 작다고 말하는 이유는 전혀 다릅니다.

그릇이 작다는 공자의 말, 어떤 의미일까요?

 

앞서 살펴본 대로 팔일편은 1장부터 관자가 나오는 23장에 이르기까지

대부가 제후의 예를 넘어서고 급기야 유명무실한 천자의 예까지 넘어섰다고 합니다.

공자는 이렇게 예가 자기 분수를 넘어서는 이유를 3-4, 3-8장에서 사치보다 검소, 형식적 절차보다 슬퍼하는 마음...

즉, 예의 본말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예의 절차와 형식은 말단일 뿐 예의 근본은 3-3장에서 사람의 인한 마음(仁)이라고 합니다.

 

관자가 그릇이 작다는 것은 바로 이런 마음 그릇이 작다는 의미인 것이지요.

공자는 관자에게 인한 마음이 있었다면 그가 임금의 예를 참람(僭濫)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지요.

앞에서 “사람이면서 인하지 못하면 예가 무슨 소용이냐?”는 문장(3-3)이 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저는 재작년 리인학당에서 <논어>를 매주 1편씩 읽었습니다.

이렇게 한 편씩 읽다보니, 한 편씩 맥락과 흐름을 가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학이편이면 학이시습지를, 위정편이면 위정이덕을, 팔일편이면 팔일무라는 문장을 푯대삼아

나머지 뒷장들을 읽어나가는 것이지요. 그러면 <논어>라는 뗏목을 타고

바다를 정처 없이 떠돌며 풍랑을 만나더라도 좌초되지는 않겠지요^^

 

댓글 2
  • 2020-07-19 11:40

    저는 22장을 집에와 미복때문에 여러번 쓰다보니 공자님과 대화하던 혹에게 혹할뻔하였습니다 그릇이 작다는 표현이 한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그리 좋은 표현이 아닌듯한데 기를쓰고 좋은쪽으로 받아치려는 모습인듯하여 이이가 도대체 왜이러나 싶었거든요 공자님께 깐족? 염장지르기와같은 불경스런 단어가 떠오르더라는 ...
    그러나 이것도 어쩌면 빅픽쳐 설정일지도. 논어에서 혹이라고 나오는 경우는 이캐릭터로 쭈욱 나갈지 두고보기로 합니다.

  • 2020-07-20 13:56

    예의 본말을 모르는 관자의 그릇작음... 전 이번에 이 장을 읽으며 그릇의 작음이 의미하는 바를 한 가지 더 포함시켰습니다.
    즉, 관중이 평소의 드러낸 행위에서 관중의 욕망이 향하는 곳이 어디였나는 거죠.
    제후의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제후의 형식을 드러내는 것은 '흉내'일 수밖에 없다는 통찰이 없음.
    그로 인해 제후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에 대한 성찰에 이르지 못함.
    결국 환공의 40년과 더불어 관중의 40년은 한 개인의 성공담 이상의 의미를 생성해내지 못함.
    그것을 일컬어 공자님이 그릇이 작다고 한 것이겠구나, 이런 의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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