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강연-이연학신부님 강연 후기 2

게으르니
2016-11-06 08:11
384

와우^^ 오영님의 꼼꼼한 후기^^!

2016 문탁 인문학 축제의 첫 강연이 얼마나 지성적이었는지 저절로 느껴집니다.

정말 지성과 영성이 넘치는 강의였습니다.

 

지성이라 함은 수행과 관련하여 고대 그리스와 중세 수도자들

그리고 최신 담론까지(한나 아렌트, 한병철)까지 종횡무진한 향연임을 말합니다.

영성이라 함은 그렇게 펼쳐진 지성의 향연 가운데

신부님의 지성의 힘이 함께 했던 그 순간에 흘러 흘러

우리 모두에게 이르러 쉼없이 스밈에서 오는 충만함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강의 뒷풀이에서 두 시간 반에 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피로하다는 감이 전혀 없었다는 소감에 다들 공감했습니다.

(신부님은 강의 끝나자마자 가셔서 못 들었지만 아마 신부님도 그러셨겠지요)

저는 이것이 그리스드교에서 말하는 '알았다'의 순간, '배가 불러온다'는 순간.

그렇다면 지성과 영성이 흐르는 그 순간이야말로 '앎'의 찰나겠구나.

새삼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영님의 후기를 읽으며 그 순간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오영님의 후기에 이어 현장의 분위기와 2부 질문 중심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강의내내 목소리의 톤을 조절하시고 호흡을 가누시고 말을 다듬으시던 이연학 신부님

 

KakaoTalk_20161106_044440187.jpg

 

그의 말을 스미게 하는 집중과 자신의 생각(내적인 충동)의  소란 가운데 수행중인 우리 모두

 

KakaoTalk_20161106_044438578.jpg

 

첫 질문의 포문은 중등고전학교에 배우고 있는 김형주가 열었습니다.

(고전학교에서는 수업과 강연이 같은 시간이라 강연을 듣는 것으로 수업을 대체했습니다)

신부님은 문탁과 수도원의 생활이 같다고 하시는데

문탁은 사람들이 모여서 지식을 나누고 활동하지만 수도원은 신앙생활을 하는 곳 아닌가요?

그게 잘 이해가 안 가요.

 

신부님은 문탁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책을 통해 읽고 배우는 것의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수도원에서는 성경이라는 책, 문탁에서는 다양한 인문학 책.

이 책들을 통해 삶을 연마하는 것이 공통점이라는 것.

수도원에서는 수도자들이 그 날의 한 문장을 하루 모든 활동 가운데 암송하는 일상을 꾸린다고 합니다!

중등 고전에서도 매주 <논어> 문장을 외워와 암송하거든요.

김형주가 그 활동을 연결시켰을까요? ㅋㅋ

그러면서 신부님은 널리 알려진 경구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파지사유 앞을 지나다 이 강연의 포스터를 보고 처음 오셨다는 동네 분.

신부님이 말씀 하시는 여덟 가지의 생각(오영님 후기 참조) 은

전체적으로 너무 부정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신부님은 우선은 그렇다고 인정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생각들을 직면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직면을 통해 인식하는 순간 그것들에 휘둘리기 보다는 떠나보내는 것이 조금은 수월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죽음을 인식하는 예로 '메먼토 모리(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들었습니다.

즉, 이 밖을 나가 당장 죽게되는 사태에 직면하더라도 여한이 없도록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요즘 활총생으로 문탁에 출몰하는 도깨비님, 광합성이 열심히 할동하는 공간 '우동사'에서도

강의에 오고 질문도 했습니다.

 

KakaoTalk_20161106_044442117.jpg

 

도깨비님은 불교 수행자이지만 다른 종교에도 관심이 있어 카톨릭 교리를 배우고 있다면서

그런에 신부님의 말씀 같은 내용을 못 들었다는 소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기도의 의미에 대해 물었습니다.

 

신부님은 기도는 우선은 기복의 의미로 하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기도에서 나아가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기도의 마지막이

자신이 신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는 내용에 이른다고 합니다.

전 이 말을 들으며 흠칫 했고 과연 어떤 경지일까 궁금했습니다.

덧붙여 그 순간 자신과 신이 동시에 현존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우동사에서 온 청년은 수행을 통해 변화한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신부님은 변했는지 안 변했는지 사실 당신 자신도 잘 모를 때가 많다며 웃으셨습니다.

동시에 수도원이라는 공동체 속에서는 늘 자신의 모자란 점이 부각되는

그리하여 자신의 참모습을 만날 수밖에 없는 일상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속될수록 수월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그것이 변화라면 변화일수 있지않을까요? 라고 조심스럽게 반문하셨습니다.

제 마음이 반짝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월해지고 편안해지다.......

 

끝으로 요요샘이 사막의 은수자(은둔수행자)에 관한 책을 읽으며 품었던 질문을 했습니다.

책에 의하면 사마이 아니라 마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은수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는데

이들은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지 궁금합니다.

 

신부님은 그런 사람들을 통칭해 '잊혀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잊혀진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부연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여하지만 그로 인해 일이 되어감을 모르는 상태.

그 사람이 있으면 별 일 없이 일이 성사되지만

그 사람이 없을 때 탈이 생기고 그리하여 그가 없음을 알게 되는 상태.

매 순간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늘 무엇인가 하고 있지만 도드라지지 않는 상태.

그럼으로 인해 아무에게도 자각되지 않는 상태.

신부님은 이 순간은 참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통찰의 순간이니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잊혀진'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을 통찰할 때 고통은 승화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게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균열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문탁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밀고 나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실마리를 잡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 반의 강의는 오영님의 정리한 내용과 이 후의 질문을 끝으로 이렇게 끝났습니다.

신부님은 문탁샘의 안내로 문탁을 두루두루 돌아보시고

다음 일정을 위해 바쁜 걸음으로 떠나셨습니다.

 

이번 강의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습니다.

강의 후 뒷풀이에서 제가 느낀 기운이 그랬습니다.

그 질문을 밀고 나가는 힘!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을 통해 그 힘을 얻고 저 또한 그 힘이 되고 싶습니다.

수월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요? ㅋㅋ

 

마지막으로 메모에서 눈길을 끄는 문장 하나로 마무리 하겠습닏.

"앎과 삶은 투피스 쓰리피스가 아니랍니다. 그것은 원피스예요!"

댓글 1
  • 2016-11-06 18:05

    제 질문에 대해 보충합니다.^^ 

    토마스머튼이 정리한 <사막의 지혜>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신부님이 말씀하신 수행자 중 은둔수행자들이 남긴 말씀을 정리한 책인데요.

    아름다운 아포리즘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예상과 달리 은수자들은 그저 고립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수행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떤 경우에는 마을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막의 은둔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 책을 읽으며 매우 궁금했었는데

    마침 신부님이 은수자 이야기를 해주셔서 그들의 삶에 대해 여쭈었구요.

    신부님의 강연 속에서 사막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마을과 그리 멀지않았다는 말씀이 있었어요.

    그래서 마을의 외곽이라는 의미에서.. 

    공부공동체인 문탁과 은수자의 삶 사이에 어떤 공통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지 여쭈었어요.

    그런데 우문현답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부님은 은둔이란.. 멀리 떠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멀리 떠날수록 우리의 마음 속에는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력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은수자의 수행은 잊혀지는 것을 받아들이는 수행인지도 모른다.

    저자거리에서도 은수자의 수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주셨지요.

    버리고 떠난다는 건 뭔가 능동성의 느낌이 있지만

    잊혀진다는 건 지극히 수동적입니다. 

    그러나 그 수동성이야말로 능동성을 초극하는 무위나 공과 통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뭔가 마음 속에서 불꽃이 이는 것 같았는데.. 하하 다시 정리하려니 제 깜냥만 드러나는군요.^^

    신부님이 여러번 언급한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하느님을 위해 하느님을 놓아버린다"고.

    에크하르트의 전통 속에 있는 안겔루스 실레시우스는 이런 시를 썼다고 합니다.

    "장미는 이유를 모른다. 장미는 피기 때문에 핀다.

    장미는 자신에게 관심 없고, 누가 자기를 보는지 묻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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