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왈수행 -릴레이 ⑤

세콰이어
2016-11-10 22:01
369

나는 매일 두 개의 수행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몸펴기이고, 또 하나는 중용암송이다.

몸펴기 수행

처음부터 수행을 하려던 목적보다는

몸이 뻣뻣하고, 평소 자세가 안좋아 스트레칭 할 목적으로로 가볍게 몸펴기에 합류했다.

먼저 몸펴기 수행을 하고 있던 게으르니샘에게 "매일 오지 않아도 돼. 형편껏 하면 되지~"라는 말을 듣고 정말 가볍게 들어갔다.

그런데 왠걸...함께 하는 친구들은 거의 빠지는 일이 없이 나와서 운동을 했다.

나만 이런저런 일로 빠진다는 결석계를 내미니 수행이라고 이름 붙이기가 민망하다.

중용암송 수행

곰댄스 글을 어느 정도 마무리할 즈음 중용암송 수행을 씀바귀, 게으르니 선생님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올 한해 <고전공방> 공부에 진척이 없었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중용 암송하면 좀 나을까 싶어서 뒤늦게 합류했다.

나에게 수행이란 무엇일까

솔직히 매일 몸펴기, 중용암송을 하면서 내가 수행을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몸펴기 시간은 무척 즐겁다.

서로의 엉성한 자세를 들여다 보며 깔깔 거리기도 하고,

최순실이 어떻다는 둥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둥 흔한 아줌마들의 수다를 떨기도 한다.

즉 나에게 몸펴기 시간 자체는 수행이라기 보다는 '놀이'에 가깝다.

암송은 어떠한가.

암송은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몸펴기 보다는 좀 더 곤혹스럽긴 하다.

잘 외워지지 않고, 입에 달라 붙지 않아 돌아서면 곧 까먹기 때문에 나에 대한 실망을 매 순간 느낀다.

그런데 열번, 스무번 하다보면 어느샌가 줄줄 입에서 흘러나나온다. 그게 암송의 묘미다.

며칠전 남편과 속초 여행을 다녀왔는데 함께 오대산을 오르며 나는 입으로 계속 <중용>을 외웠다.

남편이 이제 됐다며 그만 외우라고 할때까지 외우고, 또 외웠다.

잘안되서라기 보다 그냥 계속 외우고, 또 외우고 싶었다.

그렇다면 나의 수행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과연 수행을 하고 있긴 한 것일까?

<중용> 20장에 보면 "남이 한번에 능하면 나는 백번을 하고, 남이 열번에 능하면 나는 천번을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방점은 절대 "능하다"가 아니다. 남들보다 100배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하기 싫은 것을 '한번 더!' 외치며 하는 것. 나에게 수행은 바로 이 지점이다.

요즘 몸펴기를 할 때 순환운동을 한다.

6개의 코스를 만들어 놓고 돌아가면서 쉬지 않고 운동을 하는데

이게 제법 운동이 되어서 다 하고 나면 땀이 뻘뻘난다.

(운동을 마치고 들어온 봄날님이 땀냄새 난다며 툴툴 거렸다. ^^)

하기 싫고 힘들지만 "한번 더!" 외치는 것.

암송을 할 때도 죽어라고 안외워 지는 문장이 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자꾸 자꾸 읽고 외워도 안되는 문장이 있다.

그럴 때 "한번 더!"를 외치고 다시 외운다.

하기 싫고 그만 두고 싶지만 "한번 더!"를 외치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이 나에겐 수행이다.

 

 

댓글 2
  • 2016-11-12 15:18

    한 번 더!! 좋아요.

    뭐든 열심히 하는 세콰이어도 좋고.

  • 2016-11-13 23:54

    땀냄새 난다고 툴툴거린 건 정말 냄새가 싫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운동하고 밝은 얼굴로 웃는 그대들이 부러워서라고 고백합니다~

    저도 운동이라면 정말 좋아하는데 요샌 무릎땜에 이도저도 절제 내지는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요새 운동을 쉬면서 드는 생각이 이런 거예요.

    '내가 공을 받으려고 몸을 움직일 때 거의 자동적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의 자세는 수천번 거듭해야 비로소 거의 '자동적으로' 받을 수 있게 만들어진다. 내가 '중용'을 읽었을 때, 그것을 내몸에 붙이기 위해 나는 몇번 읽었더라? 우샘 말씀만 들어버리고 그냥 덮어둔 것이 한 두번이 아니잖나? 그러면서 내가 '중용'을 읽었다고 할 수 있나? 내가 공을 받으려고 몸의 자세를 수천번 거듭해서 고치는 것처럼 중용구절을 수천번 읽고 또 읽었더라면...'

    수행으로 '노자'를 암송하고 싶었지만 이리저리 날이 지나고 말았네요....

    하지만 축제가 아니어도 언젠가는 즐겨 암송하는 나를 만들고 싶어요.

    세콰이어의 수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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