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필 왈 수행 - 릴레이 ④

여울아
2016-11-07 15:27
314

<일상의 수행, 수행의 일상> 올해 인문학축제 슬로건이다.


축준위 중 담쟁이와 지금, 띠우는 백일수행까지 20여일은 남겨두고 있다. (축제가 딱 그만큼 남았다 ㅎㅎ) 수행의 종류도 다양하다. 암송으로는 논어와 중용팀이 각각 있고, 운동은 몸펴기와 백팔배같은 삼백배 등이 백일 정진을 시작했고, 이후로는 앞마당쓸기, 유리창닦기, 화장실청소같은 터전가꾸기가 가세했다. 나는 난생토론이후 터전가꾸기 수행에 동참했다. 축준위 중 꽤 늦은 시작이다. 축준위 초반 수행, 일상, 몸을 주제로 수행이란 무엇인가를 논의했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왜냐하면 수행이 일상과 다른가? 어떻게 다르지? 같다면 어떻게 수행이 되어야 하는가? 잘 몰랐다. 하아.. 지금도 모르지만, 당시는 나만의 수행을 발견해야지, 아니 그럴 수 있겠지기대했다. 하지만 의문은 꼬리만 물뿐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일상과 다른가?

공공도서관에는 가끔 이런 공지가 뜬다. ‘**외고 학생들이 영어책을 읽어줍니다소위 봉사점수를 얻기 위한 학생들의 수행평가 중 하나다. 시간을 내고 수고로운 일을 감수한 학생들에게 점수라는 댓가를 줄 수는 있지만, 과연 봉사인지 의문이 들었다. 같은 선상에서 자신의 공부를 위해서 암송을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 과연 수행인가? 우리 일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수행이라는 이름표를 단 것인가?

 

일상이 수행인가?

사실 이 질문은 처음부터 있었다. 우리 일상이 수행이지 뭐 별건가? 이전에도 암송을 하고 운동을 해왔다. 그렇다면 올해 축제의 주제가 된 이유는? 문탁의 많은 회원들이 급격히(이미 여러 징후 속에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호소해왔다. 이것을 개인의 건강문제로 보지 않고, 공동체가 각성하고 서로의 몸을 돌보며 몸과 마음을 돌볼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우리는 다같이 수행에 주파수를 맞췄다. 그렇다면 이전에도 해오던 일상이 어떻게 수행이 되는 것일까?

 

수행을 일상으로

나의 앞마당쓸기를 생각해 본다. 지나다 나를 본 혹자는 여울아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껄껄 웃었다. 일 년간 파지사유 월요일 오전 매니저를 했을 당시는 내게도 청소가 일상이었는데, 이후로 문탁 청소를 제대로 해본지 너무 오래됐다. 게다가 오전수업이 있는 화요일과 목요일 잠깐 하는 청소가 과연 수행이 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파지 매니저를 하며 마을의 기운을 느끼고, 일체가 되는 경험을 했던 기억을 다시 되살리고 있다. 이 담배꽁초는 누구의 것인지 왜 맞은 편 건물 비닐봉지가 여기까지 날리는 것인지를 따지지 않고 흔쾌히 빗질할 수 있는 마음의 편안함. 물론 손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나면 오전간식이 당기지 않을 때도 많다비록 나만의 수행을 찾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이 시간이 참 좋다.

댓글 1
  • 2016-11-08 08:29

    매 순간마다 일상을 수행처럼 탄탄하게 살아내면 좋겠지만 ......

    수행을 통해 느슨해진 일상을  다시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래서 힘을 얻고 일상과 수행이 더 이상 구분되어지지 않는 삶을 꿈꿀 수 있다면

    수행의 의미는 충분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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