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탈핵릴레이39주차]볼륨을 낮춰라!

히말라야
2017-05-04 21:21
934

가족의 달 그리고 연휴! 

버뜨 그러나 문탁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어느 어르신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한다고 하신) 

숙녀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낭랑하기만 하다.

지금샘과 함께 내일 밀양에 가지고 갈 잔치음식 재료 장을 봐온 뒤

나의 그 잘난 솜씨로 쪽파 몇 개 까고 양파 한 개 써는 동안 

주술밥상팀의 자작샘 그리고 씀샘과 오영샘이 득달같이 달려드시어

뚝딱뚝딱 고기에 양념을 해주고, 샐러드 소스랑 묵무침 소스를  촤르르촤르르~

덕분에 오늘 탈핵릴레이에 가지고 나갈 피켓하나를 만들 시간이 넉넉하다.

자, 오늘은 어린이날! 어린이날에 걸맞는 문구는 뭘까..고민하다가

"어린이를 위한 가장 좋은 선물은? 안전한 미래, 탈핵!"으로 결정!

녹색예술가 코스모스샘을 미리 섭외하지 못한 관계로

직접 붓을 들긴했는데, 역시나 글자가 삐뚤빼뚤...

'어린이를 위한'도 크기 조절에 실패해 한 줄에 못 넣어 '어린이에게'로 변경.

옆에서 느티샘이 색깔 바꿔가며 쓰라고 잔소리를 해도

붓빨기 귀찮아서 꿋꿋하게 한 색깔로 써 놓고

크레파스로 테두리치기로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영~

그러나 다행히도.. 고은이와 씀샘이 곳곳에 그림을 넣어주어

어린이날 다운 피켓하나가 완성되었다.

크기변환_IMG_20170504_141110.jpg

지난주에 홀로 탈핵릴레이에 다녀와,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후기를 쓴

작은물방울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같이 나가자~~고 졸랐다.

지난주 물방울 후기에서는 대선후보들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사거리 한쪽에 2번 차량에서 어마어마한 음악이 쿵쾅거리고

그 맞은 편에서는 5번 차량위에서 그 음악에 질세라 어마어마한 마이크 볼륨으로 연설중이다.

난 정말 귀가 찢어질것만 같아서 5번 차량에 가서 볼륨좀 줄여달라고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데

갑자기 그 마이크를 잡고 있던 분이 우리쪽을 향해...

"저기 건너편에 시민분들이 탈핵을 외치고 계십니다. 감사합니다.

 꼭 탈핵하겠습니다~" 이러는 거시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웃으며 피켓을 흔들어 주고... 나서...어쩔까하다가

그래도 재빨리 다가가 웃으며 "볼륨이 너무 크다"고 말해줬다.

 그러자 잠시 후  5번 차량의 소리가 확실히 낮아지면서...그 분 왈

"시민여러분, 마이크 볼륨이 너무 크다면 낮추라고 말씀해 주십시요."

그 때 건너편에 있던 2번 차량이 어디론가로 가고, 1번 차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시민여러분, 마이크 볼륨이 너무 크다면 말씀해 주십시요. 소리를 낮추겠습니다.

 아까 2번 후보 차량에서 너무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관계로...소리가 커졌던것 같습니다.

 보십시요. 지금 1번 차량과는 아주 조화롭게 선거운동이 되지 않습니까?"

1번 차량의 음악소리는 확실히 2번 차량보다 작고 은은했다.

그 때 갑자기 우리 앞으로 아까 그 2번 차량이 나타나,

엄청 나게 커다란 소리로 음악을 틀었다가 줄였다. 마치 잘못틀은 것 마냥~

그런 2번 차량에 아주 흐믓하게 손을 흔들어 대는 어르신이 내 눈에 띄었다.

무릎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며 얼굴이 굳어서 걸어가시다가 

2번 차량을 보는 순간 만큼은 확실히 행복한 미소를 짓는 걸 보며, 나는 의아하다.

2번 차량은 어떻게 그 어르신을 행복하게 느끼도록 만들었을까?

 

크기변환_IMG_20170504_160811.jpg 

가정의 달, 연휴 사잇날.

선거유세차량이 세 대나 있는 로얄스포츠 앞은 그 어느 날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가족들도 많았고,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은 "어린이" "선물"이라고 쓰인 피켓은 한참동안 바라본다.

(뭔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는...저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나왔어야 할까....? --a)

서너 분이 다가오셔서, "이게 뭐예요?" "어느 후보에요?" 하고 묻는다.

어느 후보 아니고 탈핵이라고 말하면, 여전히 "탄핵?"이냐고 반문한다.

그 시끄러운 와중에 거기에 대답하느라...주절주절..설명하니 모두들

"아~ 좋은 일 하네..." 하고 돌아서 가신다.

나는 잠시......좋은 일.....이라....뭔가 생각해보려고 하지만 계속 울려대는

음악소리와 선거연설 소리와 전광판에서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광고에 묻혀버린다.

그렇게 정신없이, 엄청 빠르게 한 시간이 지나고 주섬주섬 돌아서는데

아까 5번 차량의 연설자분이 다시,

"탈핵을 외치던 시민들!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마이크에 대고 외친다!

그러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우리를 다 쳐다보는 것만 같다.

우리는 좀 깜짝놀라고, 좀 부끄럽고 그랬지만 

그 5번 차량에서 연설을 하던 분께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그러자 그 분도 우리를 향해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흠. 오늘은 5번 덕분에 (뭐 정신은 하나도 없었지만) 쫌 재밌는 탈핵릴레이가 되었다~ ^.^ 

댓글 1
  • 2017-05-09 11:47

    오홋! 어린이날을 겨냥한 탈핵 피켓팅, 멋진데요!

    그나저나 대선 끝난뒤 피켓팅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주 목요일 당번인 저는.. 마음이 바빠집니다.

    일단 선거 결과를 보고 난 뒤, 피켓제작에 들어가야겠지요?

    좋은 아이디어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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