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기 딱 좋은 아주 따뜻한 봄날 오후였는데 안타깝게도...

누군가는 몸이 아프고, 누군가는 강의 준비를 해야하고,

누군가는 숙제를 해야하고, 누군가는 가게를 지켜야하고...

(물론 이 모든 것이, 너랑은 같이 가기 싫다는 다른 말일수도...ㅎㅎ)

그래서 혼자 버스를 타고 수지구청역 4거리로 갔습니다.

날이 따스하니 어르신들의 옷차림들도 샤방샤방하시고...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길을 가는 젊은이들도 보이고

사람들이 모두들 따스한 봄날을 행복하게 보내는구나 생각하며....

따뜻한 햇볕 아래 혼자 가만히 서 있자니...잠이 올뻔했는데..

다행히도, 제 앞에 5개의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질문1. (중년의 남성분)(본인 폰을 들이대시며) 사진 찍어도 되나요?

      --> 네, 그리고 제 폰으로도 한장 찍어주시겠어요?

질문2. (노년의 남성분) 이 중에, 어느 편이야?

      --> 아무편도 아니구요, 이 세분이 모두 원전을 반대하신다길래 알려드리는 겁니다.

질문3. (노년의 남성분) 원전 팔아서 우리나라가 얼마 벌었는지 알아? 

                          (곧이어서 본인이 바로 21억이라고 답변을 하시면서..)이러면 안돼...다 나쁜 놈들이야.

      --> 저한테는 그 돈 하나도 안 주던데요? 혹시 받으셨습니까? 그 돈 어떻게 쓰였는지 보셨습니까? 

                 (나라가 돈을 버는데...에휴...쯧쯧쯧...이러면 안돼.....그러면서 멀어지시더군요...)

질문4. (개를 데리고 산책하던 노년의 남성분) 원전 안하면 뭐 할라고?

      --> 앞의 질문 때문에 아직 혈압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 그저 미소로 화답했더니...

            그분도 그냥 웃으며 갈 길을 가시더군요.

질문5. (중년의 여성분) 안 좋은 걸 아는데...어쩔수 없이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 예, 그런데 너무 위험해서 이제 원전 돌리지 말자는 나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분)마자요, 풍력이나...뭐 태양열...이런걸로 바꿔야죠. 차차 바꿔가야죠.

                  수고하세요~

      ---->제게는 마지막 질문자인 그 분이 마치 여신처럼 보였고.... 앞서, 

      질문4의 개 데리고 산책하던 남성분을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가시는 분들 대부분은...제게 무심합니다.

그러나 가끔...적개심/의혹에 가득한 눈빛이 있지요..그들 대부분 남성입니다.

그러나 또 종종 세 명의 대선후보를 오려붙인 우리의 농담을 알아보고 

싱긋 웃고 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이상하게 거의 대부분 여성분들입니다.

따뜻한 봄날 거리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자기가 진정 행복해야, 행복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 것이고

그래서 자기 뿐만 아니라, 타인들도 행복하길 바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에 잠깐 서 있을 뿐인데도, 지나가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그 순간 어느 만큼 행복한지 조금은 가늠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부디, 모두 행복한 봄날들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