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를 만들어 봅시다!

도라지
2023-10-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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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유추되듯 두부를 만들었다. 두부를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나이 사십 넘어서야 두부를 먹기 시작한 편식쟁이인 나에게  어느날 양양 바닷가  **막국수집에서 파는 모두부에 꽂히는 일이 일어났다. 먹는 양이 적어 식당에서 메인 음식 외에 주문을 잘 안하는 편인데 그날은 나도 남편도 배가 엄청 고팠던지라 막국수 나오기 전에 뭔가를 먹었어야만 했다. 주문하고 금방 따끈한 두부가 나왔다. 두부 한모를 크게 삼등분해서 부추간장과 묵은지와 주는데...정신 없이 다 먹고 결심했다.

 

"두부를 만들어야겠어!"

 

참고로 이 막국수집은 강원도 사람인 나와 남편이 두루(?) 다니며 먹어보고 픽한 최애 막국수집이다.  식당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 우리집에 놀러오면 직접 모셔가겠다는 뜻. 지금도 사람이 많고 난 그 집이 더는 복잡해지길 바라지 않는다. (떠오르는 양양에 꽤 유명한 막국수집이 있나요? 그 집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ㅋ) 암튼 막국수도 두부도 묵은지도 맛있는 그 집을 다녀온 이후로 폭풍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창에 "두부 만들기"를 치고 얼마나 많은 유튜버와 블로거의 레시피를 뒤졌는지 모른다...제발 이런 정성으로 공부를? (ㅎㅎ 님이 그 생각하실 줄 알았네요~)

 

백태를 주문했다. 워낙 작은 손이라 딱 500그램만(삼천원 조금 넘었다) 주문했다. 보통 두부 한모에 콩 250~300그램을 잡는다. 그래서 나는 적당하게 두부 두모로 시작했다. 이제 햇콩이 나올 때라 시중에 22년산 묵은 콩을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묵은 콩도 잘 골라내고 사용하면 된다.

 

 

콩을 오래 불려야 두부가 부드럽다. 나는 콩을 물에 담궈놓고 바빠서 한 이틀 뒀다가 믹서에 갈았다. 곱게 갈린 콩이라야 면보에 걸러 콩물을 많이 받을 수 있다. 콩을 곱게 갈지 않으면 비지가 많아진다. 콩물을 세게 비틀어 짜지 못해도 비지는 많아지는데 비지를 좋아하면 편하게 편하게 하면 되겠다.

 

곱게 걸러낸 콩물을 끓인다. 잘 저어 끓이다가 콩국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면 염촛물을 살살 부어준다. 염촛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뒤 조금 기다리면 콩국물이 몽글몽글한 순두부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 순두부를 잘 떠서 들기름을 살짝 올려 먹으면 된다.  아! 순두부가 원래 이런 맛이었구나! 감탄할 그런 순두부를 맛볼 수 있다. 

 

 

이제 망에 순두부를 잘 담고 밑에 물이 빠지게 채망같은 것을 둔 다음 원하는 만큼 물을 빼주면 맛있는 손두부 완성. 나는 마침 편백 나무로 된 카스테라 틀이 있어서 그 틀로 네모난 두부를 뺄 수 있었다. 만약 집에서 만들고 싶은데 두부 틀로 쓸만한 것이 없다면 그냥 면보로 대충 모양을 잡아 자유로운 두부 모양을 만들어도 된다. 대략 수제 리코타치즈와 그릭 요커트를 만드는 요령으로 하면 되겠다. 집에서 수제로 작업할 때 장비를 다 갖추어 시작하려고 하면 시도하기 어렵다. 짐 늘리지 말고 대충대충해도 사먹는 것보다 만족도는 늘 높다.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의 첫두부에 대해서 어찌나 자랑을 하고 싶던지 한동안 옆에 있는  모든 존재를 붙들고 내 두부를 자랑했다. 이래서 SNS를 하는구나 생각하면서.... 그래서 나는 문스탁에 올린다. 그러므로 이 글은 순전 자랑질입니다. ㅎ^^

 

앞으로 몇 번 더 만들어 안전한 염촛물 농도를 확보한 뒤  복활동을 통해 두부 만들기를 널리널리 알릴 계획이다.

그러니 줄을 서시오~~~~

 

 

 

가을엔 할 일이 많다.

 

 

밭 정리하면서 고춧잎을 훑어 말려둔다. 무말랭이 무침에 넣어야지!

고추 농사 풍년이신 옆집 어르신이 주신 풋고추가 잔뜩이라 간장 장아찌도 하고 소금물에 삭히는 고추지도 만들었다. 삭힌 고추로 동치미하면 맛있다.

잔뜩 떨어진 밤도 줍는다. 깐밤을 조려 밤 파운드와 밤 식빵을 하고. 남은 밤은 스프레드를 만들어 밤라떼를 만들어 먹는다. 이건 청설모 유전자가 있음이 분명한 남편 덕에 가능한 일이다.

김장 전에 알타리도 담궈야 하고. 다니면서 김장 준비를 위해 좋은 부재료들도 사야 한다. 겨울이 오기 전에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나는 대체 1234는 언제 쓰나?

 

 

 

***염촛물이란? 간수를 대신해서 물+천일염+식초를 배합하여 두부 만들 때 사용합니다. 간수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던데... 그건 시간이 더 걸리는 작업이라서 염촛물로 했습니다.

댓글 12
  • 2023-10-22 14:07

    그 두부 먹고 싶다^^

  • 2023-10-22 17:53

    1234 주제를 '두부'로 하셨으믄 좋았을것을ᆢ ㅎㅎ

    읽으면서 나도 두부를 만들어본 전생의 기억같은것이 떠올랐는데 알고보니 리코타치즈 만들기였군요 ᆢ

    • 2023-10-23 15:33

      그랬음 벌써 다 쓴건데 말입니다… ㅎ;;

  • 2023-10-22 21:24

    인디언과 그의 따님은 두부를 정말 좋아합니다.
    나는 아무 맛을 못느낍니다. 두부에서는....... 아무 맛이 없는 순백의 맛이 두부 맛인가요?
    정말로 두부가 맛있나요? 양양이 기대 됩니다. ㅎㅎ

    • 2023-10-23 15:32

      있는 듯 없는 듯 고소한 맛을 잘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런데
      1234가 그리도 기대가 되신다니요?! 나 원 참!
      ㅎㅎ

  • 2023-10-22 21:52

    두부…. 마히게따….

  • 2023-10-23 07:59

    대충대충 두부 만들기에 도전하는 도라지님은 장인입니다~~ 믿을 수 없지만 저도 20년 전 장비발로 두부만들기에 도전했던 게 생각났어요. 당시는 두부 만드는 도구와 간수를 팔았거든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 2023-10-23 10:37

    대박... 저는 집앞 두부집에서 매일 따듯한 두부 한모 사서 먹는 걸 낙으로 삼았는데 (그러고보니 지금은 그 루틴이 없어졌군요 아마도 매일 간식(?)처럼 먹기엔 가격 압박이 있었던 듯 ㅋㅋ) 집에서 만들수도 있는 거였군요 역쉬.... 쵝오👍

  • 2023-10-23 18:03

    저 1번으로 줄서요!!!

  • 2023-10-23 22:21

    우와... 저 중학생 때 과학실험에서 두부 만들었었는데... 막 만든 따끈한 두부... 캬...

  • 2023-10-24 22:35

    나 2번으로 줄서요

  • 2023-10-26 20:08

    저 두부 좋아하는데.. 먹는데 줄은 빠지지 않는 모로, 지금부터 손들어욧!!!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