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이라 치고^^....사다리 이사갑니다~

봄날
2023-10-1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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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린이 만나는 사람마다 이렇게 물었다.

"요새 잠 잘 자나요?"

잘 못잔다고 하면 인문약방에서 하는 특강을 들으라고 권한다. 바로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나한테는 안물어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새 나처럼 잠을 잘 못이루는 사람이 있을까....

추석연휴 끝에 찾아온 독한 감기의 탓도 있지만, 요새는 거의 사다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이사장을 맡은지 2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나는 매일매일 나의 무력감을 느낀다. 재정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전세기간이 만료되어 간다. 그나마 전세여서 월세를 내지 않아 버틸 수 있었는데...그렇다고 언제까지 전세 보증금을  개인적으로 빌려준 사람에게 희생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침 우리 뒷블럭의 동네서점 우주소년도 새로운 공간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고, 함께 공간을 쓸 수 있다는 의향을 진작에 밝혔다.

지난 주말, 우주소년 샘의 전화를 받았다. 적당한 공간이 나있고, 나만 괜찮다면 계약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찾아간 공간은 음...꽤 괜찮았다.

 

 

 

 

 

 

 

 

 

 

건물주는 토박이 유지였고, 우리의 사정을 듣더니 전세보증금을 2천만원이나 깎아주었고, 4개월치 월세도 안받겠다고 했다.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우주소년과 한집살림을 계획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지금 있는 사다리 사무실의 전세입자를 빨리 구해야 한다. 그리고 건물주가 공간을 원상복구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앵벌이처럼 그달그달 근근히 먹고사는 처지에, 당장 이사 비용도 문제고, 새로운 공간의 인테리어도 안할 수 없다. 적자가 불 보듯 뻔한데....우슨 배짱으로 일을 저질렀는지 모르겠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뾰족한 수가  없다. 말이 쉽지, 공간을 합해서 산다는 것이 마냥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도 한 몫 한다.  사다리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새 공간으로 이사간다고, 어린애처럼 마냥 기대에 부풀어있는 눈치다....휴~

어쩐지 일하는 데 어울리지 않고, 조명도 션치 않고, 멋없이 크기만 한 지금의 사다리 공간에 앉아 있지만 기분이 묘하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댓글 9
  • 2023-10-16 18:10

    잘해낼수 있을거여요^^
    아자아자!!!

  • 2023-10-16 19:02

    큰일 앞두고 계시네요!! 파이팅~

  • 2023-10-16 19:28

    옛날 대안학교시절 저도 저런 건물전세 구하러 애타게 다녔던 기억이 새록나네요. 그 이후 공사다망했던 일들도ᆢ
    그래도 힘내세요~~ 어떻게든 되긴 되더라구요!
    아자아자!

  • 2023-10-16 19:29

    새건물 멋지다!!
    저런거 하나 갖고 싶다^^

  • 2023-10-16 20:26

    와~ 건물 멋진데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

  • 2023-10-16 21:13

    아자아자!!!

  • 2023-10-17 01:27

    우와~ 저기는 어딘가요? 멋져요~~~!
    이사가면 새기운으로 일도 다 잘될 거예요!^^

    감기도 근심도 다 해치우시길~🙏

  • 2023-10-17 07:22

    저는 이 이사가 봄날의 사다리에서의 마지막 업적이 되었으면 하는 사심을 가득 실어 무사이사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2023-10-19 22:07

    이런 고민이 몸을 아프게 했구만요.....
    힘 쓸일 있거나 공사할 일 있으면 불러 주세요.